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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레골, 짧은 만남이 남긴 긴 울림

by 도시 닥터 양혁재

그날, 우레골에서 만난 어머님과 나눈 시간은 진료 그 이상이었다.

아픈 곳을 살피는 손길보다

함께 걷고 웃으며 바라본 풍경이 더 깊이 남았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어머님은 내게

한 사람이 누군가의 일상에 얼마나 큰 울림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셨다.


화악산 위에 있는 시골 마을, 우레골.

마을 입구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던 어머님은 텔레비전에 본 모습과 같다며

거동이 불편하신 몸으로 지팡이를 짚고 다가오셨다.


너무 좋아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에 마음 한구석이 찡했다.

어쩌면, '의사'라는 존재가 너무 멀어서 TV 속 사람처럼 느껴지신 건 아닐까.


36년간 이 마을에서 살아온 어머님은 저 산봉우리를 넘어 다녔다고 한다.

예전에는 산 이곳저곳을 다니며 나물도 뜯고 장작도 주워 오셨다고.


산골 마을 특성상 평지를 찾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무릎 때문에 멀리 나가지 못하는 어머님을 위해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곳으로 나들이를 떠나기도 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동안 어머님은 어린아이처럼 신이 난 듯 덩실덩실 춤추셨다.

여행을 좋아하셨던 밝고 활달한 어머님이 그동안 집에서 얼마나 답답하셨을까.


그런 날들이 있다.

짧았지만, 마음속에 오래 머무르는 날.

그런 하루가 의사로서, 또 한 사람으로서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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