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이쁜우리맘이 있었기에

by 도시 닥터 양혁재

마냥이쁜우리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난 의사로서 정말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었다. 하얀 가운을 입고서는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쌓게 된 것.


평생을 도시에서만 살아온 나는 직접 밭을 일구고, 씨앗을 뿌리고, 농작물을 심고, 잡초를 뽑는 일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늘 우뚝 솟은 회색 빌딩 숲에서 살아왔기에 더더욱 농사일과는 관계가 없었다.


그런데, 마냥이쁜우리맘을 시작하고 난 이후로 거의 '농사꾼'이 다 됐다. 처음에는 많이 헤매고, 어머님과 아버님께 쓴소리도 들었지만 이젠 웬만한 일들은 모두 혼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능숙해졌다. 태풍을 대피해 비닐하우스에 지지대를 세우고, 농작물이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비료를 뿌리는 일까지. 이젠 어머님이 오더만 주시면 따로 물어보지 않고도 척척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프로 농사꾼이 아니기에 아직 미숙한 부분이 없잖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의사로서 완벽한 1인분, 아니 그 이상을 해내던 내가. 농사일에서는 0.5인분 밖에 해내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해 나는 부단히 노력했다. 카메라 밖에서도 어머님과 아버님들께 1:1 농사 코칭을 받기도 하고, 또 틈이 날 때마다 농사 관련 서적이나 영상을 찾아보면서 기술을 익혔다. 이젠 주말 농장을 하나 마련해서 나와 가족들이 먹을 만한 식재료들은 직접 농사지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피어오를 지경이다.


이젠 흙냄새가 익숙하다. 삽질도 자신 있어졌다. 잡초를 구분해 내는 눈도 생겼다. 마냥이쁜우리맘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확연히 달라진 내가 나도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얼마 전에는 조경에도 도전했다. 어머님 앞의 나무를 직접 다듬었다. 내 손이 닿을수록 점점 더 정돈되어 가는 모습을 보면서 큰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농사일은 어느 정도 손에 다 익혔으니 또 다른 일에 도전해 보라는 신호였던 걸까.


어머님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배우고 싶다. 그것이 농업이든 어업이든 상관없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들로서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나는 거침없이 그 분야에 뛰어들어 볼 생각이다.


다음 주에는 또 어머님과, 또 일거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이제 슬슬 농사철이 다가오고 있으니 분명 해야될 일이 많을 것이다. 밭을 갈고, 씨앗을 뿌리는 등 한 해 농사를 위한 준비 작업들이 분명 즐비해 있겠지. 그게 무엇이든 내게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서 어머님들의 일거리들을 덜어드려야겠다. 나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만큼은 일 걱정은 훌훌 털어버리시고 그저 행복한 추억 만들기에만 집중하실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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