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파

by 나현

늘상 이 내 마음은, 의연해질만 하면 모래로 지었다는 걸 알려온다.


해안선에서 조금 떨어진, 바닷물이 닿지 않아 버석버석한 모래들과 조개껍질 따위가 뒤엉켜 있는 언덕에 지은 내 모래성이다.

나는 썰물에 모래성을 지었을까.

지금 밀물이 들어오는 걸까.

부서진 파도 하나가 닿기 시작했을 때 나는 도망가지 못했다.


썰물을 몰아다준대도 그 커다랗고 푸른 나무 한 그루 앞에 다시는 모래성을 짓지 않으련다.


무수한 날들이 흘렀고, 나는 새로움을 잃었다.

다시 이곳을 떠나 새로움이 될까.

당연함과 소홀함을 배워야 할까.

모든 날들은 한낱 시절이 될까.


-


눈먼 둥근 돌에 발가락 하나를 찧었다.

돌들은 알아채지 못했다.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것들은 행복했겠지.

- 실비아 플라스, 낭비없는 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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