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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Oct 24. 2019

위빳사나(Vipassana)명상, 담마 코리아

전주역에 내려서 시골로 들어가는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버스정류장에는 내가 타야 하는 버스가 쓰여있지도 않았다. 웹사이트에 적혀있던 안내대로 그 시간이 되면 오겠지 하고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어떤 할머니 한분이 내 옆에 앉으시더니 갑자기

"마탑타?"

저는 마령 탑사 가는 마을버스.. 아 마탑.. 네 그거 타요

"담마코가?"

네? 아뇨 저 명상하러 가요

"그러니까 거기 담마코 가는 거 맞네~"

아 담마 코리아. 네 거기 가요 근데 제가 거기 가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내가 그 동네 사는데 젊은 여자들이랑 외국인들이 거기에 그렇게 많이 와~"


이 마을버스는 약 7분 정도 늦게 온다는 것과, 이 버스가 되게 작다는 것, 버스비가 현금으로 내면 3천 원이라는 것 등등 할머니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고는 같이 버스에 타서 혼자 탔으면 뭔가 놓쳤을 법 한 정류장에 맞춰서 내가 내릴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리고 마을분들을 태우고 굽이굽이 산을 넘어온 그 버스는 매우 빠른 속도로 가버렸다.



명상.

초등학교 때였나, 갑자기 학교에서 아침에 명상의 시간을 한다고 오분 간 눈을 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그 날, 처음으로 명상이란 단어를 들었던 것 같다. 명상이 뭔지 몰랐다. 그냥 눈을 감고 가만히 있는 건데 그걸 도대체 왜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팟캐스트를 열심히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도 명상 이야기가 조금씩 나왔다. 하지만 방법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말해주지 않았고 그때에도 어떻게 하는지 알지는 못했지만 명상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영국에 도착하고 취미로 12주 코스 불교철학 수업을 들었다. 불교철학이고 부처에 대해서 이야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명상이 다시 나왔고, 이야기를 하다가 그 당시 하우스메이트가 너 그러면 위빳사나 명상센터에 한번 가봐 라고 했고, 그게 뭐냐니까 10일 동안 재워주고 먹여주고 명상을 가르쳐주는데 말을 하면 안 되는 곳인데 본인의 인생 최고의 경험 중 하나였다고 하며 추천을 해줬다.


그래서 그거 얼마나 내야 되는데..?

무료. 기부금 운영.


접수를 하려면 3개월 전 접수를 시작하면 선착순으로 자리를 얻을 수 있다고 했고, 아마 그때 접수할 수 있던 가장 빠른 코스를 예약했던 걸로 기억한다.



위빳사나(Vipassana);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뜻  

맹목적 믿음을 바탕으로 한 종교적 의식이나 의례가 아닙니다.

지적이나 철학적인 유희가 아닙니다.

병을 치료하거나, 여가 선용 혹은 사교 활동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일상생활의 시련이나 고통으로부터의 도피가 아닙니다.


고통을 소멸하는 수행법입니다.

고요하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인생의 갈등과 문제들을 마주할 수 있도록 마음을 정화하는 수행법입니다.

사회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 위하여 활용할 수 있는 삶의 기술입니다.


위빳사나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등록을 하려면 여러 가지 미리 알아야 할 주의사항들이 있고 센터에서 지켜야 할 규율들이 있는데, 전부 꼼꼼하게 읽고 동의를 해야지만 수련을 시작할 수 있다.


수행의 기초는 sīla 실라- 윤리적 규범입니다. 실라는 samādhi 사마디- 마음의 집중을 개발하는 토대가 됩니다. 그리고 paññā 빤냐- 통찰의 지혜를 통해 마음의 정화가 성취됩니다.


규율

위빳사나 코스에 참가하는 모두가 코스 기간 동안 다음의 다섯 가지 계율을 성실히 지켜야 합니다. (실라)

살생하지 않기

도둑질하지 않기

어떠한 성적인 행위도 하지 않기(이 부분은 원래 Sexual misconduct로 잘못된 성적 행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성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거짓말하지 않기

취하게 하는 물질을 하지 않기(술, 약물 등)

를 기본으로, 코스 시작부터 끝나는 날까지 참가할 것, 지도 선생님과 수행법을 성실하게 받아들이기, 다른 수행법이나 의례, 예배 등 종교적인 행위 금지, 거룩한 침묵(다른 학생들과 언어, 눈짓, 손짓, 메모 등 어떤 방법으로도 소통하지 않는다), 여자와 남자의 분리 생활, 다른 사람들과의 신체적 접촉 금지, 요가나 운동 금지, 종교적 상징물 금지, 취하게 하는 것과 약물 금지, 담배 금지, 음식 싸오기 금지(음식 제공), 단순하고 편안한 옷차림, 외부와의 접촉 금지(전자기기 사용금지. 휴대폰 센터에서 따로 보관), 음악이나 읽기, 쓰기 금지, 녹음기와 카메라 사용금지의 규율들을 코스 내, 센터 내에서 지켜야 한다.


요약

규율과 규칙에 담긴 정신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 참가 규율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행위가 다른 분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십시오. 다른 참가자들로 인한 방해는 무시하세요.


시간표

다음의 코스 시간표는 수행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짜였습니다.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서 참가자들은 이 시간표를 최대한 철저히 지켜야 합니다.            

4:00 am 기상

4:30-6:30 am 명상 홀이나 숙소에서 명상

6:30-8:00 am 아침식사

8:00-9:00 am 단체 명상 (명상 홀에서)

9:00-11:00 am 지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명상 홀이나 숙소에서 명상

11:00-12:00 noon 점심식사

12 noon-1:00 pm 휴식과 지도 선생님과의 면담

1:00-2:30 pm 지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명상 홀이나 숙소에서 명상

2:30-3:30 pm 단체 명상 (명상 홀에서)

3:30-5:00 pm 지도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명상 홀이나 숙소에서 명상

5:00-6:00 pm 차 마시는 시간

6:00-7:00 pm 단체 명상 (명상 홀에서)

7:00-8:15 pm 고엥까 선생님 법문(명상 홀에서)

8:15-9:00 pm 단체 명상 (명상 홀에서)

9:00-9:30 pm 질문시간 (명상 홀에서)

9:30 pm 각자 숙소로 입실 - 취침 소등



처음에는 말을 못 한다는 것과 휴대폰을 제출하고 모든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이 걱정되었지만 나중에는 휴대폰 알람도 없이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게 걱정이었다. 하지만 일단 센터에 가고 수련이 시작되면 말을 안 하는 것은 나 혼자만 말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모든 수련생이 다 말을 하지 않고 서로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에 굉장히 조용하고 편안하다. 나중이 되면 다시 말을 하는 날이 오는 게 별로 달갑지 않은 때도 온다.


물론 뭔가 필요한 게 있다면 매니저나 봉사자에게 이야기할 수 있고, 명상 관련 궁금증이 있다면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서 이야기할 수 있다. 센터는 기부금과 봉사만으로 운영이 되는데 모든 봉사자(운영팀과 코스 봉사자)들은 수련생들이 수련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편안하게 수련할 수 있게 도와주신다.


이런 규율을 지켜야 하는 자세한 이유들은 매일 저녁 고엔카 선생님이 담마 이야기 시간에 꼼꼼하게 설명해주신다. 도시에서 어느 정도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 센터에서 모든 전자기기, 음악, 읽고 쓸 것들이 없는 데다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하지 못하게 되면 사람들은 본인의 내면에 집중하게 되고, 주변의 자연을 관찰하게 된다. 걸을 수 있게 만들어놓은 공간이나 정원을 걸으며 풀과 꽃과 나무를 구경하고, 벌레나 곤충을 관찰하고, 야생동물들을 구경한다.


아침일찍 일어나 안개가 가득할 때면 산이 보이지 않는다. 거미줄에 이슬이 맺힌다.

명상이 끝나고 나오면 산 뒤에서 해가 뜨는 걸 본다. 햇볕에 초록 잎들이 반짝인다.

작은 정원에서 산책을 하면 각종 나비, 나방, 벌새나방, 벌등 바삐 움직이는 곤충들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이만큼 집중해서 본 적이 언제였을까.

저녁에 산을 넘어가는 해를 보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나오면 밤하늘에 달과 별들이 반짝인다.


그리고 센터에서 명상이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밥 먹을 시간 등 수련생들이 시간을 알아야 할 때마다 징을 쳐준다. 징소리가 크고 센터 내 어디에서나 다 들리기 때문에 굳이 알람시계가 꼭 필요하진 않다. 시간표가 거의 매일 똑같기 때문에 나중엔 손목시계도 없어도 괜찮다.


명상 등록을 하고 참가하기 약 한 달 전에 비건이 되었는데 위빳사나 센터는 첫 번째 실라 '살생하지 말 것'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육지와 바다 동물의 시체, 닭알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소와 소젖을 신성시하는 인도의 전통과 서양의 삶에 배어있는 유제품 때문에 소젖, 버터, 치즈, 요거트 등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도 영국의 경우 기본 메뉴에 디저트까지 다 비건이고, 따로 제공되는 소젖, 버터, 치즈, 요거트가 있어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엔 그걸 먹는다.(그리고 서양은 유제품이 식물성 유제품 대체품들보다 세금을 적게 매겨서 더 저렴하다.) 내가 봉사할 때 봤더니 영국 사람들 소젖보다 콩젖, 귀리 젖을 더 선호해서 소젖은 맨날 많이 남고 코스가 끝나갈 때쯤 아예 안 건드리는 날도 있었다. 곧 아예 주문을 안 하게 될 수도..


독일은 대부분은 비건이지만 기본 메뉴에 소젖이 들어간 시금치, 치즈 소스가 메인 메뉴로 나오는 날이 있었다. 나는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이게 결국 소들을 죽이고 괴롭혀서 만든 건데 메인 요리에 들어간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디저트의 경우에도 마가린과 콩젖, 귀리 젖을 충분히 사용 가능 함에도 버터와 소젖을 사용해 비건이 아닌 경우도 많이 있었다. 베를린이 런던보다 뭔가 더 비건 프렌들리 같다고 느꼈었는데 센터는 영국이 훨씬 비건 프렌들리였다.


그리고 한국에 올 때 한국음식은 원래 소젖을 잘 안 쓰고 육지와 바다 동물을 안 쓰면 당연히 비건이라 사실 기대를 좀 했었다. 역시 음식은 다 한식이고 비건이었다. 너무 맛있었다. 센터 밥은 어딜 가도 다 맛있다. 하루 일찍 가서 센터도 둘러보고 봉사도 하면서 메뉴랑 재료성분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는데 토스트에 전지분유가 들어가고, 코스 중 요거트가 2번 제공되는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다 비건이라 너무 행복했다.


혹시 따로 글루텐을 소화 못 시키는 사람들이나 견과류 알레르기 등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는 접수 시 미리 말하면 따로 준비를 해주고, 임산부의 경우는 따로 더 잘 챙겨주신다.



예전에는 명상, 불교, 인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아는 사람의 소개로 온 신수련생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엔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의 저자인 유발 노아 하라리가 책에 적은 내용을 보고 찾아오는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나도 영국에서 봉사할 때, 두 명이 유발 하라리의 책을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유발 하라리는 역사학자로 현 인류의 과거, 현재, 미래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있는 그대로 마치 본인은 그중 한 명이 아니라는 듯이 객관적으로 말하고 셋다 꽤 두꺼운 책이고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음에도 재미있고, 쉽게 잘 읽힌다. 다들 한번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엄마한테 추천을 하고 엄마가 21세기 책을 읽던 중 나한테 "아니 근데 유발 하라리.. 그 사람은 모르는 게 없대?"라고 함.


[TED] 무엇이 인간의 성공을 설명해줄까요? - 유발 하라리

https://youtu.be/K6WVIfFI3mw


유발 하라리는 고엔카지가 살아있을 때 직접 명상법을 배우고 그때부터 같이 명상하고 수련을 했고, 지금은 선생님으로 봉사도 하고 있다. 그는 그의 책중 하나에서 한 번은 본인이 위빳사나 명상을 만나지 못했고, 명상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 책들을 쓸 수 없었을 거라고 말한 적도 있다.



위빳사나 명상은 삶의 기술이다. 삶을 잘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때그때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사물이나 사건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가 아닌 있는 그대로를 보는 법을 배우는 것이고, 내가 원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나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날 때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고 모든 것은 결국 다 변하기 때문에 좋지 않은 일이나, 좋은 일도 결국엔 다 지나간다는 것을 알고 경험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위빳사나에 첫 코스를 다녀오고, 계속 수련을 하고 봉사를 하면 할수록 화가 덜나고, 점점 차분해지고 행복해지는 걸 느낀다. 예전 같았으면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지 하면서 속상했을 일들도 있는 그대로 감정을 제하고 보는 법을 배우고, 개인적이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법을 배운다. 아예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인간이기 때문에 기쁘거나 슬프거나 즐겁거나 화가 나는 감정들이 나타나지만 그 감정들은 일어났다가 사라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 감정에 동요되거나 휘둘리는 횟수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특히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고엔카지가 계속 강조하는 종파적이지 않고 보편적인 자연의 진실인데 위빳사나는 그 어떤 종교와도 상관이 없다. 고엔카지의 말에 따르면 고통은 고통일 뿐이지, 기독교인 고통, 유대인 고통, 불교인 고통, 흑인 고통, 동양인 고통, 백인 고통 이렇게 따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지 않냐고 한다. 지식의 세 가지 종류에 대해서도 계속 설명하는데 첫 번째는 어디서 읽었거나, 들은 지식이다. 두 번째는 내가 깊게 생각해봤고,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을 보고 얻은 지식, 세 번째는 내가 직접 경험한 지식. 즉 나에게 진실이 된 지식이다.


그리고 그 직접 경험 지식, 즉 진실을 얻기 위해 수련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계속해서 수련할 수 있게 도와준다. 10일 코스에 참여한 수련생들은 그냥 듣거나 생각해본 지식이 아닌 경험적 지식을 얻게 되고 진실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정말 신기한 건 매일 저녁 고엔카지의 담마 이야기 시간에 고엔카지가 해주는 이야기, 고엔카지는 계속해서 같은 말들을 반복해서 설명을 해준다. 하지만 그때그때 이해하는 정도가 다르다. 매번 다시 들을 때마다, 이건 분명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녹화를 해서 계속 재생하는 것이고 영상에서는 항상 계속 같은 말을 하는데 저번엔 있는지도 몰랐던 이야기가 새롭게 들리고 이해가 된다.


나뿐만 아니라 여러 번 수련에 참가한 수련생들과 이야기했을 때에도 다들 같은 말을 한다. 매번 들을 때마다 계속 전에 놓쳤던 이야기가 나오고, 매번 들을 때마다 계속 새롭다고.



고엔카지의 연설

Millennium World Peace Summit of Religious & Spiritual Leaders By Acharya S. N. Goenka (English)

https://youtu.be/P97criit1qI


유발 하라리의 위빳사나에 관한 강연

Yuval Noah Harari on Vipassana, Reality, Suffering, & Consciousness

https://youtu.be/i1_YhlXiuxE


몇몇 분들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은 이렇게 2주나 일을 빼는 것이 쉽지 않아서 현재 일을 하지 않는 상태로 온 분들이 많았다. 한국센터에는 한국인 봉사자가 부족하다고 하던데 그것도 이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겐 지금 당장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오고 싶은데 시간을 내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


내가 맨 처음 위빳사나를 알아볼 때나 가기 전에 궁금해서 알아볼 때에도 정보가 별로 많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은 좀 더 많아진 것 같긴 하지만 위빳사나는 고엔카지의 말에 따르면 정신(마음) 대수술이기 때문에 꼭 센터에 와서 10일 코스를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서 선생님들의 지도를 받으며 배워야 한다고 했다. 직접 해보니 정말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이롭고 편하기도 하다. 그래서 위빳사나 명상의 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10일 코스를 등록하고 센터로 와서 직접 배워야 한다. 하지만 위빳사나가 뭔지 알고 싶다면 웹사이트를 들어가 살펴보고, 소식지나 책을 읽어보고 등록을 결정할 수도 있다.


위빳사나 웹사이트

https://www.dhamma.org/ko/index

   

최근 출판된 위빳사나 책





이건 여담인데, 계속해서 더 이해하고 이해할수록,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위빳사나 센터에서 소젖을 쓰는 걸 허용한다는 점이다. 생각을 해보고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고엔카지가 계속 말하는 May All Beings Be Happy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가끔 더 길게 말할 때에는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크거나 작거나, 인간이거나 인간이 아니거나, 눈에 보이거나 눈에 보이지 않거나 그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모든 생명이 행복하기를 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도덕적 규범인 계율 실라를 생각해보면 더더욱 소젖을 사용하는 것이 실라를 어긴다고 생각이 든다. 실제로 위빳사나를 시작하고 비건이 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공장식 축산이 생기기 전인 옛날부터 전해 내려 오는 것이었고, 인도는 소들이 길에 그냥 걸어 다니고, 소를 괴롭히거나 해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소를 신성시 여겨 소젖도 신성하게 여긴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인도 내에서의 생각이므로 어떻게 보면 종교와 전통의 부분을 버리지 못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현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해보면, 소들은 인간이 소젖을 먹기 위해, 이익을 얻고 돈을 벌기 위해 고통받고, 착취받고, 이용당하다 살해를 당한다. 수천수만 마리의 소들은 강제 임신을 당하고, 새끼를 빼앗기며, 학대와 착취를 받으며 이용당하다가 살해를 당하고 '고기'로 팔려나간다. 결국 낙농업이 축산업인 셈이다. 직접 키우는 소의 젖을 짜지 않고 가게에서 포장된 대량 생산된 소젖을 산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런 일에 돈을 쥐어주며 지지하는 셈이다.


실라를 생각해보면 첫째, 살생하지 말라. 살생이 일어난다. 어미소도 새끼소도 살해당한다.

둘째, 거짓말하지 말라. 소들이 행복하다고 거짓말을 한다. 소젖이 인간 몸에 좋다고 거짓말을 한다.

셋째, 훔치지 말라. 소의 젖은 송아지를 위한 것이다. 인간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은 인간이 먹기 위해 어미소에게서 갓 태어난 새끼 소를 훔치고, 어미소의 젖을 계속해서 훔치고 또 훔친다.

넷째, 취하는 것을 하지 말라. 각종 의약품, 항생제, 호르몬제를 소에게 먹이고 주사한다. 그리고 소젖에 있는 송아지를 어미소 곁에 머물게 하는 카조 모르핀은 모르핀과 유사한 중독성이 있는 중독물질이다.

다섯째, 성적으로 비윤리적인 행동을 하지 말라. 암소들은 계속해서 그들이 원하지 않은 강제 임신을 당하고 또 당한다. 그들이 더 이상 재생산을 할 수 없고, 젖을 생산할 수 없을 만큼 몸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물론 나뿐 아니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계속해서 피드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점점 바뀌고 있긴 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소젖 대신 식물성 대체품을 더 많이 먹는다. 센터는 기부금과 봉사로만 이루어지고 소중한 기부금을 한 푼도 낭비하면 안 되기 때문에 점점 더 비건에 가깝게 변하고 있다. 동양은 다행히 소젖을 원래 잘 안 쓰기 때문에 동양 쪽 센터들은 원래 대부분이 비건이지만 말을 들어보니 인도 쪽 나라들은 소젖을 정말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여기저기에 넣는다고 한다...



비건이 되고 나서 겪는 감정 소모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내가 어쩔 수 없는 지금 이 순간도 고통받고, 착취당하고, 살해당하는 수천수만 마리의 동물들, 가끔씩 일어나는 비건 관련 이슈들, 가족과 친구들 혹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상처 주는 말과 행동들에 화가 나고 속이 상하고 감정적으로 동요하고 반응하곤 했었다. 위빳사나를 수행하기 시작하고는 점점 그런 것들에 동요하고 반응하기보다는 그 상황을 지켜보고, 내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각들을 관찰하고 덜 동요하고 덜 반응하게 되었다.


당연히 슬프고, 안타깝고, 속이 상하고, 화가 나는 일들은 일어난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통제 밖의 것들이다. 그렇다면 나는 그것에 대해 화를 내봤자 나만 속상하고 힘이 들고 고통을 받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걸 하면 된다. 내가 비건으로 사는 것,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비거니즘 이야기를 해주고, 아무도 죽거나 다치지 않은 맛있는 밥을 같이 먹고, 동물권을 위한 시위나 집회에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바꿀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내 가족이나 친구들이 비건이 되는 것은 그들의 선택이고 책임이다.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그냥 무시하면 된다. 내가 비건이 아니었다가 비건이 된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이 그렇듯 다 변한다. 저 혐오발언을 하는 사람들도, 나를 속상하게 하던 가족이나 친구들도 언젠가는 점점 채식에 가깝게 먹겠다는 다짐을 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다.


담마 이야기 중 고엔카지가 해준 부처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람이 화가 잔뜩 나서 부처를 죽이러 왔다.

그 사람은 부처와 이야기를 하면 자기가 설득당할 것을 알아서 계속 화를 내면서 부처의 말을 듣으려고 하지 않았다. 부처는 웃으면서 알았다고, 뭐 하나만 물어보겠다고 했다.

집에 손님들이 찾아오죠? 네

손님들이 선물도 많이 가지고 오겠네요? 네 많이 가져옵니다

손님이 가져온 선물을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누구 거지요? 가져온 사람이 다시 가져가겠죠


지금 당신은 화가 가득 찬 혐오라는 선물을 가지고 나에게 왔어요. 나는 그 선물을 받지 않아요. 그럼 그 선물은 당신의 것이죠.

이 말을 들은 그 화가 난 사람은 화를 가라앉히고 부처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해치는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를 해치기 전 본인 자신을 먼저 해친다고 한다. 내면에서 화, 미움, 혐오를 느끼고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 사람은 본인 자신을 제일 먼저 해친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감정들을 밖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던져 다른 사람들을 해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본인을 해하며 불만과 부정으로 가득 찬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부정성을 던지며 해하려 한다. 그 사람들은 그렇게 계속해서 시도를 할 것이다. 하지만  선물을 받느냐, 받지 않느냐는 나의 선택이다. 결국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인 것임을 계속 알고, 선물을 받지 않고, 내면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배우고 연습하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는 정말 너무 속상하고, 화가 나고 미움도 생기고 했었다. 여태까지 내가 저질러 왔던 잘못들, 과거의 나 자신과 지금 현재에도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들도 너무 싫고, 비건을 조롱하는 사람들도 너무 밉고, 반응도 했었다. 조롱하는 사람들이랑 싸우기도 했고, 화도 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냥 무시한다. 선물을 받지 않는다. 그냥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진정한 지혜란 모든 경험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이런 통찰이 있다면 당신이 삶의 기복에 압도당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내면의 균형을 유지할 때, 당신은 자신과 다른 이들을 모두 행복하게 만드는 쪽으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평정한 마음으로 매 순간을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당신은 틀림없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 궁극적인 목표로 나아가게 됩니다.  - S.N. 고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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