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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Mar 01. 2022

[인터뷰] 비건 요리사 베지아모

비건 부부

베지아모 인스타그램@veggiamo (사진 제공)

비건 2014~ / 요리사/ 비건 부부/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독일 워킹홀리데이/ 짧은 목줄에 묶여 방치된 동네 개들 견주 허락 하에 산책 및 돌봄, 새벽이 생추어리 봉사활동


비건 시작한지는 얼마나 됐어?

비건은 2014년 1월. 딱 8년 됐다 8년.


2014년에 한국에서 비건하기 어땠어?

처음에는 사실 되게 좋았다. 원래 한국에서 채식을 해서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어. 소젖까지 먹는 채식일 때는 외식도 쉬웠는데, 비건이 되니까 어디에든 소젖이 들어있어서 먹을 게 없다는 말이 와 닿았어. 그때부터 사찰음식, 마이크로 비오틱 같은 요리를 배우기 시작했거든. 당시 휴학 중이라 시간도 많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 충분히 잘 먹을 수 있구나 했지.


사실 하루 종일 굶을 때도 많았어. 어딜 갔는데 정말 먹을 게 하나도 없는 거야. 샐러드드레싱에도 뭐가 들어가서 “다 빼고 올리브유로만 할게요.”하고 시켰는데 치즈가 뿌려져 나온 거지. 그래서 맥주만 마시거나. 맥주도 그땐 잘 몰랐는데 흑맥주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을 했나, 아니야 맥주도 안 마셨어 그때 그냥 물만 마셨어. 친구들이랑 노는데 물만 마시고, 외식하러 가서 “스톡 빼고 알리오 올리오 해주세요.”했는데 스파게티 자체에 치즈가 들어간다는 거야. 처음 비건 됐을 때는 친구들 만나면 친구들은 다 먹는데 나만 아무것도 못 먹고 그냥 마시기만 했던 적도 너무 많았던 것 같아.


남들 다 먹고 있는데 나 혼자 못 먹으면 좀 서럽긴 할 것 같아

아니 그때는 너무 행복했어. 처음 채식할 때는 그냥 소젖이 진짜 행복한 소에서 오는 줄 알았거든. 비건이 된 해에는 항상 그 마음에 내가 소젖을 먹는다는 불편함, ‘인지 부조화’가 없어지니까 너무 행복한 거야. 내가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살고 있다는 게. 그래서 쫄쫄 굶어도 너무 행복했어. 그때 또 건강하게 사는 것에 관심이 많았을 때라 맨날 그린 스무디 들고 다니면서 친구들 밥 먹을 때 그거 먹거나 싸가거나 먹고 갔어.


첫해에는 삶이 너무 아름다웠어. ‘내가 이래서 태어났나? 이렇게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을 느끼려고 태어났나?’ 그랬던 때가 있는데 지금은 막 ‘왜 태어났을까’... 몇 년 넘어가면서 앵그리 비건이 됐는데 처음에는 진짜 행복했어. 그러다가 못 버텨서 뉴질랜드 간 거야.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내다 보니까 너무 화나는 거야. 한 2-3년이 지나면 바뀌어야 되는데 안 바뀌니까. 맨날 싸들고 다니고, 식당가서 물만 마시는 게 지치니까.


졸업하고 뉴질랜드로 간 거야?

휴학하고, 복학하고, 졸업하고 뉴질랜드 갔다가 호주 갔다가 캐나다 갔다가 독일 갔다가 지금 한국.


애인이랑은 호주 비건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 만났댔지? 둘 다 만나기 전부터 비건이었어?

나는 비건이었고, 애인은 비건까지는 아니고 채식? 그 정도. 애인은 12살 때부터 채식했어.


12살? 가족들이 그렇게 먹은 거야?

아니 그건 아니고 혼자 했는데, 그냥 어릴 때부터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내가 먹는 음식이 어디서 오는지가 궁금했대. 알게 되고는 안 먹겠다 해서 혼자 안 먹었대.


그래도 너 만났을 때는 이미 거의 비건으로 먹었던 거네

어 근데 아마 요거트를 먹었던 것 같고, 꿀도 좀 먹었을라나 아무튼 그 정도


너랑 만나면서 애인도 비건이 된 거야?

그런가 서로 생각도 비슷하고, 같이 먹을 때 항상 비건으로 먹었으니까. 지금은 비건이지. 비건 될 수밖에 없지. 바디로션부터 주방 비누라든지 집에 있는 모든 물건이 다 비건이니까.


(우리 이번에 한국가면 같이 부산여행가자는 얘기...)

부산은 일단 먹는 게 수월하니까, 다른 데는 가기가 좀 애매해. 비건끼리 가면 애매할 게 없는데 가족끼리 가면 동생은 해양 동물이 먹고 싶은데 우리 때문에 못 먹는다든지, 이런 상황이 생기면 그게 또 속상하지. 아니 굳이 먹어야 되나? 내 입장에서는 굳이 그 며칠을 굳이 먹어야 되나? 싶은데 얘는 어 굳이 거기까지 가는데 안 먹으면 손해 아닌가 약간 그런 게 있지. 눈치 보이고.


보면 어떤 비건들은 너무 미안해하더라

나도 그랬거든 옛날에는. 해외 다니면서 거기 비건들을 보고 느꼈어. ‘그래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내가 눈치를 봐야 되지?’ 이게 한국에 있으면 그렇게 되더라고. 단체 생활인데 나 때문에 남들이 불편한가 하는?

뉴질랜드 갔을 때 만난 9년 차 비건이 있거든, 얘가 논비건 먹는 걸 보고 막 “으...” 하는 거야. 그 전까지는 논비건들이 비건음식 보면서 “어우 이거 풀이야?” 이러면 “아니야 이거 맛있어!!” 이러다가 그 비건 애가 “으으... 양? 양을 먹어?” 하는 걸 보고 자신감이 생겼어. ‘그래 맞아, 내가 이 입장이어야지!’ 걔한테 진짜 고마워, 내 생각에 전환을 해준 애였어.


뉴질랜드에서 일할 때는 같이 일하는 애들이 비건이 더 많았거든, 같이 식당을 가면 논비건 애들이 메뉴를 보면서 우리 눈치를 봐, 그러면서 “치킨버거 시켜도 돼?” 이렇게 물어봐. 항상 “난 그럼 감자튀김 먹을 게” 이런 입장이었는데 뭔가 권력이 이동이 된 게 느껴지잖아, 그때도 새로웠어.


한국에도 간혹 가다가 내가 네 앞에서 육식 시켜도 돼 이러는 사람이 있긴 있대

나도 겪어봤거든. 이번에 사귄 친구가 내가 채식시작하고 처음으로 그렇게 물어봐준 친구였어. “내가 너 앞에서 논비건인 걸 먹어도 돼?” 이렇게 10년 동안, 십몇 년 동안. 그게 세상에... 감동을 받게 되더라.


나는 가족, 친구들이랑 어디가면 다 비건으로 시켜. 먹어보면 맛있대. 아니면 비건음식에 손을 안 대니까

응 안 그러면 꼭 비건 아닌 거 시켜. 진짜 편견이 있나 봐, 비건 음식은 맛없을 거라는 편견. 우리 엄마도 그래 맨날 비건은 좀 뭔가 부족한 맛이 있다면서. 근데 엄마가 진짜 그렇게 막 동물 살점만 먹는 것도 아니거든? 좀 심심한 것 같대. 맛에 한계가 있대.


딸이 요리사인데?

얼마나 그러겠니 내가. 애인이랑 열심히 준비해서 코스요리를 해줬는데 그때는 맛있게 드셔놓고 나중에는 그래도 “비건 요리에는 뭔가 한계가 있어”이러면 내가 얼마나 기운이 빠지겠냐. 근데 또 맛있대.


애인이랑 같이 다니니까 조금 더 가족들하고 비건으로 먹기가 쉬워진 것 같네

그치 일단 쪽수가 많아지니까. 내가 혼자 눈치 보지 않고 우리 둘이 비건이니까 우리한테 맞춰야지 이런게 생긴 것 같아. 훨씬 나아. 쪽수가 많아야 돼 쪽수가.


비건 되고 나서는 계속 비건 식당에서 일한 거야?

응 근데 베지테리언 식당이었던 적도 있어. 그래서 닭알 깨고 치즈 만져야 될 때도 있었어.


보통 비건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건이야?

아니야 거의 나 혼자거나 애인이랑. 때에 따라 다른데 뉴질랜드는 베지 식당이었는데 비건이 많았고, 호주는 비건 식당이었는데 비건 반 아닌 애 반 정도였고, 캐나다에서는 팀이 한 20명이었는데 나랑 애인만 비건이고 나머지는 다 아니었어.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비건을 검증 당하는 느낌이라 힘들었어. 걔네는 다 비건 요리를 하면서도 “나 비건 요리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안 먹어.” 이런 식으로 말해버리니까.


캐나다에 비건들 많지 않나

우리가 두 군데에서 일했는데 첫 번째 식당이 그랬고, 두 번째 식당은 우리 말고 한 명 있었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 돼. 독일은 베지 식당이었는데 일하는 애들은 거의 비건이긴 했다. 오히려 베지 식당에 비건이 많고 비건 식당에 논비건 애들이 많은 것 같네.


런던에는 비건 사업자와 비건 노동자가 모이는 웹사이트가 있어서 그걸로 연결 될 수 있거든

너무 좋다. 우리는 나는 없었어. 그런 거 본 적이 없어. 룸메이트나 쉐어 메이트를 찾는 경우는 봤는데 직업까지 찾는 경우는 못 봤어. 나는 해피카우앱으로 비건 레스토랑 보고, 너무 없으면 베지까지 늘려서.


알러지나 건강문제라고 하면 이해하면서 윤리적인 이유라고 하면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거야

고등학교 때 처음 나는 호주에서 채식을 시작해서 한국에 왔을 때는 그냥 한약 먹는다고 그랬어. 특히 그때는 정말 그럼 "식물은? 단백질은?" 이럴 때라 “저 한약 먹어요.” 이러면 아무 말도 안 해. 지금은 단백질이랑 식물 물어보는 사람 없어. 이제 비건이라고 하면 다 알아.


요즘에 살기 좋아?

요즘엔 마트가도 만두나 언리미트도 있어. 마트에 살 수 있는 게 있다는 게 감동이야. 얼마 전에도 마트가서 100% 식물성 야채 국밥을 샀어.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진짜 많이 변했어. 우리 동네 슈퍼가 작은데도 있어. 풀무원 짜장면도 있어 떡볶이도 있고. 가끔 요리하게 힘들 때 그런 걸 살 수 있다는 안도감이 생겨서 좋더라. 라면도 있고. 맞아 라면도 있어. 요거트도 있어. 생각해보니까 많이 늘었네. 원래 내가 한국 올 때마다 맨날 2-3kg씩 맨날 빠졌거든 근데 지금은 쪘어. 진짜 좋아졌다는 거지.


전에 너네 엄마가 너 어렸을 때 몰래 뭐 넣었다고 한 적 있지

어 맞아. 그래서 사실 어제도 좀 그랬다. 어제 엄마 집에 떡국을 먹으러 갔는데 떡국이 너무 뽀얀 거야. 엄마가 두유를 넣었을 리도 없고 의심이 되는 거야. 1월 1일 날도 엄마 집에서 떡국을 먹었는데 그때는 뽀얗지가 않았거든. 그때는 내가 간을 했는데 이번엔 엄마가 처음부터 끝까지 해줬어. 그래서 “엄마 맛있다 뭐 넣었길래 이렇게 맛있어?” 했는데 “그냥 뭐 연두...” 디테일하게 하나부터 열까지는 말을 안 해줘서 약간 불안하긴 하더라 그냥 떡이랑 만두에서 나온 전분이겠거니 해.


비건 지향하고 나서 가족 가족이나 친구들과의 관계에 영향 같은 거 있었어

응 나는 친구가 대폭 줄었어. 이게 비건이랑 동반된 건지 모르겠는데 대학도 졸업했고... 약간 비건이 되니까 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가 싫어지더라. 그냥 채식할 때는 그래도 옵션이 있는 곳으로 가면 되니까 괜찮았는데 비건이 되니까 먹을 게 너무 신경이 쓰이는 거야. 새로운 사람 만나면 같이 밥을 먹게 되고, 저 비건인데요 하면 비건이 뭐냐고 부터 시작하니까. 피곤하고 사람들 육식하는 것도 보기 싫으니까 좀 안 만나게 되더라.


지금은 어때?

지금도 내가 막 나서서 만나지는 않아. 학교 다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사람 만나는 일이 쉽지 않지. 특히 애인을 만나고는 친구가 필요가 없는 거야. 얘가 친구도 되고 다 되니까. 나는 그리고 또 나라를 많이 옮겨 다녔으니까 ‘어차피 1년 보고 말 사인데...’ 이런 마음에 남편이랑만 놀게 되더라. 그것도 있는 것 같아 비건 플러스 떠돌이.


네가 생각했을 때 비건이 아니었으면 이게 달라졌을 것 같아?

비건이 되고 나서 성격이 좀 바뀌었어. 냉소적이게 된 게 있지. 맞아 진짜 변한 것 같아. 왜냐면 내가 대학교 다닐 때만 해도 그냥 채식을 해서 아무 데나 가도 먹을 게 많았잖아. 그래서 맨날 친구들이랑 술 먹고 클럽 가고 놀러 다녔거든. 그때는 새로운 사람 만나는 것도 재미있었는데 비건이 되니까 일단 술도 잘 안 마시게 되고. 새로운 사람마다 내가 비건인 거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야 되는 것도 지치고, 비건이 되면서 사람의 안 좋은 모습을 많이 보잖아 막 식물은? 이런 것부터 시작해가지고. 질리더라. 그래서 만나기가 싫더라.


그래서 난 비건을 만나고 싶더라. 네가 말했던 그 스트레스 받기 싫어가지고

어 근데 또 비건만 만나면 너무 생각이 고립되는 느낌이 있어. 우리는 말이 잘 통하는데 그 사람들을 이해하려고 안 하게 되니까. 근데 내가 이해해야 되나 아무튼. 나는 이제 인간에 대한 믿음이 없어진 거지. 근데 요번에 이제 복순이(돌보던 강아지) 통해서 사람들 만나봤잖아. 좋은 사람들이 많은 거야. 이제는 좋아졌지.


좋은 사람도 많은데 또 내가 비건 되니까 태도가 돌변하는 사람들도 있더라

내가 고기 안 먹는 게 그들에게 그렇게 불편한 일인가? 나는 그것도 이해가 안 돼. 왜 그렇게 사람을 먹는 것 갖고 못살게 구냐. 이게 비건 하면 사람이 걸러지는 것도 있어. 내가 비건을 한다고 했을 때 그런 사람들이 있잖아, 그러면 다음에 안 만나게 되더라 그래서 걸러지더라.


대신 나한테 남아있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

그치 그래서 난 더 좋아. 그 말을 하고 싶다. 진짜 더 좋아. 인간관계가 작지만 깊어지니까 좋은 것 같아. 근데 그런 생각도 해. 내가 만약에 유명했으면, 만약에 내가 유재석이야 그러면 내가 전할 수 있는 영향력이 커지잖아. 좁디좁은 인간관계에서 아무리 비건 영향력을 행사해봤자 요기서 요기인데 내가 만약에 유재석처럼 인기가 많고 사람들이 다 날 좋아하면 내가 “저 비건이에요” 하면 그 사람들도 더 관심도 가지고 할 텐데 그런 아쉬움은 있다.



비건으로서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비건이 되기 전과 후에 느낀 저를 둘러싼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한 저의 경험을 쓰고, 비건 동지들을 인터뷰 할 예정입니다. 육식주의 세상을 사는 오늘날 비건의 가족관계, 친구관계, 연인관계, 학교나 직장생활, 단체생활, 취미생활 등 다양한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와 <비건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이메일 meejisux@gmail.com 으로 연락 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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