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을 모아 기도를 한다. 두 눈을 질끈 감고 간절함을 담는다. 입은 움직이지 않지만 마음속에서는 어느 때보다 큰 소리로 외친다.
방 안은 분류되다가 포기한 물건들로 어수선하다. 비슷한 형태나 성질을 가진 무언가 들이 모이다가 그대로 드러누운 듯, 방 안은 어지럽다. 나는 그 방 안의 중앙이라고 볼 수 있는 곳에 무릎을 꿇고 있다. 나는 분명 청소라는 것을 하고 있었다. 과거를 모조리 꺼내어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당최 그 어떤 것도 정돈이 되지 않고 제 멋대로다. 청소하기 전보다 방은 더 어지럽혀졌다. 나는 결국 두 손을 모았다.
얼마쯤 기도했을까? 무릎이 저리고 목이 건조해져 따끔거렸다. 슬며시 감은 눈을 떴다. 아주 천천히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방은 아직도 그대로였다.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다. 아니, 바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살핀다. 무너진 수납장, 책장에서 쏟아지는 책들, 산더미 같은 옷들, 먼지와 머리카락이 뭉쳐진 보기 흉한 무더기들.
나는 무엇을 했어야 했나, 무엇부터 했어야 했을까, 멀지 않은 과거에 나를 우습게 보았던 그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넌 항상 그런 식이야, 그러니까 너 주변에는 사람이 없는 거야, 사람을 챙겨야 해,라고 뱀 같은 눈과 혀로 내게 말했던 말들. 그것은 비수가 되어 날카롭게 꽂힌다. 최근에 상담 선생님이 했던 말도 떠오른다. 그건 쓰레기 말이에요, 당신은 그렇지 않아요, 그런 쓰레기 말에 휘둘릴 필요 없어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게 했던 말들.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나는 나를 어떻게 돌봐야 할까, 나는 나를, 나는, 나를.
다시 두 손을 모았다. 깍지를 끼고 천장에 손이 닿을 만큼 기지개를 켠다. 나도 모르게 입에서 앓는 소리를 낸다. 두 팔과 두 다리가 떨어질 만큼 강한 힘으로 근육을 핀다. 머리가 어지럽다. 무거웠던 눈덩이가 가벼워진다. 나는 다시 주위를 살핀다. 우선 물건부터 꺼내어 밖에 내보내자. 그리고 바닥과 벽을 쓸고 닦자. 그다음에 하나씩 다시 들여오면서 분류를 해보자. 버릴 건 버리고 쓸 건 닦아서 보기 좋게 정리해 보자.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지만 일단 해 보자. 기도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