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처음엔 콩단백이니 밀단백이니 하는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굳이 그것들이 아니어도 두부, 버섯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그래도 한 번 먹어봐야지 하는 마음에 건조 콩단백을 사서 요리를 해봤지만 처음에는 맛있게 조리하는 법을 몰랐다. 밍밍하고 질겼다. 불려서 주면 강아지가 잘 먹길래 낱개로 포장되어 한 번 살 때마다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고, 강아지들 몸에 좋지 않은 성분들이 들어있는 간식 대신에 주면서 여러 가지 모양과 종류의 식물성 단백질을 사보았다. 콩단백은 상대적으로 단단해 모양 유지가 잘 되고, 밀단백은 부드러워 모양이 쉽게 망가진다. 콩불고기도 만들어보고, 닭 없는 닭볶음탕에도 넣어보고, 쌀국수 볶음면이나 파프리카 볶음, 장조림, 콩치킨도 만들어봤다. 건조 식물성 단백은 뜨거운 물에 충분히 불리는 것이 좋고, 간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요리하기 전에 밑간을 해놓으면 맛있어진다.
여러 번 이것저것 시도해본 결과, 물에 불려 간장, 참기름, (생강가루,) 후추, 설탕 약간씩을 넣고 조물조물해서 놔뒀다가 팬에 기름을 약간 두르고 구워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구우면 상추쌈이나 월남쌈을 싸 먹고, 쌀국수나 분짜에 올려먹기만 해도 맛있다. 식물성 단백을 먼저 구워 쌀국수 볶음면을 해 먹거나, 잘게 잘라 볶음밥으로 만들어도 좋고, 채 썬 양파와 고추장 양념을 중간에 넣어 같이 볶아서 마무리로 땅콩 분태를 뿌려먹어도 맛있다. 대용량 건조 콩단백을 사두면 가격도 저렴하고, 보관도 오래 할 수 있으며, 쓰레기도 상대적으로 적게 나온다. 1kg짜리를 사면 한두 달은 넘게 먹는 것 같다. 대여섯 개를 집으면 양이 적어 보이는데 일단 불리면 크기가 꽤 커진다. 종류도 소, 돼지, 닭의 살을 흉내 낸 여러 가지가 있어 요리별로 골라서 쓸 수도 있다.
비건은 샐러드만 먹을 것 같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샐러드나 생채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거나 많이 먹지 않는 비건도 많이 있다. 특히 날씨가 추울 때에는 끓이고, 볶고, 구운 따뜻한 요리가 더 당긴다. 익힌 채소와 생채소를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소 섭취에 더 좋기 때문에 어디 가서 “고기를 안 먹어서” 살이 빠졌다느니, 건강이 어쩌고 하는 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일부러 샐러드나 생채소를 챙겨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래도 생채소나 샐러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당연히 그것만 먹으면 양이 차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다른 나라에 있을 때보다 샐러드를 덜 먹게 된다. 거의 항상 밥이 들어있는 밥솥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상추나 깻잎 등의 쌈 채소가 있다면 콩단백을 구워서 견과류를 잔뜩 넣은 쌈장을 넣고 싸 먹으면 너무 맛있다. 여러 가지 채소를 얇게 채 썰어 구운 버섯이나 두부를 준비해 직접 싸 먹는 월남쌈은 모두가 좋아한다. 라이스페이퍼에 상추나 깻잎 같은 잎채소를 깔고, 구운 콩단백과 채 썬 파프리카와 오이만 넣고 돌돌 말아서 간장소스나 땅콩소스, 스위트 칠리소스에 찍어먹어도 맛있다. 쫄면을 만들어 먹거나, 구운 콩단백과 얇은 쌀국수면, 채소로 분짜를 만들어서 먹을 수도 있고, 나물반찬이 별로 없어도 잎채소를 가위로 대충 잘라 넣고, 해바라기씨, 호박씨, 견과류, 김가루를 넣고 마음에 드는 양념을 넣어 비벼먹으면 비빔밥이다.
하지만 샐러드는 생채소로만 만들어진 먹어도 먹어도 배고픈 요리가 아니다. 이미 익숙해진 감자 샐러드, 고구마 샐러드, 단호박 샐러드처럼 포만감이 드는 샐러드도 있고, 채소를 익혀서 식힌 뒤에 먹거나 따뜻한 샐러드라고 이름 붙인 채소볶음에 더 가까운 요리도 먹어봤다. 밥이나 보리 같은 곡식을 넣는 샐러드도 있고, 파스타같이 면을 넣거나 콩을 넣어서 만드는 샐러드도 있다. 한식은 젓갈과 액젓을 넣지 않은 김치와 나물반찬, 김으로도 충분히 맛있게 먹을 수 있지만 한식이 입에 잘 맞지 않거나 가끔 색다른 것이 먹고 싶을 땐 그냥 있는 재료를 이용해 상상력을 발휘하고 만들어보면 무궁무진한 새로운 조합을 찾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