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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Apr 28. 2022

아이의 밤실수와 브런치와의 상관관계

"으아앙!!" 까만 밤중에, 아이가 운다. 원래 잠꼬대처럼 가끔 잠을 설치는 편이라, 기다렸다. 그런데 계속 운다. 왜 그러지? 아이를 살짝 토닥여주려 손을 뻗은 순간, 축축한 무언가가 와 닿았다.


더듬으니 아이의 윗옷까지 다 젖었다. 아이는 잠이 오는데 기분 나쁜 감각이 드니 기분도 나빠졌다. 불을 살짝 켜니 "불 꺼어~" 하며 큰 소리로 운다. 아이의 잠이 완전히 깨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 옷을 갈아입히고, 이불과 방수패드를 걷어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


시계 속 숫자는 새벽 2시 10분. 순식간에 꿈에서 현실로 끌려 나온 몸과 정신은 그저 벙벙하다. '아이가 다시 깊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들어가야지' 하고 거실에 앉았다. 그리고 문득, 쓰고 싶어졌다.






브런치에 글을 안 쓴 지 꽤 되었다. 사실 '' 쓴 게 아니라 '' 썼다. 나는 생각이 다 정리되고, 그 정리된 생각을 써내기 위해 또 고민하고, 다 쓴 뒤에도 수없이 고친다. 그렇게라도 해야 누군가가 읽어줄 만한 글이 나온다. 그러니 글 하나를 쓰는 데에도 한없이 느리다. 게다가 써 놓고도 발행을 망설여 못 누른 글도 있다.


유독 나는 타인의 평가에 민감하다. 타고난 기질이 그렇고, 또 자라온 환경이 그랬다. 그러다보니 눈치가 좋은 게 아니라, 눈치를 보는 편이다. 실수하는 것도 안 좋아한다. 실수를 하면 우주의 나쁜 기운이 몰려오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어떻게 실수를 안 하고 사는가, 사람인데! 그래서 나의 내면에는 '실수하면 안 된다'는 자아와 '실수 좀 할 수 있지' 하는 억울함이 공존한다.


그런데 아이의 실수를 수습하고 앉은 이 밤, 생각해본다. 아이처럼 나도 밥먹듯 실수를 하던 시절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매우 쉽고 간단한 일도 삐걱거리며 연습하던 때 말이다.



작년 여름에 배변훈련을 시작했다. 아이는 바지가 몇 번 젖는 경험을 하더니 "팬티 싫어. 기저귀 입을래." 하며 변기를 거부했다. 아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시작한 걸까 싶어 마음이 무거웠었다.


그런데 올봄에 아이가 변기에서 쉬하는 경험을 조금씩 하더니, 요즘은 자신 있게 팬티를 입는다. 몇 달 전만 해도 기저귀를 차던 아이가 맞나 싶다. '발달이 이런 거구나!' 경탄스럽다.


하지만 아직 밤에는 실수를 한다. 사실 그렇게 몇 번 실수하더니 잘 때에는 기저귀를 입겠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그러더니 다시 며칠 전부터 팬티를 입고 자기 시작했다.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이 아이도, 이토록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럼 나는? 


'실수에 많은 부끄럼을 느끼던 아이'는 자라서 '실수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어른'이 되었다. 미숙함을 들키기 싫어서, 차라리 하지 않는 편을 택한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일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지만 직면하지 않으면 성장할 수도 없다.  때로는 용감히 팬티를 입고, 젖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도 있다.


아이의 밤실수가 이상하게 내게 힘을 주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브런치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그 전에는 노트북 앞에 앉아 며칠을 생각하며 쓰고 고치고 또 고쳤는데, 오늘은 그냥 폰으로 썼다.



벌써 새벽3시이다. 이제 아이는 곤히 잠든 듯하다. 나도 이만 마무리해야지. 짧은 시간 서툴게 써 내려간 이 글을 아침에 올리게 된다면, 나도 조금의 용기를 낸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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