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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Mar 27. 2020

#자가격리 중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반강제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 학교는 개학을 연기했고, 대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재택근무를 하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전염병이 도는 것은 끔찍한 일이지만, 이 와중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들어도 집안에서 최대한 지내려고 노력을 하는 데, 갇혀있는 것이 너무 힘이 든다며 다른 도시로 행사가 취소된 꽃구경을 가기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는 몇몇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단체생활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항상 사람들과 어울리고 함께하다 보니,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한 교실에 같은 반으로 이루어진 단체의 학생들은 좋든 싫든 일 년을 함께 해야만 한다. 꼭 짝꿍이나 같이 어울리는 친구들이 있어야 하고 혼자 다니거나 밥을 먹으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왕따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나 또한 그런 생활을 내내 하다가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단체생활에서 빠져나오게 되었다. 그 덕에 나만의 시간이 생겼고, 그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불안했다. 하지만 인간은 누구나 불안함을 가지고 있다. 어떤 나이 때의 어떤 시기의 사람들도 털어놓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불안해하고 미래를 알 수 없음에 두려워하는 것은 다 똑같더라. 


친구, 동료들과 거의 매일을 함께 하다가 혼자가 되어, 나와 시간을 보내고, 나를 알아가고, 나에 대해서 몰랐던 점을 발견하는 일은 새로웠다. 새로운 것, 시작과 성장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영어공부를 하고, 책을 읽고, 궁금한 것들을 알아보고, 일기를 쓰고, 정리를 하고, 산책을 하고 살았다. 이때부터 몇 년에 한 번씩은 이렇게 아무 곳에도 속하지 않고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지 않은 다시 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기가 있었다. 


되돌아보면 이런 시기에 나는 가장 많이 성장하였다. 


물론 일을 하면서도 혼자 시간을 보내야 하는 날들도 많았다. 다른 나라에 혼자 덩그러니 떨어져 하우스 메이트 들이나 같이 일하는 친구들은 있었지만 친한 친구들은 다 한국에 있었던 나날들이 있었다. 그런 날들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더 푹 쉴 수 있었고, 무언가를 관심 있게 알아보고 배우고 익힐 수 있었고,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한국 사람들, 대도시의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하루 종일 일을 하고, 잔업과 야근을 하고, 퇴근 후에는 친구들을 만나고, 주말에는 여행을 가고, 카페를 가고, 술을 마시고, 정신없이 산다고들 한다. 쉴 틈도 없이 너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사람들만 바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바쁜 사람들 때문에 도시는 밤늦은 시간까지 훤히 밝혀져 있고, 시끄럽고, 오염과 공해는 늘어만 간다. 자야 할 시간에 잠을 못 자는 것은 사람들 뿐 만이 아니다. 밤도 늦게까지 잠을 못 잔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나타나 사람들이 죽고, 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아무리 나쁜 상황 속에서도 좋은 점은 찾을 수 있으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지금 이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이용하는 것이 손톱을 깨물며 걱정만 하고 스트레스만 받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일이 아닐까



자가 격리 중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


1 자기 자신을 먼저 돌보기

충분한 휴식 취하기

그동안 너무 힘들게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바쁘게만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돌아보자. 미루었던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앞으로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내는 것을 고려해보았으면 좋겠다. 충분한 휴식과 수면을 취해야지 삶의 질도 올라가고, 건강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고, 일의 성과도 높일 수 있다.

정확한 정보 알아보기

우리는 우리가 잘 모르는 것을 두려워한다. 현재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무섭고 두렵다면 그게 뭔지 정확하게 알아보자.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을 해보아야 하는지,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코로나 실시간 상황판 coronaborad.kr은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통계상의 수치일 뿐이지만 현재 상황을 모른 채 걱정만 하는 것보단 아는 게 낫다. 무엇인가가 겁이 나고 무섭다면 더 똑바로 쳐다보고 그것에 대해서 잘 알아보면 결국 그것은 그렇게 무서워할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세상에 무서워할 것은 없다. 

긍정적인 마음가짐 유지하기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죽음, 인종차별, 폭력, 국내의 정치싸움과 기레기들의 쓰레기사들, 성폭력과 아동 성 착취 사건 등으로 사람들은 다들 화가 나있다. 화를 내야 하는 것에 화를 내는 것과, 연대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에 행동하는 것은 꼭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이런 것들을 붙들고 있으면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시간을 정해두고 걱정을 하고 화를 내자. 그 시간이 지나거나 그 시간이 오지 않았다면 잠시 덮어두고 다른 일에 집중하자. 

나는 화가 나거나 기분이 좋지 않으면 종이에 연필이나 펜으로 글씨를 쓴다. 화가 난 당사자에게나, 그냥 내 머리와 마음속에 있는 생각과 화들을 그냥 아무렇게나 적는다. 쓰면서 울기도 한다. 그렇게 주절주절 쓰다 보면 어느새 점점 마음이 풀린다. 그리고 그 종이들을 잘게 찢어버린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은 어떤가 일기를 써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정을 지켜보자. 글을 잘 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쓴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놀랍게도, 일기를 쓰면 간 기능이 좋아지고 혈압도 내려간다고 한다.

나와 더 친해지기

누구는 이런 말들이 간지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를 제대로 아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왜 그런 건지, 나에게 더 관심을 갖고 나를 더 잘 알게 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누구나 혼자 태어나고 혼자 죽는다. 인생은 혼자다. 이미 알고 있고, 듣고 싶지 않겠지만 나도 가족들도 언젠가는 죽는다. 친구들은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나를 정확히 알고 내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이해하면 그 무엇도 두렵지 않게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 보이기

연락을 하려고 했는데 그동안 시간이 없어서, 정신이 없어서 연락하지 못했던 가족이나 친구들이 있다면 지금이다. 연락해서 잘 지내냐고, 어떻게 지내냐고 이야기하고 힘든 시기를 잘 이겨내자고 서로 응원해보자. 개학이 늦어져 급식에 제공되어야 했던 농산물들이 남아서 고생을 하는 농민들의 농산물 꾸러미를 구매해보자. 이렇게 힘든데 밤낮없이 일하고 있는 질병관리본부와 의료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면 그들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자가 격리를 해야 하고, 급식을 제때 제공받지 못해 밥을 굶어야 하는 이웃들이 있다. 좁디좁은 고시원에서 갇혀있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집안에 가족들과 갇히는 바람에 더더욱 고통받는 가정폭력 피해자들도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2 정리정돈, 집안 대청소

바쁘고 정신없는 생활 속 쌓여만 가던 먼지와 물건들을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 집안의 크고 작은 물건들을 다 꺼내어보자. 몇 년 동안 아니 지난 1-2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사용하지 않을 물건, 있는지도 몰랐던 물건들을 버리고, 기부하고, 나누고, 당근 마켓과 번개장터 앱을 다운로드하면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팔 수도 있다. 정리정돈이 끝나면 집이 조금 더 넓어지고 기분도 상쾌해질 것이다. 


3 동네 산책, 뒷산 등산, 집안에서 운동하기

집안에만 가만히 있거나 운동량이 적어지면 우울감과 무기력증이 생길 수 있다. 타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동네 산책을 하거나 뒷산이 있다면 가벼운 등산을 해보자. 운동복을 챙겨 입고 요가나 운동용 음악이나 유튜브를 틀어놓고 스트레칭, 요가, 홈 트레이닝 등을 해보자. 


4 나 자신을 교육하기

어렸을 때는 엄마 아빠가 나를 키워주지만 내가 생각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될 때부터는 내가 나 자신을 키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한다. 학교에서 주입식으로 하는 수업, 시험이 아니라 삶을 사는 법, 나를 아는 법, 함께 더불어 사는 법, 생각하고 말하는 법, 틀림과 다름을 구분하는 법 등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지만 삶에 꼭 필요한 내용들을 계속해서 찾고 공부하고 배우고 익혀야 한다. 


그동안 바쁘고 시간이 없어서 배우고 싶었지만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시작해보자. 야외에서나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고도 혼자서, 집에서도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요즘엔 유튜브로 뭐든 다 배울 수 있다. 철학, 비거니즘, 페미니즘, 사회, 역사, 경제, 문화, 외국어, 정치부터 미니멀리즘, 제로 웨이스트, 요리, 베이킹, 악기 배우기, 바느질, 뜨개질, 자수, 머리 자르기 등 검색만 하면 다 나온다. 


호주에 있을 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팟캐스트를 많이 들었다.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서 재미있게 이야기해 몰랐던 주제에 관심을 갖게 해 주었다. 같은 이름의 책도 있다. 요즘엔 <흉폭한 채식주의자들>, <3.5%의 변화>라는 팟캐스트를 재미있게 듣고 있다.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동안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읽거나, 예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읽으면 전에 놓친 부분들이 보이고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아쉽게도 도서관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심각’ 경보를 받으며 문을 닫았다. 집에 읽을 책이 없다면 소장용으로 아깝지 않거나 읽고 싶었던 책들을 구매해보는 건 어떨까. 온라인 중고서적도 많이 있다.


*추천도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콜린 캠벨

의사들의 120세 건강비결은 따로 있다, 마이클 그레거

현미밥 채식, 황성수

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멜라니 조이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샤프란 포어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 강남순 외

파란 하늘 빨간 지구, 조천호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나오미 클라인

플랜 드로다운, 폴 호컨

나의 비거니즘 만화, 보선

데미안, 헤르만 헤세

사피엔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호모 데우스, 유발 노아 하라리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한국 넷플릭스 이용자가 매우 많아졌다고 한다. 재미있는 영화나 시리즈가 많이 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고 무언가를 알고 배울 수 있다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 추천 Netflix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저스 The Game Changers>

<우리 몸을 죽이는 자본주의의 밥상 What the Health>

<포크 오버 나이프 Forks over Knives>

<플라스틱, 바다를 삼키다 A Plastic Ocean>

<산호초를 따라서 Chasing Coral>

<익스플레인: 세계를 설명하다 Explain> 시리즈

<소에 관한 음모 Cowspiracy>

<우리의 지구 Our Planet>

<판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 Pandemic> 시리즈

<제인 구달 Jane Goodal>

<미니멀리즘 Minimalism>


5 예술하기

거창하게 생각하고 부담스러워하지 말고 그냥 한번 뭐든지 해보자.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기기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영상을 찍고, 종이를 자르고 붙이고, 집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기를 해보자. 예술로 심리치료도 할 수 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휴대폰을 무음으로 해놓고 예술을 해보자. 


요리도 예술이다. 먹고 싶은 음식의 레시피를 검색해서 음식을 만들어보자.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면역력도 높아진다. 과일과 채소를 직접 만지고, 씻고, 자르고, 지지고 볶고. 다양한 방법으로 맛있는 조합을 찾아보자. 이럴 때일수록 잘 먹고, 건강하게 먹어보자. 요리가 좋은 것은 내가 만든 예술작품을 내가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함께 나누어 먹을 수도 있고, 먹어서 없애버릴 수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로 우리는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자유롭게 많은 것을 누리고 살았는지 돌아볼 수 있다. 너무 바쁘게 살아서 놓치고 돌보지 못했던 것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공장들이 멈추어 공기가 맑아졌다. 자동차들이 운행을 최소한으로 줄이니 교통사고가 줄었고, 사람들이 해외여행을 멈추니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이산화탄소의 발생량이 줄었다. 중국은 야생동물의 거래와 식용금지를 결정했다. 관람객이 사라진 베네치아의 물이 맑아졌고, 인적이 드물어진 동네 어귀에는 야생동물들이 어슬렁거릴 수 있게 되었다. 


마스크를 쓰고 일하니 감정노동을 덜 하게 되어 좋다는 서비스업의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너무 바쁘게만 살아왔던 사람들은 휴식과 여유를 알 게 되었다.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보호자들이 집에 있으니 하루 종일 혼자 집에 갇혀있는 신세였던 동물들이 정말 신나 하고 행복해한다. 영국의 어떤 강아지는 보호자와 함께 있으니 기분이 좋아 꼬리를 너무 많이 흔들다가 꼬리뼈가 삐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물리적으로는 거리를 두게 되었지만 온라인으로는 더 많이 연결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도 많은 시대에 살고 있다. 이 격리조치는 결국엔 해제될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의 삶은 전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알게 모르게 우리도 많이 변했을 것이다. 사람들이 더 많이 알고 달라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것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이런 험난한 시기에 어려운 이웃들은 더더욱 힘들게 살아간다. 두려움을 혐오로 표출해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폭행하는 일들도 일어난다. 또 그런 것들을 쉽게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도움을 청하고 무언가 행동할 수도 있는 시대이다. 


사람들이 휴식과 여유를 더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요구해서 '어쩔 수 없다'는 적은 인원수의 사람들을 쥐어 짜내서 과로사하게 만드는 사회가 조금 더 숨통이 트이고 살기 좋은 곳으로 바뀌었으면 좋겠다. 본인에게 더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돌보아 그 관심과 연민이 다른 사람들과 동물, 식물, 자연에게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혐오 대신 관심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이해가 안 되더라도 반대하는 대신 인정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코로나 이후의 삶은 우리가 잊고 살았던 정말 중요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내 행동을 바꾸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많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비롯한 인수 공통 감염 병은 우리의 행동의 변화로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이다. 우리가 변한다면 환경오염도 줄이고, 기후위기도 늦추거나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많은 것들이 지금 우리 손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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