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과 만족 사이에서 삶을 되묻다- 안분지족

'욕심'과 '만족' 그 사이의 깊은 고민

by 미더유


운전대를 잡은 손이 한없이 무겁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바쁜 출근길. 50대 중반의 내게 이런 익숙한 풍경들은 더 이상 설렘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어젯밤 늦게까지 모니터 앞에서 씨름했던 영상 편집 프로그램의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운전석 중년 1.jpg

'퇴직 후의 삶'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나를 쉴 새 없이 몰아세운다. 오늘 아침 나의 몸은 어제보다 더 무거웠다.


그 피로가 단순히 육체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마음의 짐이, 욕심과 자기만족 사이에서 길을 잃은 내 감정이, 온몸과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룸미러에 비친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희끗희끗해진 머리카락과 깊어진 눈가의 주름.

20대, 30대에는 그저 빛나는 젊음만 보였을 텐데, 이제는 세월의 흔적과 함께 묵직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문득 아내가 떠올랐다.



같은 길을 걷는 맞벌이 부부인데, 나는 아내가 짊어진 짐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중년 남편 아내에게 미안해함 (2).jpg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한데도, 피곤하다는 핑계로 따뜻한 위로 한마디 건네지 못했다. 늘 지쳐 있는 나를 보며 아내도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리고 딸아이가 생각났다. 20대가 훌쩍 넘었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채 우리 부부에게 얹혀사는 딸. 그 모습이 내 마음을 자꾸만 불편하게 만들었다.


'어느 세월에 독립할까', '왜 저렇게 스스로 노력할 생각을 안 할까'.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한 차가운 말들이 눈빛을 통해 딸에게 전해지고 있었으리라.

중년 아버지 딸과 갈등 (2).jpg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현실의 불안은 나를 자꾸만 냉정한 아버지가 되게 만들었다.


그렇게 나는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두 사람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왜 나는 이토록 쉼 없이 달려가려 하는가. 늦은 밤까지 영상을 편집하고, 주말에도 노트북을 켜는 나의 모습은 과연 미래를 위한 투자일까, 아니면 불안을 떨치기 위한 무의미한 몸부림일까.


나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었다. 건강과 가족과의 시간을 희생하며 얻으려는 것이 과연 진정한 행복일까.

지친 중년 뒷모습 1.jpg


그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명사의 이야기가 내 귀를 잡아끌었다. 유가 사상의 '안분지족(安分知足)'.

나는 그 단어를 들으며 잠시 피식 웃었다. 현실에 안주하는 나약한 사람들의 변명이라고 치부했던 단어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설명은 내 생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안분지족'은 무작정 노력을 멈추라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분수(分)'를 알고 그에 '만족(足)'하는 지혜라고 했다.


이 깨달음은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내게 갈증을 해소해 주었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분수'는 무엇이었을까. 불안한 노후를 위한 통장 잔고가 아니라, 가족의 행복과 나의 건강을 지키는 것 아니었을까.

식탁에서 행복한 가족모습 (1).jpg


차가 막힌 도로 위에서 나는 한참 동안 멈춰 섰다. 그리고 내 인생의 방향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나의 욕심이 가족의 행복을 갉아먹고 있었고, 나의 불안이 딸과의 관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었다.


퇴근 후 지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냉랭했던 딸의 방에 찾아가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려 한다.


내일의 불안 대신, 오늘이라는 선물에 조금 더 집중해 볼 용기를 내본다. 어쩌면 가장 치열했던 이 길 위에서, 내가 찾던 진정한 길은 화려한 성공의 탑이 아니라, 따스한 가족의 온기와 잔잔한 마음의 평화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뎌 본다


나는 그동안 행복을 소유하려 했지만, 진정한 행복은 마음의 평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낀다.

아직 모든 답을 찾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제는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무조건적인 욕심을 조금 내려놓고, 나의 '분수' 안에서 충분히 '만족'하며 사는 법을 배워보려 한다.


다시 한번 우리 모두에게 질문해 본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달려가고 있나요? 그리고 그 길 위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혹시 놓치고 있진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