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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May 14. 2018

비건, 왜 하세요?

진짜로 궁금하세요?

대부분의 비건인 사람들은 비건으로 태어나지 않았고, 어렸을 때부터 비건으로 자라지 않았고, 근 몇 년 전까지 육식을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지 몰랐고, 의문을 가지지도 않은 채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래 왔듯이, 주변에 다른 사람들이 다 그러니까 나도 그냥 그렇게 살아왔다. 고기를, 유제품을, 해산물을, 달걀을 먹었고, 선택했고, 소비했다. 


비건이라는 말도 잘 몰랐다. 고기를, 유제품을, 해산물을, 달걀을 비롯한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을 땐 왜? 그 맛있는걸 왜 안 먹어? 동물이 불쌍해서? 그래도 맛있는데.. 안 먹으면 먹고 싶지 않을까? 나도 동물 좋아하는데.. 동물 먹는 걸 포기는 못하겠어.. 맛있는데 어떡해.. 미안해 동물들아..라고 하며 왜 비건을 해..? 골고루 잘 먹는 게 좋은 거라고 배웠는데, 사람은 잡식동물이라 동물도 먹고, 그 동물들은 우리가 먹으려고 따로 키우는 거니까 먹어도 되는 거라고 알고 있었고,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 힘을 내기 위해서, 키가 크기 위해서, 뼈가 튼튼해지기 위해서 먹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이 어디서 온지도 몰랐고 당연히 내 생각인 줄로만 알았다. 채식주의자들을 가끔 만나더라도 고기 안 먹고 어떻게 살지? 나는 못하겠다. 내가 비건이 될 일은 없어라고 생각했었고 말했었다. 


내가 비건이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 원래 채소, 과일도 좋아하고, 샐러드도 좋아하지만 고기도, 유제품도, 해산물도, 달걀도 모두 다 잘 먹었고, 맛있게 먹었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날엔 소화가 잘 되지 않아 소화제를 먹었었고, 어느 날은 야식으로 치킨을 먹고 자다가 급성 위염으로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 대학생이 되고 갑자기 이상하게 피부가 뒤집어졌을 때도 몰랐다. 채식으로 예방하고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다 빼빼 말라서 힘이 없고 핼쑥할 거라고 생각했다. 채식주의자들을 주변에서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나에게 채식의 이유와 좋은 점을 알려주는 사람은 내 주변에 없었다. 


심지어 나는 가리는 것도 없었다. 뭐든 주는 대로 잘 먹었다. 단 한 가지, 개고기라면 진절머리를 치며 난 죽어도 개를 먹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참 이상하다, 사람이 먹으려고 키웠다는 돼지, 소, 닭은 큰 죄책감 없이, 생각 없이 잘도 먹었던 내가, 할아버지께서 먹으려고 키웠다는 개는 죽어도 먹고 싶지가 않았다. 할아버지의 개가 새끼를 낳으면 나는 그 강아지를 보여달라고, 만지게 해달라고 졸라댔고, 그 강아지들은 너무 사랑스러웠다. 큰 어미개가 제 새끼를 만지는 나를 보고 으르렁거릴 때 무섭긴 했지만 그 개를 죽이고 싶다거나 잡아 먹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이 단 한순간도 없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개를 실제로 만나고, 만져볼 기회는 많았지만, 소, 돼지, 닭은 그럴 기회가 흔치 않았다. 시골에 가면 있는 소들을 본건 손에 꼽고, 닭보다는 초등학교 뒷문 문방구에서 팔던 삼백 원짜리 색색깔의 병아리들을 본 게 다였다. 동물원에 가서 보는 동물들은 내가 먹는 동물들이 아니었다. 기린 고기, 코끼리 고기라고 하면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 동물들을 왜 먹어? 어렸을 때의 무지한 나의 생각이 나는 개를 먹지 않을 거야에서 나는 모든 동물을 먹지 않을 거야로 번져나가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왜 비건이 된 거예요? 왜 채식하세요?"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이 질문은 비건이 되기 전의 무지한 내가 직접 하던 질문이기도 하다. 비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때, 알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 했던 질문이었을까? 그들의 대답이 잘 기억나지도 않는다. 내가 제대로 듣지 않아서였을까, 그들이 진실을 들을 준비가 되지 않은 나를 알고 대충 말해준 것이었을까. 이 질문을 하는 그들에게 나는 되묻고 싶다. 당신은 왜 비건이 아니죠? 


그들이 왜 비건으로 살기로 결심하게 되었는지, 왜 동물과 동물을 착취하고 괴롭히는 제품들을 먹거나 소비하지 않는지 진짜로 궁금하다면 그들에게 묻지 않고도 알 수 있다. 

유튜브에 가서 지구 생명체(Earthlings)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한편만 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실 왜 비건이 되기로 마음먹었는지에 대한 대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소젖을 얻기 위해서 젖소는 임신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강간을 당하고, 갓 태어난 송아지를 빼앗기고, 젖을 빼앗기고, 젖이 마르면 다시 반복되는 학대와 착취를 당하는 소들을 구하고 싶어서입니다. 


* 수컷이라는 이유만으로 부화하자마자 산채로 분쇄기에 갈려서, 쓰레기통에 버려져서, 가스에 중독되어서 죽어버리는 산란계 병아리들을 살리고 싶어서입니다. 


* 몸을 움직여 뒤를 돌아볼 수도 없는 좁은 철창에 갇혀 끊임없이 강간을 당하고, 새끼를 빼앗기는 어미돼지들을, 태어난 지 며칠 만에 마취도 없이 꼬리와, 송곳니를 잘리고, 거세를 당하는 새끼돼지들을 그냥 참고 있을 수 없어서입니다. 


* 햇빛 한줄기 들지 않는 어둡고 축축한 공장의 답답한 케이지 안에 평생을 갇혀서 서로의 오물을 뒤집어쓰고 마취 없이 고통을 그대로 느끼는 부리를 뜨거운 금속으로 절단당한 뒤 무리하게 알을 낳다가 뼈가 부러지고 멍이 들어서 죽어가는 닭들을 내버려둘 수가 없어서입니다. 


* 도망가지 못하게 날개를 잘린 여왕벌과, 평생 모아 온 식량과 집을 인간에게 빼앗기고 죽어가는 벌들이 사라진다면 지구가 멸망하기 때문입니다.


* 팜오일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고 오랑우탄이 죽고 있으며, 멸종위기의 그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입니다. 


* 바닷속 밑바닥까지 긁어서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잡아 팔아먹거나 죽여버리는 지금의 물고기잡이가 계속된다면 2048년에 바닷속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억지로 태어난 그 순간부터 잡아먹히기 위해 도살장으로 끌려갈 날이 이미 정해져 있고학대와 착취를 당하고 물건으로 취급당하는, 살고 싶어 하는 그 생명들을 지켜주고 싶어서입니다. 


* 이젠 진실을 알아버렸고, 더 이상 병들고, 고통 속에 죽어간 그 한 살 남짓한 어린 동물들의 시체와 고통의 산물을 내 입속에, 몸속에 넣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 동물원과 아쿠아리움은 부모를 죽이고 아기를 납치해와서 만든 동물 감옥이고 학대와 착취의 공간이며 아이들에게 동물을 아무렇게나 대해도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고통에 시달리는 동물들이 슬프고, 아파하며 죽어가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 인간과 비인간 동물이 공유하는 질병은 1.16%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불필요하게 동물들을 괴롭히고 죽게 만드는 동물실험을 멈추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 산채로 마취도 없이 벗겨버리는 동물의 털과 가죽그들에게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고, 과학기술이 발달한 현재, 21세기에 인간은 더 이상 동물을 죽이지 않고도 충분히 더 좋은 의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 뇌와 신경세포가 있는 그 동물들은 우리와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가족, 친구가 있고,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고, 죽고 싶지 않은 생명이지, 인간의 장난감이나 실험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 동물학대와 착취를 반대하고, 그 동물들을 학대하고 착취하는 사람들과 기업의 손에 돈을 쥐어주며 지지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 인간도 결국엔 동물일 뿐, 결코 다른 동물들보다 우월하지 않으며, 우리에게는 그들을 학대하고 착취할 권리도 자유도 없기 때문입니다. 


* 인간의 건강과 영양을 위해 동물을 먹는 것은 전혀 필요하지 않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며, 자연식물식으로 충분히 건강하고, 행복하게 모든 영양소를 다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 단 하나뿐인 지구는 인간의 육식으로 인해 파괴되고 병들어 죽어가고 있고, 지구를 살리기 위해 우리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치료는 육식을 멈추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매번 구구절절 이야기하기도 보통일이 아니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들어주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렇게 자세하게 말해주기가 쉽지 않아서 보통은 간단하게 말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진심으로 비건이 궁금하다면 직접 인터넷에 검색을 해서 시작을 하고, 다큐멘터리를 찾아서 보고, 을 찾아서 읽으며, 자료를 수집해보면 충분히 왜 비건이 되었는지, 왜 비건이 되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다큐멘터리나 강연을 한 두 개만 보더라도 바로 이해가 가능하며, 그 이해를 기반으로 다시 비건에게 찾아가면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사랑해서, 반려동물과 다른 동물의 경계선을 지워버려서, 동물을 먹으면 속이 아파서, 동물을 먹는 느낌이 싫어서, 진실을 알게 되어서, 채식을 해보고 직접 몸으로 느껴서 등등 개개인마다 다양한 이유가 있다. 


애완동물뿐만이 아닌 모든 동물을 사랑한다면, 학대와 착취를 반대한다면, 그 학대와 착취의 어둠의 그림자에게 돈을 쥐어주며 성원을 보내는 것을 멈추고 싶다면, 동물들이 생명으로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내가 사랑받고 싶고, 고통받고 싶지 않고, 죽고 싶지 않다면, 그리고 동물들도 우리와 똑같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내가 겪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그들을 참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죽게 하고, 그 고통의 산물을 내 입과 몸에 넣을 수 있을까. 


아는 것이 힘이다.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라 재앙이다. 몰랐기 때문에 동물의 시체를 먹어왔고, 내가 사랑하는 동물에게 가해지는 학대와 착취에 나도 모르게 돈을 쥐어주고 그들의 끔찍한 행위들을 지지해왔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치고 눈물이 날 뿐이다. 비건은 어렵지 않다. 내가 돈을 쓰는 매 순간 나의 지금 이 소비 때문에 누군가가 학대를 당하거나 착취를 당하진 않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는 것뿐이다.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평화롭기를 바라기 때문에 비건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죄를 짓고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에게 묻는다. 왜 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나요? 왜 누군가를 괴롭히고 죽이나요? 왜 흑인들을 노예로 부렸나요? 왜 여성들을 억압했나요? 왜 유대인들을 죽였나요? 왜 조선인들을 고문했나요?라고 묻지 왜 평화를 좋아하나요?라고 묻지 않듯이 왜 비건을 하나요?라고 묻지 말고 왜 비건이 아닌가요?라고 물어야 한다. 


만약에, 당신이 비건이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왜 당신은 비건이세요?"라고 묻기 전에 본인에게 "나는 왜 비건이 아닌가?"라고 먼저 물어봤으면 좋겠다. 



매일매일, 비건 한 사람은 5,000L의 물, 20Kg의 곡식, 2.7m²의 삼림지대, 9Kg의 CO2 발생량 그리고 동물 한 마리의 생명을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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