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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굿모닝 Feb 09. 2023

너는 나의 첫사랑


 고등학생 때 너를 처음 봤다.


 그 나이 때 아이들이 그렇듯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옆 반에 퍼지고 또 옆 반에 퍼지고. 메아리가 울리듯 넓게 퍼져 결국 그 누구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만다. 너를 좋아하는 아이는 행실이 불량하고 얼굴도 눈에 띄지 않았기에 너의 친구들은 그 아이가 네 곁에 올 때마다 너를 둘러싸 감춰주었다. 너도 그에 맞춰 괜히 다른 곳을 보는 것처럼 어색하게 고개를 돌렸다. 사람이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는 그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던데, 너는 그때 그 아이를 몰라서 그렇게 대범하게 무례한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걸까? 고백 한 번 못 해보고 숨어버린 그 아이와 마찬가지로, 너는 나 또한 잘 알지 못했으므로 나에게 역시 무례하고 무심했다. 그런데 나는 네가 그래도 좋았다. 아니 그래서 좋았다. 어딘가 비밀스러워 보이고 쉽게 마음을 허락하지 않을 듯한 재수 없는 태도가 좋았다.


 너는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에 너에게 나를 알려주고 싶었다. 너에게 고백 한 번 못 해보고 차일 수는 없으니까. 너에게 다가가는 방법은 쉬웠다. 너는 남 이야기는 잘 들어주지만 정작 네 얘기는 전혀 하지 않으니, 적당히 내 이야기를 하다 멈추고 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만으로 너의 마음에 들 수 있었다. 너를 모르고 지냈던 세월을 따라잡기라도 할 듯이 우리는 빠르게 가까워졌다. 남에게 말하지 못하는 네 가정사나 남 앞에선 짓지 못하는 표정을 내게만 보여줄 때마다 너는 내게 더욱 애틋하게 느껴졌고 나는 너의 영원한 친구가 되어 꼭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결심했다. 너는 내 앞에서만 진심으로 울었다. 그 울음의 종류도 참 다양해서, 이래저래 네가 눈물을 흘릴 때마다 나는 웃음이 난다. 너는 기쁨의 순간에 떠오르는 그리운 사람의 얼굴이나, 즐겁지 않았던 아픈 기억들이 현재의 기쁨과 비교되어 눈물이 차오를 때가 있다고 했다. 작은 것, 순수한 것, 진심인 것에 눈물이 난다고 했다. 나는 그런 네가 이상해서 이상하게 눈물이 난다. 감정 기복이 심해서 그렇다기보다는 너는 감정들이 끈끈하게 연결된 사람인가 보다, 생각했다. 기쁠 때 슬픔을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니.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너는 가장 이상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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