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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Jun 14. 2018

비건: 질문에 대처하는 법

내가 비건이라고 하면 질문과 질문을 가장한 비아냥과 조롱이 쏟아진다. 나는 그냥 이제부터 육지와 바다 동물의 시체, 젖, 알을 안 먹기로 했다고 했을 뿐인데 왜 강요를 하냐느니, 나는 절대 못해라느니 겨우 식습관만 말했을 뿐인데 사람들은 비건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이런 불편한 상황들 때문에 쉽게 내가 비건이고 채식을 한다는 것을 밝히기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비건은 그냥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나 비건이야라고 말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적어도 내 경험상으로는 그렇다. 정말 친한 친구나 가족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같이 밥을 먹어야 할 경우, 식당에 가서 메뉴를 찾아보고 주문을 할 경우, 의류나 생필품을 소비해야 할 경우, 놀러 갈 곳을 정할 경우에 조금 더 윤리적인 소비를 하기 위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밝히게 된다. 보통은 내가 비건이라는 걸 어디서 듣고 와서 너 비건이라며?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비건이라는 걸 말할 경우 비건은 피곤해진다. 일단 사람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꾸는 경우가 많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가족, 친구였는데 갑자기 나를 이상한 사람을 보듯 대한다. 비건은 갑자기 그냥 사람에서 소수자가 된다. 그리고 억압받는다. 진짜 순수하게 궁금해서 물어보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특히 앞뒤 꽉 꽉 막히고 자기의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은 갑자기 비아냥거리며 비건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보통 이런 사람들이랑 말을 오래 해봤자 이해시키기엔 한 백만 년 정도 걸리고 나만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은 그런 기운이 온다면 그냥 "아, 최근에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니 동물성 단백질 알레르기가 있었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동물 시체, 알, 젖을 먹으면 소화도 안되고 피부도 뒤집어지고 목안이 붓고 그랬나 봐요~" 히고 조용히 넘어가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기분 나쁘게 물어본다면 그냥 대답하지 않고 웃어넘겨버려도 된다. 누가 무언가를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꼭 대답을 해야만 할 필요는 없다. 불편하게 거짓말을 하는 것보다 그냥 대답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묵비권 행사하겠습니다. 궁금하면 인터넷에 검색해보세요. 혹은 다큐멘터리를 추천하고 진짜 궁금하면 그걸 보라고 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 유투브에 가면 무료로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의 밥상(What the Health), 지구 생명체(Earthlings), 소에 관한 음모: 지속가능성의 비밀(Cowspiracy)을 한글자막과 함께 볼 수 있다. 혹은 게리 유로프스키의 강연이나 멜라니 조이의 육식의 심리학도 좋은 자료가 된다.


소크라테스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 질문으로 되물어서 그 사람에게 직접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냥 대답을 해주는 것보다 질문자에게 다시 되묻게 되면 그 사람들이 직접 생각하고 알게 되기 때문에 나도 그쪽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 비건이 되고 나서 나는 비건이 뭐야? 왜 비건이야? 왜 안 먹어? 소젖은 안 먹어? 닭알은? 바다 동물은? 등등 질문에 그냥 대답만 해왔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대답을 해도, 사람들을 본인이 듣고 싶은 대로 듣고 맘대로 판단하고 인상을 찌푸리고 비웃는다. 질문이 아니라 그냥 비아냥대는 경우도 허다하다. 도대체 왜 내가 윤리적 선택을 하기 위하여 삶의 방식을 바꾸었다는데 이렇게 지적질을 하며 판단을 하고 나의 기분을 나쁘게 하기 위해 못된 말을 내뱉는 것일까. 그 사람들은 정말 그게 굉장히 무례한 행동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육식 사회에서는 육지와 바다 동물의 시체, 젖, 알을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을 덜기 위해 듣기에 덜 불편한 단어로 바꾸어 부른다. 그 단어들을 내가 있는 그대로의 원래 단어로 바꾸어 부르면 사람들은 불편해한다. 그리고 다시 생각을 하게 된다. 동물은 인간의 먹이가 아니다. 육식동물들은 초식동물의 시체를 다른 이름으로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 오늘은 사슴을 잡아먹었어, 길에 사자가 먹다 남긴 얼룩말 시체가 있길래 먹었어.라고 하지 않을까? 우유 대신 소젖, 달걀/계란 대신 닭의 알, 고기 대신 동물이나 동물 시체, 죽은 동물, 해산물, 물고기 대신 바다 동물, 바다생물이라는 말을 쓰는 것만으로도 그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다시 그 죽은 동물을 먹을 때 생각이 날 것이다.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비건은 열심히 공부한다. 진실을 알아버렸고 더 많은 진실을 알고, 알리기 위해서. 그리고 질문들에 대답하기 위하여. 비건이 되면 세상에 내가 몰랐던 일들이 너무나 많았고, 결국 이 모든 사회적 문제는 다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넘쳐난다. 끊임없이 더 알고 싶다. 일단 내가 먼저 제대로 잘 알고 난 뒤,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보여줄 자료를 찾아서 준비해두면, 질문이 쏟아질 때, 역질문을 하고 이어지는 질문들에 필요한 경우 설명을 해 줄 수 있다. 내 말을 믿지 않을 경우 전문가의 증거를 보여줄 수 있다. 



질문 1) 왜 비건하세요?

대답)

- 비건이 뭔지 알고 있나요?

- 당신은 왜 비건이 아닌가요?

- 동물이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 우리가 동물을 먹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질문 2) 왜 고기 안 먹으세요?

대답)

- 사람고기를 먹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 고기가 무엇인가요?

- 고기를 얻으려면 동물을 어떻게 되나요?

- '인도적인 도축'이 가능할까요?


질문 3) 왜 유제품 안 먹으세요?

대답)

- 혹시 아직도 엄마젖을 먹나요?

- 개 젖, 고양이 젖, 쥐젖, 기린 젖, 코끼리 젖을 먹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 엄마소의 젖은 누구를 위해서 나올까요?

- 우리가 유제품을 먹기 때문에 소가 처한 환경을 알고 있나요?


질문 4) 왜 달걀 안 먹으세요?

대답)

- 닭의 무정란이 무엇인지 아나요?

- 달걀을 왜 먹나요?

- 달걀이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나요?


질문 5) 왜 물고기/해산물 안 먹으세요?

대답)

- 그들을 왜 먹는지 생각해본적이 있나요?

물고기는 동물일까요 식물일까요?

- 바다가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알고 있나요? 


질문 6) 단백질은 어떡하세요?/단백질 결핍되면 어떡해요?

대답)

- 우리가 먹는 동물들은 단백질을 어디서 얻을까요?

- 고릴라, 코뿔소, 코끼리가 육식동물인가요?

- 주변에서 단백질 결핍으로 병원에 가거나 죽은 사람 본 적 있나요?


질문 7) 칼슘 때문에 유제품 먹어야 되잖아요?

대답)

- 유제품의 섭취와 소비가 높은 나라일수록 골다공증 환자가 더 많다는 걸 아나요?


질문 8) 그럼 먹을게 하나도 없는데 뭐 먹고살아요?

맨날 풀만 먹고살아요?

대답)

- 쌀은 비건일까요?

- 배추는 비건일까요?

- 콩은 비건일까요?

- 과일, 곡식, 채소, 견과류가 비건일까요?


질문 9) 비건하려면 돈 많이 드는 거 아니에요?

대답)

- 외식할 때 가장 비싼 메뉴가 뭔가요?

- 외식할 때 가장 저렴한 메뉴가 뭔가요?

- 같은 양의 곡식이랑 동물 시체를 사면 뭐가 더 비싼가요?

- 돈 없을 때 사람들이 육식을 하나요?

- 전쟁 후 가난해서 굶주릴 때 사람들이 무엇을 먹었죠?


질문 10) 고기 맛있는데, 먹고 싶죠? 먹고 싶은데 참느라 힘들죠?

대답)

- 알러지 있는 음식을 먹고 싶은데 참나요?

- 줘도 안먹는 음식이 있나요?

- 편식하는 재료를 먹고 싶은데 참는 건가요?

- 키우는 애완동물 잡아서 먹고 싶은데 참으세요?

- 사람고기가 그렇게 맛있다던데 그거 먹고 싶은데 참느라 힘드세요?


질문 11) 식물도 고통 느끼는데 식물은 왜 먹어요?

대답)

- 정말 식물이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 식물한테 뇌가, 감각기관이 있나요?

- 식물이 잡히기 싫어서 도망가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나요?

- 채소를 칼로 자르면 피가 솟구치나요?

- 고기가 되는 가축들이 먹는 식물(곡식)의 양이 얼만큼인지 알고 있나요?


질문 12) 행복한 달걀, 동물복지 고기는 괜찮죠?

대답)

- 행복한 달걀의 기준을 알고 있나요?

- 행복하게 살게 해줄 테니까 스무 살이 채 되기 전에 당신을 죽여서 시체를 먹어도 되나요?

- 행복한 달걀, 동물복지 고기를 믿으세요?

-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동물을 죽여서 먹는 게 괜찮나요?


질문 13) 동물이 동물을 먹는 건 자연의 섭리인데요?

대답)

- 육식동물들이 도구를 사용해서 사냥을 하나요?

- 육식동물들이 불을 사용해서 익혀먹나요?

- 육식동물들이 다른 동물들을 납치, 강간, 사육, 착취해서 잡아먹나요?

- 도구 사용 없이 맨 몸으로 사냥해서 시체, 뇌, 내장을 조리하지 않고 먹어치울 수 있나요? 자연스럽게?

- 자연의 섭리대로 옷도 입지 말고 신발도 신지 말고 동굴에서 인터넷도 없이 사는 건 어떠세요?


나도 어이없는 거짓 정보들에 이미 현혹이 되어 내 말은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사람들을 많이 겪어봤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공격적이라느니, 극단적이라느니, 강요한다느니 하는 말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사람은 한순간에 변할 수도 있고, 절대 변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건 그 사람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타인인 나는 그저 도와줄 수만 있을 뿐이지 변하느냐 마느냐는 본인의 선택이고 노력일 뿐이다.


육지와 바다 동물의 시체, 젖, 알을 먹는 것이 개인의 선택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개인의 선택이란 다른 생명에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사과를 먹을까 배를 먹을까는 개인의 선택이라고 존중받을 수 있지만, 내가 동물의 시체를 먹겠다는 “선택”을 할 경우, 그 동물을 키우기 위해, 가축에게 먹이기 위한 유전자 조작 작물을 키우기 위해 열대우림은 파괴되고, 물과 땅은 오염되고, 동물은 고통을 받고, 생명을 빼앗기고, 동물을 죽이는 사람은 정신병에 걸리고, 동물을 먹는 사람은 병에 걸린다. 이걸 정말 개인의 선택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인류를 망치는 최악의 말

"우리는 항상 이래 왔어."

옛날에는 먹을 게 부족했다. 가난했고, 날씨에 따라서 작물을 재배해야 했다. 추운 겨울엔 대부분의 식물이 휴식을 취하기 때문에 신선한 음식들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정말 먹을게 하나도 없을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살기 위해서 동물의 시체, 알, 젖을 먹어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겨울에도 슈퍼마켓으로 걸어가서 열대과일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닌가? 이렇게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실제로는 인간의 몸에 독이 되는 동물의 시체, 알 젖을 그들을 강간, 학대, 착취하고 매일매일 수천수만 마리씩 잔인하게 죽이고 지구를 오염시키는 이 행위는 절대로 정당화될 수 없다. 


아직도 비건이 극단적이고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유투브에 가서 지구 생명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돌리지도, 눈을 감지도 말고 시청할 것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비건이 왜 이렇게 정말 극단적으로 끔찍한 세상을 못 견디겠어서 내가 변하겠다고, 내가 이 극단적인 잔혹행위를 멈추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소비를 줄이겠다는데 도와주지는 않을 것이라면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비건을 비웃고 비아냥거리고 시비를 걸고 싶으면, 정말 진심으로 순수하게 궁금하다면, 진짜 비건이 뭔지,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조금만 찾아보면 충분히 나온다. 인간도 동물이다. 모든 동물학대를 멈추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 사람들에게 가서 스트레스를 주는 것보다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나, 영상자료, 책을 먼저 직접 찾아보고 이해를 하는 것이 좋다. 그러고 나서 개인적인 질문이나 경험 같은 것에 대해서 물어본다면 비건은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내어서, 진심으로 그들의 경험을 이야기해 줄 것이다. 






소중한 시간을 내서 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비건으로 사는 것은 어렵거나 힘들지 않아요, 수요가 늘어난다면 간식을 사 먹는 것도, 외식을 하는 것도 쉬워질 거예요. 한순간에 모든 걸 바꾸기가 어렵다면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동물의 시체, 알, 젖과 그것들이 들어간 모든 것을 최대한 소비, 섭취하지 않는 노력을 하다 보면 알게 될 거예요.


처음엔 모르는 게 당연하죠, 뭘 먹어야 할까? 동물 시체를 빼고 나면 그 자리를 뭘로 메우지?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보면 정말 다양한 요리법이 많이 나와있어요. 동물 시체, 알, 젖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피부가 좋아지고, 군살이 빠지고, 기분이 좋고, 잠도 잘 자는지 직접 경험해보면 알 거예요. 내가 모르던 채소와 과일들도 도전해보고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맛도 찾아내는 기회가 되고 입맛도 점점 바뀔 거예요. 


못 믿겠으면 이주일만 한번 실험해보세요. 이주일 동안 동물 시체 안 먹어도 안 죽어요, 오히려 훨씬 더 건강하게 잘 살아요. 


비건과 비건 지향하시는 분들 행복하세요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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