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행복할 일만 남았으니까요.

by 도시 닥터 양혁재

새벽녘의 찬 공기를 뚫고 파주에 다녀왔다.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을 정도로 이른 새벽부터 파주로 달려간 이유는 마냥이쁜우리맘 주인공, 영순 어머님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겨울이 서서히 물러가고, 봄이 찾아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추운 요즘. 옷깃을 파고드는 매서운 바람에 나도 모르게 계속 옷깃을 여몄다.


추위와의 사투를 벌이며 도착한 파주. 성연 씨와 잠시 대화를 나누고, 어머님을 만나 뵈러 갔다. 그렇게 만난 어머님의 얼굴은 어딘가 어두워 보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머님은 무릎뿐만 아니라 허리까지 많이 아프신 상태라고 했다.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으나, 생계 때문에 거의 매일 화훼 단지로 일을 하러 가신다는 어머님. 파주에서 꽤나 큰 규모의 농원에서 일하시며 꽃모종을 심고, 몽우리를 따신다고 했다. 새벽부터 나가서 해 질 무렵까지 허리를 숙이고 무릎을 구부리면서 일해왔으니 과연 지금의 어머님의 몸 상태가 이해가 됐다.


아버님께서는 고된 일을 하고 돌아온 어머님을 위해 연신 파스를 붙여주시기 바빴다. 서랍장에는 각양각색의 파스들이 놓여있었다. 특정 파스가 효과가 없으면, 얼른 읍내 약국으로 나가 또 다른 파스를 사 오시곤 했다는 아버님. 아내를 위해 고작 파스밖에 붙여줄 수 없는 이 안타까운 현실이 분명 아버님의 마음을 멍들게 했으리라······.


마음은 청춘인데 몸이 따라주지 않아 괴롭다는 영순 어머님을 나는 속히 병원으로 모셨다. 정밀 검사 결과, 오른쪽 무릎에 큰 문제가 발견됐다. 연골이 완전히 닳아버린 것이다. 퇴행성관절염 4기 소견을 보이는 오른쪽 무릎을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어머님의 통증은 계속될 것이 분명했다. 결국 나는 인공관절수술을 해드리기로 결정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허리'였다. 허리 협착 정도가 꽤 심각했다. 동년배와 비교했을 때, 변형도 상당 수준으로 진행돼 있었다. 결국 신경외과 전문의 김욱하 센터장님께 도움을 요청했다. MRI 검사 결과를 살펴보시던 센터장님께서는 신경을 풀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리셨다. 나는 센터장님께 재차 당부를 드렸다. 부디 어머님의 수술을 잘 부탁드린다고. 그리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길, 그래서 어머님이 이젠 꼿꼿하게 허리를 펴고, 건강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간절히 빌었다.


김욱하 센터장님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수술을 마치고 난 어머님의 얼굴은 몹시 평온해 보이셨다. 입원을 하시고 재활치료를 받으시는 어머님을 자주 찾아뵙고 나는 계속해서 회복 후 건강해질 삶에 대한 기대감을 불어넣어드렸다. 이젠 더 이상 예전처럼 아프시지 않고, 건강하게 살아가실 수 있을 것이라고. 무릎도, 허리도 아프지 않은, 더없이 건강한 몸 상태로 아버님과 함께 그저 행복한 미래만 그려나가실 수 있다고.


어머님은 그런 내게 연신 싱글벙글 웃어 보이셨다.

그리고 내 손을 꼭 잡으며 말씀하셨다.


"내게 주어질 모든 행복은, 모두 다 아들 덕분이야."

"아들, 사랑해 그리고 고마워. 나를 만나러 와줘서, 나를 이렇게 치료해 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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