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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Mar 21. 2022

[인터뷰] 비건 창작자 남아기

비건-논비건 연애관계

남아기 인스타그램@3217_3217_3217 (이미지 제공)

비건 2015~ / 창작자/ 비건-논비건 연인관계/ 생채식과 단식에 관심


혹시 비건 지향하기 전에 ‘비건’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는지 기억나?

비거니즘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어. ‘채식주의자’라는 부류가 있다는 건 알았는데 나도 그들을 당시에는 굉장히 별난 사람들로 생각했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이상한 데이트 상대, 프렌즈의 피비처럼 약간 별난 사람? 혹은 스님, 비구니 이런 느낌. 종종 기사나 잡지 같은 데서 ‘어떤 유명인이 채식주의자인데 이렇게 날씬하다’ 이런 내용을 그냥 지나가면서 봤거나 하는 정도였어.


지금은 어때?

요즘엔 고기, 계란, 유제품 안 먹는다고 해도 우리나라 어르신들도 “비건인가 뭔가 그런 거야?”하는 정도로 세상이 변했잖아. 2~3년 전까지만 해도 좀 젊은 사람들 몇몇 말고는 비건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 같아. 지금은 굉장히 편해졌어. 어디 가서 채식한다고 해도 “채식인가, 비건인가 뭔가 해?”이런 반응이지 막 큰일 날 것처럼 “뭐? 그럼 이것도 안 먹어, 저것도 안 먹어? 그럼 뭐 먹고살아?”하는 경우가 적어졌고, 이젠 한 부류의 인간으로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들어.


비건이 되고 나서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변화가 있었을까?

크게 변화되었다고 볼 수도 있고 변화가 아예 없었다고도 볼 수 있는 것 같아.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그 자체는 똑같거든. 약자를 괴롭히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는 그 기본적인 개념은 우리 모두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었잖아.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 약자를 괴롭히지 말자는 개념이 사람에게만이 아니라 동물에게까지 확대된 확장의 의미에서의 변화지 가치관 자체가 변하진 않은 것 같아. 내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피해를 입는 존재들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거야.


비건 지향을 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은 사람이 있었어?

처음에 비건이 되기로 결심했을 때 난 완전히 혼자였지. 주변에 비건, 심지어 채식 자체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다큐멘터리를 보고 비건이 되겠다고 결심을 했고 실천하기 시작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거의 극단적이라고 얘기했어. 어떤 사람들은 존경스럽다고도 했지만 극단적인 사람으로 보는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아. 가족들도 호의적이지 않았지.


심지어 나 자신도 확신은 없었던 것 같아. 더 이상 동물을 먹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니까 라는 단순한 이유로 관둬야겠다 생각해서 시작했던 거고, 채식 관련 다큐멘터리들에서는 채식이 건강에 더 이롭다라고는 했지만 또 반대의견도 다른 자료들에선 많이 볼 수 있었으니까 건강에 대한 강한 확신까지는 없었어.  


남자애들 만날 때 걔네가 비거니즘 이야기 듣고 비건 되기도 했다고 그랬잖아

나 만나고 베지테리언이나 아예 비건이 된 경우도 있었어. <게임 체인저스>라는 다큐가 특히 남자들이 비건과 채식에 관심을 갖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 


데이트 상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채식에 대한 얘기를 하기 쉬워진 것 같아. 채식이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힙해졌고 맛있어졌고 접근도 쉬워졌잖아. 예전에는 비건으로서 사회생활이 ‘아주 많이 힘들겠다’였으면 지금은 ‘조금 힘들겠다’ 정도로 바뀐 것 같아. 아무튼 지금은 비건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은 되고 있는 느낌이 들어. 이전엔 내가 채식하는 것 자체가 남들에게 피해가 될까 봐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있었어. 나 한 명 때문에 모두가 같이 채식 식당을 가는 걸 상상하기 어려웠어. 일행들을 비건 식당으로 데려가는 것이 나 한 명 때문에 모두를 희생시키는 기분도 없지 않아 들었어.


비건이 되고 나서 데이트 상대를 만나는 게 어려워졌다고 생각해?

확실히 진지한 관계를 이어나갈 만한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려워졌다고 생각해. 진지한 관계를 고려해 볼 수 있는 풀이 좁아진 거잖아. 비건이 되기 전에는 전 세계 사람을 다 만날 수 있었다고 예를 들면 이제 한 국가의 사람들밖에 못 만나는 것 같은 그런 느낌? 다른 조건들도 다 잘 맞고 비건이기까지 해야 하니까 확실히 확률이 줄어든 거지. 진지한 관계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적어졌어. 미래에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현재까지는 나한테 파트너가 비건이어야 하는 조건은 아직까지 중요하니까. 대화나 가치관이 어느 정도 통했는데 상대가 비건이 아니면 진지한 관계로 이어지는 큰 걸림돌 같은 것은 사실이야. 


그리고 내가 비건이라고 했을 때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태도로 대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얼마나 열려 있고 이해를 하는지 판단을 저절로 해버리게 되는 것 같아. 내 얘기를 경청하는지 아니면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지, 본인도 좀 알아보고 궁금해하는지 아니면 그냥 무작정 피하는지에 따라서 어떤 사람인지 나한테 맞는 사람인지 알아보기 쉬운 것 같아.


대신에 만나면 만족도가 높긴 하잖아

높을 것 같은데 아직 못 만나봤어. 만난 이후에 내가 비거니즘을 설파해서 끌어들인 적은 있어도 애초에 비건이었던 사람을 만난 적은 없어. 그리고 사실 이제는 사람을 진지하게 사귀고 싶은 마음도 없는지도 몰라. 


일은 하는데 직장생활은 따로 안 하고 있지?

그지 그게 아주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직장생활을 했다면 훨씬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사람들이랑 만나서 일할 때도 있잖아, 콜라보를 한다거나

예전에는 진짜 힘들었는데 지금은 쉬워졌어. 채식한다고 얘기해도 아무도 부정적으로 뭐라 안 하고, 같이 비건 식당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으니까. 예전에는 일이나 작업 끝나고 고깃집 같은 곳 가면 나는 혼자 밥이랑 쌈장이랑 쌈 싸 먹고, 치킨집 가면 무 집어먹고, 햄버거 시켜 먹으면 그때는 맥도널드나 버거킹 프렌치프라이가 비건인 줄 알고 먹었어.  


나는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하니까 어렵지 않았어. 가끔 혼자나 편한 친구랑 나가서 먹을 때 김밥집 가면 뺄 거 빼고 싸 달라고 부탁드리고 비빔밥 주문하면서 계란 빼고, 고기 빼고, 고추장에 고기 들어가 있으면 그냥 고추장 없이 참기름만 넣어서 비벼 먹어도 이미 야채에 간이 배어있으니까 맛있잖아. 고추장 대신 간장 조금 넣어달라고 해도 맛있고. 간장 비빔밥. 나는 채식하는 거 어렵지 않았고 괜찮았어. 


안경 만드는 게 너무 재밌는데 쓰레기 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고 한 적 있잖아, 나도 의류매장에서 일할 때 옷이 하나하나 비닐에 싸여서 오거든 그걸 다 빼면 하루에 쓰레기가 한가득 나온단 말이야

하나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하면 다른 문제들도 더 잘 보이기 시작하니까. ‘이것도 문제 아니야? 저것도 문제 아니야?’ 하고 계속 끝이 없는 것 같아. 어차피 사람이 완벽할 수 없는데 하나의 문제에 눈을 뜨면 자꾸 비슷한 더 많은 문제들이 보이니까. 그런 면에서 좀 삶이 불편해지긴 하지. 비건 말고 쓰레기 같은 거 잘 분리하거나 최대한 줄이거나 하는 걸 잘하지 못하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 스트레스받아. 모든 것에 있어서 이전처럼 편하게 살지 못해 지는 거? 확실히 비건을 시작하고 다른 것들에까지 눈을 뜨게 되면서 좀 더 살기 불편해진 건 확실해. 내가 실천은 전부 못하고 있어도 마음이 불편해졌어. 알면서 못하니까.


경험을 정리하면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해서 비건으로 살아가는데 별로 큰 불편함이 없었다는 뜻일까?

개인적으로 사회생활을 많이 안 하는 부분도 그렇고, 내가 동물들에게 엄청난 동정심이 일어 마음이 아프고 공감을 해서 채식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크게 불편하지 않아. 사람들이랑 같이 고깃집만 가도 너무 마음 아파하는 비건 분들도 계시잖아. 나는 그게 아니라 그냥 단순히 육식을 윤리적으로 옳지 않다는 판단 때문에 하는 거라 당연히 아쉽기는 하지만 그게 너무 끔찍해서 버티기 힘들고 그런 게 아니니까 그렇게 큰 불편함은 못 느꼈던 것 같아. 공감을 많이 하는 사람들한테는 한 생명이 거기서 불태워지는 거니 마음이 찢어질 거 아니야. 그런 분들이 되게 힘드실 것 같아. 상대적으로 나는 쉽게 편하게 지낼 수 있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해.






비건으로서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제가 비건이 되기 전과 후에 느낀 저를 둘러싼 사람들, 그들과의 관계와 사회생활에 대한 저의 경험을 쓰고, 비건 동지들을 인터뷰할 예정입니다. 육식주의 세상을 사는 오늘날 비건의 가족관계, 친구관계, 연인관계, 학교나 직장생활, 단체생활, 취미생활 등 다양한 내용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와 <비건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분이 있다면 언제든 주저하지 말고 이메일 meejisux@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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