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메탈로 된 문이 달려있다. 메탈이 어찌나 깨끗하던지 마주하는 모든 것들을 비추고 있다. 그 안에는 무릎보다 낮은 소파들이 있었고, 소파에 앉은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궁둥이를 붙이고 있었고, 양옆에는 마스크를 낀 남자(오른쪽)와 여자(왼쪽)가 앉아 있는 안내대가 놓여져 있었다. 소파에 앉은 사람들은 자신의 손에 쥐어진 번호가 화면에 등장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문에 비친 내 어깨 너머에는 머리가 하얗게 변한 늙은 남성이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한 채 코로 요란한 숨을 뱉고 있다. 뉴스에 나오는 어수선한 국정 상황 때문인지, 처량한 처지를 비관하다 못해 터져 나온 한숨인지는 모르겠다만.
피부가 하얀 여자가 내 옆에 다가와 섰다. 그녀는 머리가 턱까지 내려오는 머리 스타일을 하고 있었는데, 검은 머리 색이 흰 얼굴 때문인지, 더 까맣게 보였다. 메탈에 그녀의 모습이 비쳤다. 하얀 반소매 티셔츠에 블랙진을 입고, 왼손에는 하얀 기브스를 차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힐끗 보았지만, 그녀는 내게 일말의 시선도 주지 않았다. 아마 내 존재에 대해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 -당장 나를 통나무로 대체해도 별 상관없을 것이리라.- 나는 시선을 정면으로 되돌렸다. 메탈로 된 문이 내 앞에 있다. 그 안에는 내가 있었다. 흐린 날 하늘처럼 회색의 표정을 짓고 있는 내가. 문득 하나의 상념이 피어올랐다. 그건 갈증이었다. 혹은 필요에 의한 본능적인 요구일 수도 있다. 나는 아주 근사한 미소를 보기를 원하고 있다. 꽤 간절하게. 깊은 눈빛이 휘어져 부드러운 선을 그리고, 입가에 풍기는 향긋한 공기가 슬며시 하늘을 향해 나아가며, 햇빛에 반짝이는 앞니가 부끄러운 듯 슬며시 고개를 내미는, 그런 미소. 얼굴에 핀 주름들은 전혀 과장되지 않았으나, 어떤 누구도 그 모습을 보면 함께 미소 짓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아주 근사한 미소가 보고 싶어졌다. 그 미소는 어떤 값을 지불해도 볼 수 없고, 무릎을 꿇고 사정하여도 쉽사리 접할 수가 없다. 어쩌면 지금 당장 북아일랜드로 (배를 타든, 비행기를 타든) 날아가 오로라를 보는 것이 확률적으로 가능성 더 높을 수도 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나는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손가락을 들어 버튼을 눌렀다. 숫자 5에 불이 들어왔다. 언제였을까.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밀도 높은 스모그들이 상을 흐릿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서로 엉켜버려 분간조차 어려웠다. 언제였을까. 그런 근사한 미소를 보았던 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