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탄Seitan: 밀 글루텐(밀 단백질)으로 만든 대체육
한국에 콩단백이 있다면 서양에는 세이탄이 있다. 콩단백은 건조된 상태로도 많이 팔지만 세이탄은 대부분의 경우 비닐 팩이나 유리병 안에 담겨있다. 세이탄의 주 재료는 밀 글루텐으로 ‘고기’와 비슷한 질감을 나타내 비건 소시지, 비건 스테이크, 비건 베이컨 같은 대체상품을 만드는 데 많이 사용된다. 밖에서 사 먹는 세이탄은 내 입맛에는 너무 짠 경우가 많고 만들기가 번거로울 것만 같은 생각이 만들어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두부를 먹었다.
비건이 되기 전에는 밖에서 사 먹는 것을 나도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냥 편하게 사 먹을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흔하게 살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비건이 아니고, 비건으로 파는 것은 쉽게 구할 수 없거나 너무 비싸거나 입맛에 맞지 않다 보니 뭐든 직접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세이탄 만들기는 비건 페퍼로니 유튜브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비건이 되기 전에는 너무 짜서 좋아하지도 않던 페퍼로니 피자를 만들어 먹기로 결심했다.
<비건 페퍼로니 만들기> https://youtu.be/TxRK7GSltP4
세이탄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크게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 물에 씻어서 글루텐만 남기는 전통방식과 밀 글루텐 가루를 사서 향신료를 섞어 반죽을 만드는 방식이 있고, 만든 반죽은 물에 삶거나, 찌거나, 팬이나 오븐에 굽는데 원하는 모양을 낼 수도 있다.
<밀가루로 세이탄 만들기 - 고추장 불세이탄> https://youtu.be/VUd97YRQGxA
<밀가루로 세이탄 만들기 - 밀고기 채소 볶음> https://youtu.be/ohYiXTIGOq0
밀 글루텐 가루와 훈제향 액을 사고 각종 세이탄 레시피를 찾아 모았다. 페퍼로니, 소시지, 스테이크... 가장 먼저 케밥용 세이탄을 만들어보았다. 향신료와 밀 글루텐 가루를 섞고 반죽을 치대는데 처음엔 끈적끈적하고 점점 쫀쫀하고 탱탱해졌다. 모양을 잡기가 어려웠다. 중간 작은 불로 끓는 물에 찌는데 약 한 시간을 찐 것 같은데도 익은 것 같지가 않아 꺼내서 물에 끓이고 잘랐는데 너무 덩어리가 컸는지 안쪽이 아직도 안 익어서 오븐에 굽기까지 했다. 어차피 또 얇게 잘라서 팬에 구울 참이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얇게 자르고 팬에 굽고 또띠아 랩에 채소랑 싸서 먹었더니 맛은 있었지만 식감이 과하게 쫀득했다.
며칠 뒤 필요한 재료를 다 모으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페퍼로니를 만들었다. 보통은 계량이 귀찮아서 대충 마음대로 대충 요리를 하는데 일부러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알루미늄 호일과 플라스틱 랩은 사용하기가 싫어서 집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종이 호일과 면포로만 모양을 잡았는데 이십 분 이상 찌는 과정에서 종이 호일이 찢어져 원통 모양이 망가져버렸고, 오래 익혔는데도 레드와인의 알코올 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너무 기대를 해서 그런가, 실망스러웠다. 얇게 잘라서 페퍼로니 피자로 만드니 조금 나아졌지만 너무 쫀득한 식감은 똑같았다.
더 많은 세이탄 만들기 영상을 찾아보았다. 글루텐 가루 2컵에 병아리콩가루 1컵을 섞으면 쫀쫀함이 줄고 모양을 만들기가 더 쉽다는 것을 배웠다. 집에 있는 메밀을 물에 불려서 핸드믹서로 갈고 향신료와 글루텐 가루, 병아리콩가루를 섞었다. 팬에 물을 섞은 소스를 추가하면서 앞뒤로 익혔다. 메밀 간 것을 넣었는데 병아리콩가루까지 넣어서 식감이 밀가루 반죽을 뭉친 것 같은 느낌이 났다. 병아리콩가루의 비율을 높이면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이제 왜 사람들이 2대 1로 반죽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대용량 건조 콩단백을 불려서 양념에 재운 뒤 요리하곤 했는데 세이탄은 아예 내가 원하는 맛과 질감과 모양과 색깔로 대체육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고기’의 붉은색을 비트루트 주스로 내기도 하고, 지방, 산, 당, 소금을 기본 필수 재료로 향신료와 콩과 곡식을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세이탄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검색을 해보니 한국에서도 온라인으로 밀 글루텐(밀 단백질) 가루를 구할 수 있다. 한국에서 해 먹는 것처럼 고추장이나 간장 양념으로 세이탄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서너 번을 먹을 만큼의 세이탄을 만드는데 필요한 밀 글루텐의 양은 200-300g이고 이것도 병아리콩가루나 콩가루, 귀리가루나 아예 콩을 삶아서 으깬 것을 섞는다면 필요한 밀 글루텐의 양은 2/3로 적어져 밀 글루텐 가루 1kg을 사면 여러 번 다양한 세이탄을 만들 수 있다.
<비트루트 주스 사용 크리스마스 세이탄> https://youtu.be/Wh9eq3fZVRs
<택사스 바비큐 세이탄> https://youtu.be/B4UuP0heR8w
※ 밀 글루텐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셀리악병) 사람들은 먹으면 안 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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