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아들이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항상 읍내 시장에 가서 푸짐하게 장을 보신다는 어머님들. 냉장고 가득 좋은 식재료로 채워놓고, 한껏 들뜬 채로 나를 기다리는 어머님들을 볼 때면 괜히 죄송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어머님들은 식사 시간이 아직 한참 멀었음에도 일찌감치 주방에 들어가서 온갖 산해진미를 활용해 요리를 시작하신다. 의사 아들이 먹는 건데 특별히 더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며, 온갖 재료들을 준비해서 조리에 열중하는 어머님들을 보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기력 회복에 좋다는 싱싱한 낙지부터, 육즙이 뚝뚝 떨어지는 삼겹살, 그리고 구수한 맛이 일품인 닭백숙, 품이 많이 드는 음식으로 유명한 잡채까지. 어머님들은 힘든 줄도 모르시고 나를 위한 음식들을 누구보다 즐겁게, 그리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신다.
그런 어머님 곁을 서성거리며 나도 무엇이든 거들기 위해 노력한다. 사용하신 국자와 숟가락 등 조리 도구들을 곧장 깨끗하게 씻고, 양념통들을 다시 선반 위에 올려다 놓기도 하고, 바쁜 어머님을 대신해 현란한 손놀림으로 부침개를 뒤집기도 한다. 그렇게 어머님들을 돕다 보면, 순식간에 값비싼 한정식집에서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은 푸짐한 한상이 차려진다.
온갖 산해진미로 가득한,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르는 어머님표 밥상. 탄성을 내지르며 하나둘씩 먹다 보면 금세 배가 부른다. 하지만 아무리 배가 불러도, 더 이상 먹지 못할 것만 같아도 숟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맛도 물론 일품이지만, 부단히 애쓰시며 이렇게나 푸짐한 밥상을 차려주신 어머님의 마음을 생각하면 아무리 배가 불러도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없다.
그렇게 차려진 모든 음식들을 말끔히 비우고 나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선다. 부른 배를 쥐어잡고 간신히 일어나는 내 모습을 본 마냥이쁜우리맘 어머님들께서는 한결같이 활짝 웃으신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신다.
"우리 아들이 이렇게 잘 먹어주니까 엄마는 너무 행복해"
행복과 사랑이 듬뿍 묻어 나오는 어머님의 한 마디에 나는 생각한다. 역시, 배가 불러도 끝까지 수저를 놓지 않길 잘했다고. 나의 배부름은 잠시지만, 어머님의 행복은 오래도록 지속되니까. 당신이 정성껏 손수 차려준 식사를 하나도 남기지 않고 뚝딱 비워내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속 상처도 잠시 돌아보지 않을 만큼 더없이 행복하시니까.
어머님이 그렇게 행복하시다면, 내가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이보다 더한 것도 할 수 있다. 어머님만 다시 웃으며 기뻐하실 수 있으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