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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Nov 17. 2022

[태국] 배고픈 채식인의 한줄기 빛, 쩨 식당

먼저 치앙마이에 다녀온 비건 친구들에게 태국 여행 팁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 그림을 보내주며 말했다.

"노란 깃발에 쓰여 있는 쩨(เจ)를 찾아!"

태국에 도착해 해피카우앱으로 비건/채식 식당을 검색해 찾아다니다 보니 말로만 듣던 노란 바탕에 붉은색으로 쩨(เจ 혹은 齋)라고 적힌 깃발이 갈런드처럼 마구 걸려있는 식당들을 만나게 되었다. 

노란 깃발이 가득한 쩨 식당

쩨 식당은 태국 도시 어디에나 하나 이상은 있는 한국으로 치면 러빙헛 같은 채식 식당으로 간혹 닭알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비건이다. 쩨 식당은 밥에 미리 조리된 음식을 고르면 한 접시에 담아주는 곳과 메뉴의 음식을 만들어주는 곳, 그리고 준비된 요리도 있으면서 따로 주문할 수 있는 곳도 있다. 준비된 음식만 있는 곳에서도 국수는 따로 주문이 가능하다.

준비된 음식
메뉴판. 구글 번역기 앱으로 확인하고 주문한다

각 도시의 쩨 식당들이 연결되어있는지, 레시피를 공유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그린 커리, 감자 커리, 채소볶음, 버섯요리, 두부요리 같이 대충 비슷한 음식이 있고, 곁들여 먹을 수 있는 춘권이나 두부 소시지, 완탕 튀김도 있다. 주문 가능 음식은 팟타이, 팟씨유, 국수, 공심채나 케일 볶음 등 태국 음식이며 식당에서 비건 라면이나 간식을 같이 판매하기도 한다. 종종 국물을 챙겨주시기도 한다.

밥이랑 반찬, 국물
밥이랑 반찬
누들 숲(국수)
공심채 볶음

대부분의 쩨 식당은 다정하고 상냥한 중년 여성들이 운영한다. 가게가 작고 허름한 경우가 많다. 한쪽 벽이 아예 존재하지 않거나 영업 중에는 문을 활짝 열어두어 실내와 야외의 중간 느낌이 난다. 에어컨 대신 선풍기가 돌아간다. 벌레가 날아다니기도 하고, 더우면 더운 대로, 습하면 습한 대로, 비가 많이 내려 동네에 홍수가 나면 가게 안에 물이 차기도 한다.

홍수 난 아유타야의 쩨 식당. 물난리에도 요리를 해주셨다.

밥과 반찬 두세 가지, 국수, 요리가 담긴 한 접시 가격은 보통 40~50밧(약 1500원~1900원) 정도다. MSG를 쓰지 않은 음식은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깔끔해 자주 먹어도 질리지 않고 배고플 때면 생각이 난다. 쩨 식당에 앉아 밥을 먹을 때면 저마다 한 자리씩 차지하고 먹는 사람들, 음식을 포장해가는 사람들, 주문 들어온 음식을 픽업하는 배달기사들을 볼 수 있다. 

판매하는 간식이나 식재료
소스도 구매 가능

안락하고 따뜻한 쩨 식당의 음식은 태국 소울푸드, 푸근한 비건 집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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