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어서 가고 싶던 모든 곳에 갈 수 없었다. 미술관을 포기하고 뮤지컬을 봤다. 많이 걷고 1존에서는 빨간 버스만 탔다. 런던에 살 때도 굳이 일찍 집을 나와 이동시간이 튜브의 두 배로 걸리는 2층 버스에 올라타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오디오북을 들었다. 테이트모던의 10층 전망대는 이제 일반인은 못 간단다. 아쉬운 대로 3층에서 세인트 폴 성당 뷰를 관람했다. 타워 브리지를 걸어서 건넜다.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많이 못 볼 줄 알았는데 버스 안에서 세인트 판크라스 역, 런던아이, 빅벤, 리젠트와 옥스퍼드 스트릿, 피카델리 서커스, 소호, 트라팔가 광장, 하이드 파크 등 웬만한 관광지를 볼 수 있어 놀라웠다.
크로스타운 도넛 비건 지점
Crosstown Marylebone - Doughnut Bar
5-6 Picton Pl, London W1U 1BL, United Kingdom
베를린에는 브라미발이라는 비건 도넛가게가 여러 곳에 있다. 베를린에 갈 때마다 챙겨 먹을 정도로 꽤 맛있는데 도넛 하면 항상 마음속 어딘가에 ‘세젤맛’ 크로스타운 도넛이 생각났다. 우리를 재워주는 친구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크로스타운 비건 지점에 들렀다. 직원은 우리 도넛은 사워 도우라 일반 도넛에 비해 기름도 적고 ‘건강하다’고 했는데 가격이 브라미발의 거의 두 배였다. 도넛을 포장했다. 오후부터 일하기 시작해 저녁 늦게 들어오는 친구와 나눠먹기 위해 하룻밤을 기다려 아침을 먹고 도넛을 먹었다. 가게에서 바로 먹는 브라미발 도넛이 하룻밤 지난 크로스타운 도넛보다 아주 쪼끔 더 맛있는 것 같다.
쿡데일리
King CookDaily
10 Hanbury St, London E1 6QR, United Kingdom
런던에 살 때 내 최애 음식은 단연 쿡데일리의 팟타이였다. 친구들을 데려가고, 일 끝나고 혼자 가고, 배달시켜서 집에서도 먹었다. 그 팟타이 때문에 런던을 떠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누가 런던에 간다고 하면 꼭 추천했으므로 멀리서 구글지도로 식당이 잘 있는지 확인했다. 그동안 매장은 문을 닫기도 하고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다행히 쇼디치에 다시 생긴 쿡데일리에 갔다. 그동안 메뉴가 약간 바뀌었지만 팟타이는 그대로였다. 당연히 팟타이를 주문했다. 기분 탓인지 5년 전에 비해 가격은 비싸지고 양은 적어진 느낌이었다. 맛은 기억 속 그 맛과 비슷한데 소스가 너무 흥건해 다 먹고 난 입안이 단맛으로 얼얼했다.
배달전문 자메이카 비건 음식
All Nations Vegan House
41 Stoke Newington High St, London N16 8DR, United Kingdom
런던에서 같이 살던 카리네 그랜마랑 종종 연락했는데 한 번은 그랜마가 이제 본인이 80세라며 더 늦기 전에 놀러 오라고 하셨다. 일찍 일어나고 일찍 주무시는 그랜마를 만나러 아침에 댁으로 갔다. 마침 아부다비에 사는 카리 엄마도 놀러 와 계셨고, 카리도 왔다. 무슨 할 말이 그렇게 많은지 근처 카페에 다녀와 그랜마댁에서 웃고 떠들다 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는 줄도 몰랐다. 자메이카 비건 음식을 주문했다. 카리 엄마가 자메이카 전통음식은 원래 가공된 것과 동물성을 쓰지 않는 비건이라고 알려주셨다. 코코넛밀크가 들어간 밥반 콩반 밥과 샐러드와 수프와 볶음요리와 튀긴 플란틴까지 아름답고 즐겁고 맛있는 식사였다.
세젤맛 비건 피자집, 푸레짜
Purezza Camden | Sustainable Pizza
45-47 Parkway, London NW1 7PN, United Kingdom
뮤지컬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예약을 하려고 했는데 어쩐지 잘 되지 않았다. 그럼 포장이라도 해보자고 갔는데 그새 매장이 엄청 넓어졌고 빈자리도 많았다. 자리에 앉아 페퍼로니 피자와 감자요리와 샐러드를 주문했다. 감자가 도저히 참고 먹을 수 없을 만큼 짰다. 어떠냐고 묻는 직원에게 사실대로 말했더니 다른 메뉴로 바꿔준대서 모짜렐라 도우볼을 골랐다. 샐러드는 그냥 그랬지만 피자는 변함없이 맛있었고, 화덕오븐에서 갓 구워 나와 겉은 바삭 쫄깃하고 속에 고소하고 짭짤한 모짜렐라가 녹아 나오는 도우볼은 행복한 맛이었다. 입구 한쪽엔 슈퍼마켓에서 보기 어려운 다양한 비건 치즈가 진열되어 있었다.
5년 전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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