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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의 마음가짐

2040, Cowspiracy

by 미지수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이제는 기후위기, 기후재앙이라는 말이 더 와 닿는다.

이전에는 아무리 기후가 변한다고 해도 내가 직접 느끼거나 현상들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내가 직접 찾아서 들여다 볼만큼 관심이 없어서, 그냥 지구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자연스럽게 바뀌는 것처럼 지금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고, 나와는 별 상관이 없는 일처럼 여기기도 했었다. 지금은 한국에 있어도 충분히 기후위기를 느낄 수 있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세계의 뉴스를 매일같이 볼 수도 있다. 겨울은 점점 더 따뜻해지고, 여름은 더더욱 더워만 진다. 한반도는 세계 평균보다 기온이 두세 배는 더 많이 올라서 꽃은 더 빨리 피고, 농작물과 사람에게도 피해를 주는 곤충 떼가 더 많이 발견된다. 산불이 나고, 가뭄이 들고, 홍수가 난다. 정말 큰일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어왔지만 그동안은 경제성장을 핑계로 계속해서 뒷전으로 밀려나고만 있었다. 지금도 논란은 되고 있지만 뭔가 급격한 변화도 없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도, 딱히 뭔가 실천을 하고 있지도 않다. 기후위기에 관한 책을 읽고, 다큐멘터리를 보고, 뉴스를 접할 때마다 정말이지 인류가 곧 멸망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지금부터 다 함께 힘을 모아 행동을 해도 괜찮을지 알 수 없는데 현실은 그것보다 더 암담하게만 느껴진다. 기후위기는 너무나 거대해 보이고 그 앞에 무력감을 견디기 어렵다.

대부분의 기후위기 관련 내용들을 살펴보면 기후위기는 인간이 이러이러한 활동을 하고, 어떤 반응과 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위험하다. 지금 당장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누군가는 화석연료 사용을, 누군가는 자본주의를, 누군가는 열대우림 파괴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마치 인간의 존재가 문제인 것처럼, 우리는 문제덩어리인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물론 지금 이 자연스럽지 않은 급격한 기후위기는 인간의 활동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증거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네 탓 내 탓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기후위기에 관심을 가지고 알아본 사람들은 기후 우울증이라는 증상에 시달리기도 한다. 나도 세상이 곧 멸망할 것만 같은 두려움과 무기력함에 속상했던 적이 많다. 불행 중 다행은 인간은 생각보다 똑똑하고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를 늦추고,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책과 다큐멘터리에서도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한다. 하지만 보통 끝나기 전 뒷부분에 간단하게 설명하는 정도로 느껴진다.

방법도 기술도 있지만 정책과 미디어의 미적지근한 반응과 다 죽어도 돈을 벌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 아직도 뒷전인 기후위기의 현실에 속상함을 느끼다 온라인 서울 환경영화제에서 마지막으로 본 다큐멘터리 <2040>로 조금은 마음을 짓누르던 무게가 덜어졌다. 기후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지인들과 함께 가볍게 보기에도 좋은 작품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40>은 호주에 사는 벨벳이라는 어린아이의 아빠가 만든 다큐멘터리이다. 벨벳이 성인이 되었을 때,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고 벨벳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방법과 기술이 있는지 직접 찾아다니고, 상상할 수 있게 시각화해준다. 전 세계의 아이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물어보고, 이미 시행 중인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기술과 곧 시행될 기술, 준비된 기술과 방법을 설명하고 보여준다.

끌어당김과 시각화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일들만을 보여준다면 그 영상들에 사로잡혀 더 많은 재해가 올 수도, 원하는 미래를 상상하는 것으로 그것에 가까운 현실을 만들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봤을 때, 이 작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했고, 더 많이 공유되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기를 바란다.

기후위기에 있어서 할 수 있는 말도 많고 관련된 내용도 정말 많지만 너무 많은 말과 정보보다는 정말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있고,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작품 하나가 더 효과적이다. 내가 여태까지 접했던 기후위기에 관한 책이나 영화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화석연료에 관한 내용이고, 그다음이 자본주의이다. 하지만 육식의 영향에 대해서 자세하게 다룬 건 <소의 관한 음모 Cowspiracy>만 한 작품이 없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육식 산업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왜 육식의 영향에 관한 내용을 찾기가 어려운지 알 수 있게 된다. 현대사회의 육식은 화석연료와도 연관이 깊다. 공장식 축산 동물들에게 먹이는 사료가 되는 유전자 조작 작물을 대규모로 키우려면 화학연료를 사용한 농기계, 살충제, 제초제가 필수적이다. 공장식 축산 동물을 키우는 축사의 온도조절과 동물의 이동에 들어가는 에너지, 각종 의약품도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것이다. 게다가 자본주의 때문에 공장식 축산이 점점 더 커져만 가고, 동물과 사료로 이용될 GMO 작물을 키울 땅을 마련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오염물질은 땅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화석연료와 자본주의, 성장우선주의, 소비만능주의, 사치와 낭비, 공장식 축산은 결국 다 같이 연결되어 기후위기라는 불을 질렀고, 계속해서 부채질을 해댄다.

기후위기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먼저 육식을 줄이고, 그 이외의 환경단체들이 말하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들, 물을 아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낭비하지 말 것 등을 지키면서 계속해서 정부와 기업에게 요구하는 것을 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면 우리의 종말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구를 지킨다고 말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지구는 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인류가 멸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결국은 우리 살아남기 위해 우리의 사치스러운 삶을 변화시켜야만 한다. 그리고 이것은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나부터 시작할 수는 있다. 문제를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육식을 줄이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행동이다.


https://youtu.be/p-rTQ443akE


https://youtu.be/JHEYY34Ri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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