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비거니즘 교육에 대한 고민

by 미지수

우리 집에 오면 가장 먼저 간장이(개, 12세)를 찾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밥을 먹이는 다섯 살 먹은 조카가 있다. 아기 때 유당불내증이 있어 소젖 대신 식물성 분유를 먹고 자란 서우는 지금도 본인 접시에 고기가 보이는 족족 골라내버린다. 편식도 심하고 입도 짧은 서우가 가장 좋아하는 건 김과 된장국이다. 서우는 동물원에 가서도 동물들이 불쌍하다고 말한다.


SNS를 하던 중 알게 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비건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인 ‘비건 교사 나는냥’(인스타그램 @vegan.educate)의 줌 미팅에 참여했다. 선생님, 엄마, 이모, 미래의 선생님 등 스무 명 가량의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의 현직 선생님들이 동료들의 핀잔이나 겁주는 말을 견디고, 어떡하면 비건 교육이 강요로 느껴지지 않게 할 수 있을까, 가정에서 민원이 들어오면 어쩌나 걱정을 하고 있었다. 비건 엄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 채식급식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아침마다 손수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선생님이나 다른 학부모들이 이상한 취급을 할까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나는 비거니즘을 조금이라도 더 일찍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아예 동물을 먹지 않고 자랐다면 어땠을까? 과거의 모든 상황이 동일한 채로 나만 비건을 지향했다면 아마 고달픈 학창 시절이 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학교에 다닐 땐 거의 모든 학생이 우유급식을 했는데 싫다는 아이들에게까지 꾸역꾸역 마시게 했다. 아이들은 몰래 우유를 숨기고, 던지고, 버리기도 했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받은 것도 아닌데 음식을 골고루 먹어야 한다며 급식을 남기지 말고 먹어치우라고 했다. 먹기 싫은 것을 억지로 먹은 아이들은 결국 구토를 하기도 했다. 어릴 때는 먹지 않던 것을 어른이 되고 나서 잘 먹는 사람도 많다. 먹기 싫은 걸 강제로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어린이가 먹기 싫다는 걸 강제로 먹게 하는 것보다는 혹시 알레르기가 있는지 확인하고, 재료를 다른 방법으로 조리해 자연스럽게 맛보는 쪽으로 가는 게 낫지 않을까?


균형 잡힌 자연 식물식은 모든 성별과 연령의 사람들과 운동선수들에게까지 적합한 건강식이라는 사실은 이제 꽤나 알려져 있지만 아직도 동자승이 어쩌고 하며 아동에게 채식을 강요하지 말라는 사람이 있다. 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은 보호자가 주는 것을 먹고, 입고, 사용한다. 아이들은 본인이 원해서 비건을 지향하고 싶어도 가정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이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정말 아이들을 위한다면 왜 만연한 육식 강요는 지적하지 않을까?


비거니즘을 몰라도 동물 먹기를 거부하는 아이들은 있다. 그들은 주로 어리다는 이유로 의견이 무시되고 육식을 강요당하곤 한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편견이 적기 때문에 오히려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지만 가정에서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면 실천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도리어 괜한 고민과 불편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된다. 교육기관에서 비거니즘 교육을 시작하고 싶다면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먼저 실행하고, 보호자에 의존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비건 교육을 하려면 사실상 그들의 식생활을 포함한 모든 최종 선택권을 쥐고 있는 보호자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 비건 교육을 진행한다고 해도 급식이 육식으로 나오면 혼란스러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교육과 함께 급식도 채식 위주로 제공되어야 한다. 아이들에게 동물을 아끼라고 가르치는 동시에 육식이 포함된 급식을 남기지 말고 다 먹으라고 하며, 체험학습으로 동물원에 가고, 육식주의 영양학을 가르치는 것도 함께 변해나가야 할 것이다.


언니는 서우에게 최대한 좋은 것만을 해주고 싶다고, 다정하고 똑똑한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보호자는 이와 비슷한 마음일 것이다. 나도 서우를 만나고 더욱 절실하게 서우와 같은 어린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세상에서, 덜 오염된 환경에서, 더 오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하고 바란다. 현재의 육식은 사람들과 동물들의 건강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와 미래에 아이들이 살아야 할 환경까지 무지막지하게 파괴하고 오염시킨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도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 선택을 보호받을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



* 줌 미팅에서 추천받은 책:

『긴긴밤』 루리 글그림/ 문학동네,

『에그맨』 박연수 글그림/ 같이보는책,

『닭답게 살 권리 소송 사건』 예영 글/ 수봉이 그림/ 김홍석 감수/ 뜨인돌어린이


* 비건 가족 비건 육아: ApatoProject비건-기후채널

https://youtube.com/playlist?list=PL2ojsku4EUIT5gqhAVLF0VD2gVEbJmU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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