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일살이

독일 생활 관찰기

by 미지수

독일 여행이 끝나고 명상센터에서 약 두 달을 지냈고, 그 해 겨울 한 달 조금 넘게, 그리고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독일 소도시에서 독일에 사는 사람들과 지내며 관찰한 것들.


규칙을 잘 지키고 꼼꼼하다. 독일의 명상센터에서 10일 수련을 하며 같은 방을 쓰던 독일인 세 사람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불을 반듯하게 접어 정돈했다.(나는 그냥 이불을 평평하게 하는 정도로만 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불을 접으라고 적혀있었다.)


독일에 사는 독일 사람, 독일에서 만난 러시아, 폴란드, 이탈리아, 우크라이나, 중국, 오스트리아 사람들까지 다 영어를 잘한다. 가끔 한 명 정도 영어를 아예 못하는 사람이 있었다.


처음에는 차가운 것 같이 느껴졌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니 친절하고 다정하다.(내가 만난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명상센터에서 혹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라 그럴 수 도 있음.)


햇빛이 나면 직사광선을 받는 것을 즐긴다.


실내 클라이밍 짐에 갔더니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랑 같이 와서 클라이밍을 한다.


야외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깅, 자전거, 산책, 등산 등.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열 살 미만 아이들도 많이 보인다. 조깅하는 아빠 뒤에 어린이가 자전거를 타고 따라가는 것도 봤다. 한 번은 늦가을/초겨울 등산을 갔는데 어린이 두 명과 어른 여성 두 명, 한 여성은 앞으로 아기를 매고 있었다. 독일인은 이게 흔한 광경은 아니라고 했지만 야외활동을 정말 좋아하는 여성들은 아기를 낳고 아기를 데리고 같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야외 암벽등반을 하러 갔더니 엄마, 아빠, 어린이(큰애)까지 클라이밍을 하고, 아기까지 줄에 매달아서 놀아주고 있었다.


고층 건물이 별로 없다. 프랑크푸르트의 고층건물 밀집지역을 빼면 독일은 스카이라인이라고 할 만한 건물이 거의 없다고 한다. 그래서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도 시야가 탁 트인 곳이 많다. 주택이 많아서 자동차를 타는 것이 필수적인 곳들이 많다.


숲이 많고 새소리가 많이 들린다. 안나가 그랬는데 야생 숲은 없고 다 나무를 키워서 파는 농장 같은 숲이라고 했다. 대부분 비슷한 나무들이 간격을 맞추어서 자라고 있긴 하다..


도시에는 오래된 4-5층 다가구주택 건물이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고, 변기+세면대 화장실, 샤워+세면대 화장실이 따로 있기도 하다.


도어록이 없고 다들 열쇠를 들고 다니는데 집 안에 열쇠를 놓고 나오면 열쇠공을 부르는 게 매우 비싸다고 한다. 꼭 꼭 열쇠를 챙겨 다닌다... 바깥문, 현관문, 창고, 지하실, 우편함에 엘리베이터 있는 건물 중에 오래된 곳은 엘리베이터 열쇠까지 아주 주렁주렁 찰랑찰랑... 여기에서 비밀번호로 열고 들어가는 집 딱 한 곳 가봤다.(캐나다, 호주, 영국도 비슷함)


다가구주택 건물은 1층이 땅 층(Ground Floor)이고 2층이 1층이다. 3층이면 4층인데 엘리베이터도 없어서 계단으로 올라가면 끝이 없이 느껴진다. 동 호수 시스템이 없고, 집에 사는 사람들 이름을 이름 이니셜, 성씨로 적어놓는다. 그래서 우편이나 택배가 오면 이름을 보고 배송해서 흔한 성씨를 가진 사람이 같은 건물에 살면 잘못 받는 경우도 많고, 셰어 하우스 같은 경우 사람들이 이사 가고 들어오고 하면 그냥 위에 덮어버리기도 하고 여러 명이 살면 그 이름을 다 써놓느라 지저분해지기도 한다고. 또 누군가가 내 이름과 사는 동네를 알고, 이름이 특이하면 어디에 사는지 알아낼 수도 있다.. (끔찍)


개를 키우려면 전문 브리더에게 가는데 특정 견종을 원하면 몇 년을 기다려서 분양받기도 한다. 개를 학대하거나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것이 브리더에게 들킬 경우 분양권 박탈되고 브리더가 다시 개를 데리고 간다.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고. 산책시킬 시간이 충분한지, (평일 9-5시 일하는 사람이면 그 시간에 산책을 시킬 수 있는 가족이 있어야 함) 개를 잘 키울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지... 와 같은 자격을 확인한다고 한다.


연말 12월 31일에서 1월 1일 넘어가는 실베스타에 불꽃놀이, 폭죽을 정말 너무 많이 터트린다. 일반인들도 마트에서 사서 막 터트린다. 연기도 나고 너무 시끄러워서 집안에서 키우는 동물들은 무서워서 벌벌 떨고 사람은 잠을 잘 수가 없다. 다음날 도로가 매우 더러워지고 며칠 뒤에 시에서 치운다. 터트린 애들은 안 치우고 그냥 간다.(코로나 때문에 2020년에는 불법이라 훨씬 적었지만 개인 사유지에서는 된다고 했다나, 몇몇 폭죽 터지는 소리 들음)


독일인이 말해주는 거 들어보면 정치 부정부패가 아주 심하고 자동차산업 로비가 심각한 문제라고 한다. 속도제한이 없는 고속도로 아우토반도 없애자는 사람들도 많은데 자동차산업에서 로비해서 못 없애게 한다고. 속도제한이 없는 곳이 많아서 그런가 난폭한 운전자들도 많다.


원래도 공공기관 일처리가 아주 느리다고 들었는데 전화도 엄청 안 받고, 같은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어떤 이는 알고 있는 것을 다른 이는 모르는 경우가 발생해서 갑갑한 적도 있었다. 원래도 일처리가 별로면서 코로나 락다운 시작되고는 뭐만 하면 코로나 핑계를 댄다. (반면에 돈 내라는 것은 그렇게 빠를 수가 없음. 서류 보내라는 것도 기한 일주일-몇 주 안으로 안보내면 벌금을 매긴다고 함.)


월급의 절반? 정도를 세금으로 뜯긴다. 보너스도 절반 뜯긴다. 독일은 일하는 사람들한테 세금 걷은 걸로 일 안/못하는 사람들을 돌본다고 한다.


집에 텔레비전이 없는 사람들도 통신비를 내야 하는데 시청 시스템에 주민 접수를 하면 그 주소로 통신비 강탈하는 사람들이 우편을 보낸다. 돈 내라고. 집안의 다른 사람이 내면 낸다고 또 연락을 해야 함. 진짜 뭐 이런 게 다 있나 했다.


독일 음식.. 은 잘 모르겠고 후추 프레첼이 맛있다. 슈퍼에 가면 단단한 감자, 중간 감자, 포근해서 부서지는 감자 등 항상 여러 종류로 나누어져 있다. 두부가 단단하다. 훈제맛, 강황 맛, 토마토 맛, 허브맛 두부가 있는데 맛있다. 주스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나는 여기에 산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코로나 락다운 때문에 장보고 산책하는 것을 빼면 거의 집에만 있고, 독일어도 못 알아듣다 보니 놓치는 부분도 많다. 독일이라고 마냥 살기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괜찮은 정책도 많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 끝자락에 살아서 그런가 공기가 좋고, 주변에 걷거나 등산할 자연이 많고, 조용한 것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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