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날, 이른 새벽부터 춘천으로 향했다. 동도 트기 전부터, 분주히 움직인 이유는 마냥이쁜우리맘의 주인공 춘자 어머님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어머님을 만나기 전부터, 나는 대략적으로 사연을 전해 받았다. 한국 전쟁 때, 고향에 폭격이 떨어져 그 자리에서 당신의 어머님을 잃게 된 춘자 어머님은 그날 이후 남의 집 살이를 전전하며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셨다. 부모 없는 설움은 어머님을 더 괴롭게 만들었다고 한다.
참으로 기구하고 안타까운 어머님의 사연에 나는 결심했다. 고난과 슬픔으로 점철됐던 어머님의 마음을 어루만져드리고, 또 아들로서 즐겁고 행복한 추억을 선물해 드리겠다고.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눈썰매'였다.
처음에는 무서워하시던 어머님도 금세 적응해서 즐거워하셨다. 나와 성연 씨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엔 생각보다 경사가 높은 것 같아 당황했으나, 타면 탈수록 재미가 붙었다. 어머님 역시 계속 타고 싶은 눈치셨다. 하얀 설원을 빠른 속도로 가로지르는 짜릿함은 길고 고단한 세월 속에 맺혀있던 어머님의 한을 모두 풀어주는 듯했다. 어머님은 지친 기색도 없이 눈썰매를 즐기셨고, 연신 미소를 지어 보이셨다.
한바탕 눈썰매 라이딩 시간이 끝나고, 어머님은 나와 성연 씨 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리고 말씀하셨다.
"아들과 딸 덕분에, 내가 생전에 이런 경험을 다 해보네. 내 평생 이렇게 행복한 적은 없었어."
겨우 7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한국 전쟁 때 부모를 잃고 험한 세상을 전전하며 눈물 마를 날 없었던 세월을 보냈던 춘자 어머님. 그런 어머님이 저렇게 동심으로 돌아가 활짝 웃으시며 말씀하시니, 더 애잔한 마음도 들고 아들로서 어머님을 즐겁게 해드릴 수 있어 뿌듯하기도 했다.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시겠다고 거듭 말씀하시던 어머님께,
나 역시 어머님과 함께한 순간을 끝까지 가슴 깊숙히 담아두겠다고 답했다.
이제 곧 춘자 어머님은 치료를 위해 내가 있는 병원으로 오실 것이다.
이렇게 큰 병원은 처음이라 한껏 긴장하실 어머님을,
눈썰매를 타던 날처럼 환하게 아이처럼 웃으며 맞이해 드려야겠다.
그리고 따뜻하게 안아드려야겠다. 이렇게 말씀드리면서.
"어머님, 이제 고생 끝이에요.
앞으로는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하실 일만 남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