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자연 상태의 닭은 일 년에 12-18개의 알을 낳는다.
나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닭은 원래 수정이 되지 않은 무정란을 하루에 한 번씩 낳는 동물이고, 그 무정란은 병아리가 되지 않으니 어차피 그냥 내버려두면 썩을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먹어도 되는 것인 줄 알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왜 굳이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많은 양의 알을 무엇을 위해서 닭은 매일매일 낳는 것일까. 닭이 정말 인간이 먹으라고 알을 낳아주는 걸까?
많이 먹으면 몸에 좋지 않다는 콜레스테롤은 노른자에만 있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노른자를 제외한 단백질 덩어리라는 흰자는 먹어도 나쁘지 않은 건 줄 알았다. 닭의 알은 영양가가 풍부하기 때문에 꼭 먹어야 한다고 내 평생 세뇌를 당해왔고 그렇게 믿고 먹고 살아왔다. 얼핏 하루에 너무 많은 닭의 알을 먹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나는 한 때 취미로 베이킹을 했었다. 베이킹을 할 때 닭의 알은 거의 필수적인 재료이다. 그러던 어느 날 조류독감으로 수많은 닭들이 죽어 닭의 알의 값이 치솟았던 적이 있었다. 두배로 오른 가격과 구하기 어려워진 불편함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닭의 알을 사거나 사용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살짝 줄이는 정도? 지금 생각해보니 나 자신에게 소름 끼치는 건 죽어나가는 닭들보다 내가 먹을 닭의 알의 값이 오르는 것이 더 큰 걱정이었다는 점.. 뉴스에서 나오는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이렇게 된다.
닭의 알을 먹을 때 가끔 피 같은 것들이나 하얀 끈 같은 게 나오는 게 징그러워서 젓가락으로 꼭 떼고 먹긴 했지만 항상 떼 버릴 수는 없었다. 그 징그러운 알 수 없는 것들을 제거하려면 알을 깨야 하는데 닭의 알을 삶아먹을 경우엔 이미 그걸 찾아서 떼어낼 수가 없었다. 닭의 알의 껍질에 살모넬라균이 있다고 해도, 콜레스테롤이 나쁘다고 해도 도대체 얼마나 어떻게 나쁜 것인지는 그 누구도 자세하게 알려준 적이 없었다.
솔직히 비건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도 나는 진실을 몰랐다. 하루 한알의 닭의 알을 먹는 것은 담배 다섯 개비를 피우는 것과 똑같이 몸에 해롭고, 공장형 농장의 닭들이 불쌍하고 환경이 더럽기 때문에 먹지 않아야지 생각했지 집에서 사랑 주면서 키우는 닭들이 알을 낳는 것을 먹는 것은 콜레스테롤만 빼면 최악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닭의 무정란은 암탉의 생리주기의 부산물이므로 그냥 몸안의 찌꺼기니까 먹어서 해로울 수는 있지만 닭들이 행복하다면 그걸 주워 먹는 것은 그렇게 나쁘지는 않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게 된 순간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듯이 충격을 받고 말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닭이 되기 전, 자연 상태의 닭은 일 년에 약 12-18개의 알을 낳는 동물이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호르몬과 유전자를 조작당해서 나온 결과물이 거의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일 년에 삼백 개가 넘는, 거의 매일매일 알을 낳는 닭이다. 도대체 인간의 과학 발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닭이 알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엄청난 영양소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껍데기를 만들기 위해 닭은 몸에 있는 칼슘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자연 상태의 스무 배가 넘게 매일매일 겪으니 알을 위해 사육되는 닭들은 뼈가 부러지고, 쉽게 병이 들며, 매우 일찍 죽는다. 닭들을 생명으로 바라보지 않고, 달걀 낳는 기계로 보는 달걀 공장의 사람들은 더 많은 알을 만들기 위해서 닭들을 잠도 재우지 않고, 심지어는 굶겨가며 닭들을 쥐어짠다. 우리는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뿐만이 아니다. 알을 낳아야 하는 운명의 닭들은 햇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어둡고 축축한 공장 안에서 빽빽하게 들어찬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철창에 갇혀서 사육된다. 그들의 배설물은 아래칸에 있는 다른 닭들에게 뒤집어 써진다. 우리 강아지를 산책시킬 때 도로의 하수구의 철로 된 필터 부분이나 철로 된 구멍이 숭숭 뚫린 계단만 가도 무서워하고 불안해해서 내가 안고 가야 하는데 닭들은 그런 끔찍한 환경에서 평생을 살아간다. 원래는 굉장히 예민하기 때문에 자기만의 공간을 만들어 조용한 밤에 아무도 모르게 알을 낳는 닭에게 그런 본성을 지켜주는 인간적인 배려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병에 들어서, 굶어서,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뼈가 부러져서 죽는 닭들은 쓰레기통에 처참히 버려지거나 혹은 통째로 갈려져서 각종 병으로 죽은 그 병원체는 다른 동물들과 닭들의 사료에 섞여 공급된다. 평균 자연수명이 약 15년인 닭들은 이런 끔찍한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거나, 알을 낳는 양이 줄어들면 도살장으로 끌려가서 살해당한다. 그때의 닭의 나이는 겨우 일 년에서 일 년 반. 굶고 스트레스와 영양실조에 시달리며 죽어간 이 닭들은 건강하지 않은 살이 잘 보이지 않는 가공식품이나 애완동물의 사료로 이용된다. 어떤 병으로 죽은 다른 닭의 시체를 먹고 무슨 병에 걸렸을지도 모르는 그 닭의 시체는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간다. 처참할 뿐만 아니라 더럽다. 이런 끔찍한 환경에서 수천 마리의 닭을 몰아넣고 사육하니 조류독감이 생기지 않는 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인간의 잔인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나는 병아리 감별사라는 직업이 한 때, 텔레비전에 나왔던 걸 본 것을 기억한다. 엄청난 속도로 병아리들의 성별을 감별하는 사람. 하지만 감별된 그 병아리들은 어떻게 되는지 그들은 보여주지 않았다. 암컷 병아리들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끔찍한 고통을 받으며 알을 낳는 기계로 사육당하다가 죽어나가고, 수컷 병아리들은 고기로 팔아넘길 만큼 빨리 자라지도 않고 알을 낳을 수 없기에 태어나자마자 분쇄기에 갈려서 죽는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채 방치되어 죽는다. 큰 상자에 던져진 뒤 가스에 중독되어 죽는다. 매년 억 단위의 수컷 병아리들이 이렇게 버려지고 살해당한다. 그 생명들은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 그 아기들은 엄마를 만나본 적이 없다. 엄마의 사랑을 받아본 적이 없다. 엄마들은 제 새끼를 만나본 적이 없다. 새끼에게 사랑을 줘 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말 중에 닭대가리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표현이다. 사실 닭은 예민하고, 똑똑하며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들의 고유한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그들의 새끼를 가르치고 심지어 부화하기도 전인, 알일 때부터 교육을 시작한다고 한다. 닭들은 분명한 그들의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며, 서로를 알아보고, 가족이나 친구가 죽으면 그것을 이해하고 슬퍼하는 동물이다. 같은 종뿐만 아니라 다른 종의 동물과도 잘 어울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그들이 이렇게 똑똑하다는 사실은 닭고기를 팔아야 되는 장사꾼들에겐 숨겨야 할 일일 뿐이다. 닭대가리는 멍청하지 않다.
똑똑하고 예민한 닭들을 어두운 공장 내 바닥이 뚫린 철창에 많은 수를 가둬놓고 알만 낳게 하니까 닭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닭을 그저 알 낳는 기계로만 보는 인간들에게 그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해 줄 생각 따윈 없다. 그 대신 그들의 무기인 부리를 자를 생각을 해냈다. 닭들은 천도가 넘는 뜨겁게 달궈진 금속으로 부리 끝을 마취도 없이 산채로 절단당한다. 강아지의 발톱을 잘라본 사람은 알 것이다. 조금만 많이 자르면 강아지는 피를 흘리고 아파하며 다시는 발톱을 자르고 싶지 않아한다.
닭의 부리는 그보다 더 예민한 신경 기관이다. 우리의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같은 단백질 덩어리가 아니다. 그냥 잘려나가도 되는 그런 부분이 아니다. 부리는 닭의 매우 중요한 신체 기관으로 사람으로 치면 치아를 뜨겁게 달궈진 금속으로 지져버리는 거랑 같은 고통이려나...?
부리를 절단당한 닭들은 그 고통에 몇 날 며칠, 밥도 못 먹고 고생을 한다. 그 고통을 못 이기고 죽는 닭도 있고, 절단당한 부리로 병원균이 감염되어 죽는 닭도 있다. 닭은 부리로 여러 가지 일을 한다. 밥을 먹고, 털을 고르며, 칼슘이나 영양소가 부족할 경우 자기가 낳은 알을 다시 깨서 먹음으로써 영양소를 보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중요한 부리를 빼앗긴 닭은 그렇게 평생을 고통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임을 당하고, 누군가의 음식이 된다.
진짜로 행복한 달걀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기농 달걀이나 행복한 달걀을 먹는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철창에 가두지 않는 닭들이라도, 유기농이라고 써져있는 달걀을 낳는 닭들이라도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두운 공장 안에 꽉꽉 채워져서 사육당하고, 서로를 공격하지 못하게 부리를 절단당하고, 햇빛을 본다거나 풀과 땅을 밟아보는 일은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 콜레스테롤이나 살모넬라균에서도 안전하지 않다. 닭은 구멍이 하나뿐이다. 하나의 구멍에서 똥, 오줌, 알이 다 나온다. 모든 동물성 식품과 마찬가지로 콜레스테롤을 많이 섭취하게 될 경우 심장병, 당뇨병을 비롯한 성인병과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늘어난다. 살모넬라균은 식중독을 유발한다.
닭의 알. 닭의 알은 병아리가 자라고 부화하기 전까지 먹을 식량과, 에너지와, 그 병아리가 될 세포들이다. 그것은 병아리를 위한 것이지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닭의 알을 사람이 먹겠다고 깼을 경우 사람들은 그 안에서 자라나고 있는 태아 병아리, 핏덩어리, 닭털, 알끈을 보게 된다. 알끈은 흰자에 있는 하얀 줄 같은 걸로 뭔가 징그러워서 항상 열심히 떼고 먹던 거였는데.. 그게 껍데기와 내용물을 이어주는, 음 사람으로 치자면 탯줄 같은 것.. 또다시 구역질이 나온다. 너무 당연하게 먹어온 것들의 진실을 마주할 때의 이 역겨움은 매번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미 안 먹은 지 몇 달이 지났지만 거의 내 평생을 먹어왔기에, 어떤 걸 가리키고 그게 뭔지 다 알겠어서 더 슬프고, 징그럽고, 미안하고, 죄책감이 든다. 내가 처음 읽었던 the Higher Taste에서 그런 말이 있었다. 동물의 알은 액체 형태의 살점과 똑같다고. 아는 것이 힘이다. 여태까지 몰랐기 때문에 이런 실수를 저질렀지만, 지금이라도 알기 때문에 다행이다. 알면서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은 나쁘다. 그리고 모르는 것은 약이 아니다. 모르는 것은 독이다. 독은 우리를 죽인다.
책 The Higher Taste
Youtube @Erin Janus - What's Wrong With Eggs? The Truth About The Egg Industry
www.peta.org - What's so Bad about eating eggs?
Documentary - 'What the Health'
사진출처 - Google image
소중한 시간을 내서 제 글을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조사한 자료들을 모아서 진실을 알려드리기 위해 저의 말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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