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다큐에서는 늘 이야기가 필요하다.
무릎 통증으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인생 이야기로 흘러간다.
아들 이야기, 먼저 떠난 남편 이야기,
집에 혼자 남아 긴 하루를 보내는 일상.
통증은 분명 병 때문일 테지만,
그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단순 병뿐만이 아니었다.
홀로 세상을 버티는 그 가녀린 두 다리와 허리는
이미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어느 날은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께서 내 손을 잡으시곤 고맙다는 말을 건네셨다.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제대로 봐 준 것 같아서,
수술해 준다는 것보다 꼼꼼히 봐주고 고통에 공감해 준 것이 고맙다고 하셨다.
오랫동안 외면당했던 자신의 아픔이 비로소 위로받았다고 느끼신 것 같았다.
그날 밤, 어머님이 준비해 주신 이불에 몸을 눕히고 한동안 불 꺼진 방에서 생각했다.
더 일찍 만나지 못한 미안함과 너무 고단했던 어머님의 인생 앞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졌다.
지금은 병원 일에 집중하며 우리 맘 어머님과 함께 여러 환자를 마주한다.
어르신의 통증이 나이 탓으로 흘려보내시지 않도록,
누군가는 처음으로 자신의 아픔을 제대로 알아주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모든 아픔을 다 고쳐드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외면하지는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진료실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