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더라도

by 도시 닥터 양혁재

하늘에 구멍이 뚫린 줄 알았다. 연휴 기간 동안 어찌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지. 차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만큼 많은 비가 내리는 탓에 우리맘 어머님 댁을 향해 가는 데도 평소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머님이 기다리시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음 같아서는 속도를 높이고 싶었지만, 안전을 위해 조급함을 간신히 억눌렀다.


빗속을 뚫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어머님의 집. 아니나 다를까... 오매불망 의사 아들만을 기다리고 계셨단다. 비가 와서 조금 늦어지게 되어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곧장 어머님의 일손을 도와드렸다. 다행히 밭에 나갔을 때는 마치 마법처럼 먹구름이 걷히고 비가 멎었다. 이 때다 싶어 나는 분주히 움직였고, 결국 어머님이 요청하셨던 모든 일들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빠른 시간 내에 일거리들을 다 해치울 수 있었던 건 성연 씨의 도움도 컸다. 희고 고운 손 망가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와 함께 어머님의 일을 거들어 준 성연 씨. 덕분에 더욱 빠르게 일을 끝내고 어머님의 몸과 마음을 살펴드릴 수 있었다.


이번 여정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비만 오지 않았더라면, 날씨만 좋았더라면, 어머님과 함께 근교 나들이도 떠나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아무래도 비가 쏟아지면 어머님이 행여나 빗길에 미끄러져 넘어지시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가 없다. 어머님도 못내 아쉬워하시는 눈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의사 아들 그리고 배우 딸과 이렇게 함께 특별한 하루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빗속에 우산을 들고 서서 한참을 어머님을 바라봤다. 가슴속에 묵직한 한이 있어 보였던 어머님이, 나와 시간을 보내고 난 뒤 표정이 많이 밝아지신 것을 확인했다. 앞으로 치료를 해드리면 한층 더 표정이 밝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계속해서 어머님을 바라보며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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