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을 만나 뵈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그 누구도 무릎이 괜찮은 분이 없다는 것이다. 어려운 형편에 어떻게든 자식들만큼은 당신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일을 손에서 놓지 않은 어머님들. 밀려오는 피로를 떨치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무릎 한번 펼새 없이 일했던 우리 어머님들. 그 시간이 쌓이고 쌓여 강산이 여러 번 바뀔 정도가 되니, 그렇게 건강했던 무릎도 어느새 완전히 망가져버리고 만 것이다.
어머님들을 무릎을 살펴보기 위해서, 바지를 걷어보면 열에 아홉은 파스가 발라져 있다. 파스로 가득한 어머님들의 무릎을 보면, 그동안 어떻게 살아오셨을지, 어떻게 견뎌오셨을지가 그려져 눈물이 자꾸만 흐른다.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파스를 붙였다가 떼어냈을 우리 어머님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통증 때문에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던 어머님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눈물을 참을 수가 없다.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무릎, 통증은 나날이 거세져만 가는데, 대부분의 어머님들은 자식들에게 "아프다"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신다. 혹시라도 도시에서 먹고 살기 바쁜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크시니까. 자신의 청춘을 모두 쏟아부어 키워낸 자녀들에게 "아프다, 힘들다"라는 말 한마디 하지 못하는 어머님들의 삶이 왜 이렇게 슬프고, 안타깝게 느껴지는지...
힘겹게 키워낸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여 출가했음에도, 부모로서의 의무와 도리를 모두 다 마쳤음에도, 정작 당신이 자식들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는 멈칫하고, 피하는 어머님들을 보면서 나라도 언제든지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아들이 되자고 결심했다.
실제 자녀들에게는 말 한마디 하시지 못하던 어머님들이 내게는 정확하게 어디가 아프고, 어떤 부분이 힘든지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신다. 물론 내 직업이 의사인 탓도 크겠지만, 그래도 상세하게 아픈 곳을 말씀해주시고, 이렇게 통증이 생긴 원인과 배경이 무엇인지 세세하게 알려주시니, 나 역시 더 효율적인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어서 참 좋다.
간혹 내게도 미안해서 말을 하지 못하겠다는 우리맘 어머님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나는 손을 따뜻하게 잡아드리며 말씀드린다.
"의사 아들에게 아픈 곳을 안 털어놓으면 누구한테 말하려고요."
"나는 어머님께 도움을 주러 온 아들이에요. 부담 갖지 마시고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이 의사 아들이 모두 다 고쳐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니, 속 시원하게 털어놓으셔도 돼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이내 어머님들께서는 그간 숨겨놓았던 고통과 통증에 대해, 불편한 삶에 대해 모두 털어놓으신다. 그렇게 내게 마음을 열어주시는 순간, 내게도 안도와 동시에 어머님을 반드시 잘 치료해드리겠다는 책임감이 생겨난다.
이번주도 우리맘에서 만난 어머님의 수술이 예정되어 있다. 수술이 끝나고 나면 어머님은 이제 젊었던 그 옛날처럼 잘 걸어 다니실 수 있게 될 것이다. 봄을 맞아 만개한 벚꽃과 개나리 구경도 가실 수 있을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과 나들이도 떠나실 수 있을 것이다.
어머님께 앞으로 펼쳐질 행복하고 건강한 미래를 생각하며,
나는 평소보다 더 비장한 각오로 수술에 임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