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을 만나기 위해 달려가는 길

by 도시 닥터 양혁재

금요일 밤에는 되도록 일찍 잠자리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최대한 빨리 퇴근해서,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눕는다. 모두가 이른바 '불금'을 즐기지만, 나는 예외다. 이튿날 새벽 일찍 일어나, 마냥이쁜우리맘들을 만나러 달려가야 하니까.


나도 밤늦도록 아내와 이야기도 하고, 시원한 캔 맥주도 마시며 여유로운 금요일 밤을 보내고 싶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그렇게 나를 위한 금요일 밤을 보내면, 분명 다음날 일찍이 일어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컨디션이 엉망일 것이다. 전국 각지로 내가 직접 차를 운전해서 가려면 전날 밤, 일찍 잠자리에 들어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드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아직 동도 트지 않은 새벽, 알람이 거세게 울리자마자 나는 이불 속을 벗어난다. 이불 속에서 계속 누워있고 싶은 유혹이 밀려오지만, 우리맘들을 떠올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정도로 뜨거운 물에 피로를 흘려보내고, 살금살금 거실로 나가 단장을 시작한다. 평소라면 면도를 하고, 스킨과 로션을 바르는 것으로 외출 준비를 끝내겠지만 우리맘들을 만나러 가는데 어떻게 그 정도로 마무리할 수 있겠는가. 토너 패드로 피부 결을 정돈하고 수분 크림까지 넉넉하게 바른 다음, 머리 손질까지 마치고 차에 오른다.


새벽녘 찬 공기가 스며든 나의 차. 문을 열고 앉으면 냉기가 몰려온다. 봄이지만, 한겨울처럼 느껴지는 새벽 날씨에 히터를 틀어둔다. 차가 충분히 데워지도록. 그리고 음악을 틀고 목적지를 입력한다. 이번 주는 충북 제천이었다. 어머님의 집은 제천에서도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하는 오지였다. 서울에서 2시간 반쯤 걸리는 곳. 새벽 시간대라 차가 막히지는 않겠지만, 나만을 기다리실 어머님을 떠올리며 계속해서 속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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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는 한낮에는 보지 못했던 많은 풍경들을 마주한다. 광활하게 펼쳐진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화물차 기사님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새벽 4시, 5시인데도 부지런히 화물을 싣고 목적지로 달려가는 기사님들. 생계가 달려있기에, 몰려오는 졸음을 쫓아내며 운전하는 분들을 보면 존경심이 샘솟는다. 가족을 위해, 하루도 쉬지 않고, 낮과 밤이 바뀌는 불편함도 감수한 채 묵묵히 일하는 기사님들을 보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특히 어머님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커진다. 자식들에게는 아낌없이 내어주시면서도 정작 당신은 어깨가 아프고, 무릎이 아파도 그저 삼천 원짜리 파스 하나에 의존하는 분들. 그런 분들은 내가 없으면 아마 평생 큰 병원에 한 번 가보시지도 못하고 통증에 몸부림치셨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나마 내가 있어서, 어머님들이 치료도 받으시고 더이상 통증에 신음하지 않으셔도 되니까. 의사 아들이 해주는 치료를 통해 건강해진 내일을 맞이하실 수 있으니까.


이번 주 토요일도 나는 어머님들을 찾아뵙기 위해 또다시 운전대를 잡을 것이다. 강원도도, 전라도도, 경상도도, 충청도도 어디든 괜찮다. 먼 곳은 조금 더 일찍 집을 나서면 되니까. 내가 조금 더 속도를 높이면 되니까. 이것보다 더 먼 곳이라도.

서울에서 해남의 땅끝마을까지 달려가야 할지라도 나는 괜찮다.
그곳에 내가 만나야 할 우리맘이 기다리고 계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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