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진(서울시 아동공동생활가정 지원센터 자립지원 전담요원)
인터뷰 3: 주거 여정 이야기
#생애 첫 주택 _ 인천 LH 영구임대아파트
거주 지역/시기: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태어나서 초등학생 시절
동거인/반려동물: 가족
주거 유형: 아파트
일반적인 임대아파트에서 살았어요. 집에 대한 생애 최초의 기억은 아파트 놀이터예요. 너무 어려서 기억이 매우 단편적이기는 한데요, 아빠랑 같이 놀이터에서 놀았던 기억이 나요. 따뜻하고 한없이 즐거웠던 온기가 남아 있고 무엇보다도 정말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마 제 나이 4살인가 5살 때 같아요.
#과거의 집 1 _ 인천 보육원
거주 지역/시기: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중고등학생 시절
동거인/반려동물: 보육교사 및 시설 입소 아동
주거 유형: 보육원
인천에 있는 보육원에서 살았어요. 13명이 함께 지냈고 여학생만 있었어요. 한 방에 5~6명이 같이 지냈고 2명의 선생님이 교대로 돌봐주셨어요. 중‧고등학생은 주로 1~3층을 사용했어요. 3층은 주로 고등학생이 사용할 수 있었는데 1인실과 2인실이 있었고 가위바위보를 해서 정했어요. 2층의 방은 이층 침대 2~3개가 있었고, 책상은 개인당 하나씩 사용하고 옷장은 공유했어요. 침대는 큰 언니들을 위한 것이고 나머지는 바닥에 이불 깔고 잤어요. 공용공간은 주방, 거실.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었고요 그밖에는 베란다. 창고와 선생님 방이 따로 있었습니다. 베란다에는 탁구대가 있어서 가끔 탁구를 치기도 했어요.
아침은 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식당에서 만들어진 요리를 거실로 가져와서 같이 먹었어요. 가끔씩 라면 같은 야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요리 강습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그밖에 경제 교육 프로그램 (투자 개념/자립할 때 통장과 신용카드 사용법/자립 정보 북), 소방 프로그램, 특전사 프로그램, 서당 프로그램, 사랑의 등반 대회, 여행 프로그램 (태안), 해외 연수 프로그램 (미국 동부) 등 굉장히 많았어요. 용돈은 한 달에 1만 2천 원을 받았는데 1천 원은 자치회비. 2천 원은 저금 그리고 1천 원을 십일조로 내고 나면 남는 돈이 8천 원이었어요. 청소는 돌아가면서 직접 했고요.
친구들과 같이 살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어요. 하지만 개인 공간이 없었고, 애들이 너무 많아서 지내기 좀 힘들었어요. 어른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나이인데 선생님께서 한 명 한 명 신경을 써주시기가 어려우셨을 거예요. 11시에는 모두 원장 선생님 명의로 된 휴대폰을 반납해야 하는 것이 불편했고요. 물론 자기 전에 떠들면 안 됐고요. 그리고 식사를 잘 안 하면 간식을 못 먹게 하거나 용돈을 주지 않거나 하는 벌칙이 있었어요.
#과거의 집 2 _ 인천 선생님 댁
거주 지역/시기: 인천시 부평구 십정동 (백운역 근처), 대학생 시절
동거인/반려동물: 생활지도원 선생님
주거 유형: 빌라
인천 부평구의 빌라에서 선생님과 함께 살았는데 침실 2개, 거실 겸 주방, 화장실, 베란다로 구성되어 있었어요. 그리고 수고양이 한 마리도 함께 키웠어요. 선생님이 전세금 5천만 원을 내시고 저는 다달이 10만 원 정도의 관리비만 냈어요. 배려해 주셔서 경제적인 부담은 없었어요. 보육원 시절 함께 지낸 선생님이신데 정말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여전히 서로 연락하며 지내고 있어요.
그때 당시 저는 기초생활수급자라서 생계비 50만 원을 지원받았기 때문에 알바를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고, 국가 장학금과 겨자씨 장학금을 받아서 대학 등록금을 전부 면제받았어요. 이곳에서는 1년 정도 지냈고 아주 안정적이었어요. 개인 공간이 있었고, 지하철로 20분 내로 학교에 갈 수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집에 어른이 있는 것이 좋았는데 의지가 되고 보호받는 느낌을 받아서 든든했어요.
이웃들과의 소통은 없었지만 주변에 대형 마트가 있어서 편리했어요. 반면 빌라촌이라 골목이 많았는데 밤에는 어두워서 혼자 다니기에 무서웠어요.
#과거의 집 3 _ 인천 LH 영구임대 아파트
거주 지역/시기: 인천 연수구 연수동, 대학생 시절
동거인/반려동물: 친동생 이랑 둘이서 살면서 고양이 두 마리를 키웠어요.
주거 유형: 아파트
작은 아파트이어서 침실은 제가 쓰고 거실을 동생이 썼어요. 그러다가 둘째 동생이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거실은 고양이 두 마리가 차지하게 되었고요. LH 영구임대 아파트로 보증금 230만 원에 관리비가 전기세와 수도세를 포함해서 월 7만 원이었는데,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에 4만 원을 면제받아 3만 원만 냈어요. 그 당시 기초생활수급자로 50만 원을 받고 생계 장학금으로 50만 원도 받고 있었어요. 보육원 퇴소할 때 500만 원을 받은 것은 독립할 때 전자제품을 구매하거나 생활비로 썼어요. 이곳은 총재산이 2천만 원 이하라면 계속 머물 수 있는 곳이었어요.
비용이 저렴하고 주거 환경, 교통편, 개인 공간, 쓰레기 분리수거 시스템이 좋았고 지하철 근처라서 30분 이내로 통학이 가능했어요. 그런데 화장실은 좀 그랬어요. 누렇고 낡았어요. 베란다에도 곰팡이가 많이 있었고요.
#개요
거주 지역: 서대문구 북가좌동
거주 시점: 2019년 ~
동거인 및 반려동물: 없음
주택 점유형태
8,500만 원 전세로 살고 있어요. 전세금은 LH에서 모두 지원해 주고, 이자로 매달 13만 원을 부담하고 있어요. 관리비는 5만 원 정도이고 수도광열비는 따로 내고 있어요.
입주정보 취득 과정
원하는 동네를 미리 정하고 직방, 다방 등 부동산 앱과 동네 공인중개사를 찾아다녔어요. 평소 주민센터에 가서 정보를 찾기도 하고, LH 청년 임대주택 카페에서 적당한 집을 알아보기도 했어요.
현재 집으로의 이동 계기 및 추구하는 가치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이 결정되고 나서 출퇴근이 용이한 지역으로 가고픈 마음이 컸어요. 결국 직장에서 가깝고 남자 친구가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서대문구 혹은 마포구가 주된 생활권이에요. 아무래도 내가 위험할 때 가까운 사람들에게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연고지를 만들고 싶었는데 만족스러워요.
집은 제가 원래 생각했던 느낌 그대로였던 것 같아요. 원래 수납장이 한쪽에 있고, 공간이 한눈에 쏙 들어올 집을 찾고 있었거든요. 제가 워낙 겁이 많아서 한눈에 집안의 모든 공간이 보이는 곳을 원했어요. 제 상상에 딱 들어맞는 아담하고 안전한 집이어서 집을 둘러보고 바로 계약하겠다고 했어요.
#주거공간
주거 유형: 다세대주택 2층 (약 20가구)
공간 규모: 6~7평 원룸주택
공간 구성: 현관 옆 화장실, 주방 (냉장고), 원룸 (침대, 옷장 등), 작은 발코니
현재 집에서의 즐거움
아침에 일어나서 햇볕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눈을 뜨고 무지 블루투스 스피커를 켜요. 그때가 가장 편안하고 즐거운 시간이에요. 그리고 작은 공간이지만 제가 소품을 하나하나 만들거나 구해서 장식할 수 있어서 좋아요.
현재 집에서의 불편함
공간적으로는 세탁기, 화장실이 너무 가까워서 소음이 분리가 잘 안돼요. 나중에 살게 될 집은 세탁실과 주방이 분리되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그리고 이 집에는 2인용 식탁과 의자 그리고 침대만 있는데, 침대가 아닌 편안하고 안락한 의자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어요.
애착하는 물건
e북 리더기. 굳이 좋아하는 물건이 따로 없어 애착 물건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그나마 자주 사용하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물건이 있어요. 평소 스트레스를 받으면 독서를 해요. 책에 몰입하다 보면 현실세계를 벗어나 어느덧 책 속 세계에 빠져들게 되곤 합니다. 그 점이 현실을 잊고, 마음을 안정시키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고요.
항상 책을 가지고 다니면 좋겠지만 책 크기가 워낙 다양한 데다 무거워서 보는 게 한계가 있잖아요. 그러다 마음먹고 구입한 게 e북 리더기였어요. 가격은 조금 나가지만 언제든 편하게 책을 볼 수 있어 늘 즐거운 마음으로 가지고 다녀요. e북 리더기는 주로 출퇴근 시간에 그리고 저녁식사 후에 사용해요. 주말에 카페에 가서 혼자 음료를 마시면서 읽을 때가 가장 좋아요. 저만의 소소한 스트레스 해소법입니다.
#주거환경
우리 동네 만의 개성
홍제천과 불광천이 가깝고, 교회도 걸어갈 수 있어서 좋아요. 무엇보다도 남자 친구의 부모님들이 이웃이자 지인이 되어서 편안해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 & 다소 불만족스러운 부분
역시 어른들이 곁에 있는 것이 가장 크게 다가오고 집에 대해서는 풀옵션 원룸으로 세탁기, 에어컨 등이 모두 설치되어 있어서 편리해요. 또한 저번 집은 방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했어요. 왠지 모르겠지만 방에 있으면 거실에 누군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있었는데 지금은 한눈에 보이는 공간으로 오니 안심이 돼요. 동네에 아기자기한 작은 공방이나 카페가 많아서 좋기도 하고요.
반면에 요즘에도 길 가에 담배 피우는 어른들이 종종 있어요. 분리수거를 제대로 안 해서 지저분한 길거리도 싫고요. 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요.
집에 대한 경험과 미래의 집
가장 좋지 않은 거주 경험을 준 집
대학생 때 잠깐 살던 자립관이요. 자립관은 보육원을 퇴소한 청소년이 바로 사회에 나오지 않고 잠시 머물 수 있는 공동거주 공간이에요.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저만 학생이었기 때문에 아침 9시에 무조건 나가서 저녁 6시 이후 귀가할 수 있었어요. 같이 지내는 언니들은 직장인이라 집에 오면 피곤해하고 소통이 별로 없어서 공감대가 생기기도 어려웠어요. 개인 공간이 없어서 불편했고요. 한 방에 4~6명이 함께 지냈거든요. 고등학생 땐 오히려 보육원에서 한 방에 2명이 지냈는데, 그곳보다도 훨씬 별로였어요. 게다가 등하교 시 교통이 불편해 한 시간이 넘게 걸렸고요.
그 후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주변에 어른도 없었고, 심지어 둘째 동생을 제가 돌보면서 생활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모든 게 어려웠어요. 공과금이나 관리비를 제출하는 것도 낯설었고요. 나하나 챙기기 바쁜데 각종 돈 내야 하는 날짜를 다 챙겨야 하니 처음에는 정말 정신없었어요. 또 여자들끼리 살다 보니 더 무서웠던 것 같아요. 첫 자취집이 시장 골목 안 쪽에 있었는데 저녁 8시만 되어도 금세 어두컴컴해졌거든요. 원래 겁이 많았지만 그 이후로 안전에 더욱 예민해졌어요.
가장 좋은 거주 경험을 준 집
생활지도 선생님 집에서 함께 지낼 때가 좋았어요. 처음으로 개인 공간을 가질 수 있었거든요.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었고 “우리 집”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선생님이랑 같이 살면서 요리도 배울 수 있었어요. 당시 19~20살이었는데, 선생님과 1년 정도 함께 지내면서 독립할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지내요.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가장 좋아요. 제가 집을 열심히 찾아서인지 항상 점점 더 마음에 드는 집에서 살게 되는 것 같아요. (웃음) 지금 집은 내 삶에 최적화되게 꾸며 놓았어요. 호텔 같은 흰색 베딩, 조명, 사진 액자 등 소소하지만 제가 원하는 깔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집이에요.
아동복지시설 퇴소 청년들은 집을 어떻게 구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여러 길이 있는데 저처럼 LH 전세임대를 통해 집을 구하는 케이스가 가장 많고요, 주변을 보면 월세 사는 친구들,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자립관이나 셰어하우스, 기숙사에 사는 친구들도 많더라고요.
보다 나은 주거 생활을 위해서 보호종료 청년들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점은
자기가 자취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사실 공부가 가장 우선인 것 같아요. 이것저것 모르는 것은 얼른 어른한테 많이 물어보고, 배우면 좋겠어요. 요즘은 청년을 위해서 월세 지원이나 전세임대도 많고, 주택도 지어지고 있으니 그러한 부분도 관심 있다면 자주 검색해보고 자기에게 맞는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가까운 미래에 어떠한 집에서 거주하고 싶은가
막내 동생이 제과제빵을 전공하고 있는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인천에 있는 시설을 퇴소하면 함께 살아야 해요. 여동생이 둘이 있는데 둘째는 양천구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살고 있고, 막내는 앞으로 함께 살게 되겠지요. LH 청년 임대주택 중에서 방이 여러 개이고 거실이 있는 공간을 찾고 싶어요. 햇볕이 잘 드는 것도 중요한 기준이고요. 동네는 안전하고 산책할 수 있는 개천이 있는 지금 살고 있는 북가좌동이 좋아요.
그리고 나중에 가정을 꾸린다고 예상했을 때 집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어요. 방은 3개, 화장실은 2개가 있으면 좋겠어요. 이왕이면 갈색 나무 바닥에 벽지는 화이트로 깨끗했으면 하고요. 이건 몇 년 전부터 계획한 건데, 지역은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나 인근 도시였으면 좋겠고요. 음... 로망이라면 화장실이나 현관에 아치형 가벽을 세워보고 싶기도 해요.
주생활 일기
제목: 봄을 준비하는 편안한 시간들
일시: 2020년 3~4월, 날씨는 쌀쌀하지만 햇빛만은 봄이다.
평소 사람들과 있을 때는 수다스럽게 놀다가도 혼자 있을 때가 되면 왠지 그래야만 할 것처럼 조용해진다. 오늘은 그동안 못다 한 뜨개질을 마저 하고, 작은 러그를 하나 완성했다. 나만의 조용한 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다니 꿈만 같다. 러그를 완성 후 찍은 저 사진은 그동안 내가 바랐던 집에 대한 이미지에 가장 가까운 것 같다.
조용히 쉬고 싶은 오늘은 남자 친구마저 없는 하루다. 가사 없는 노래를 무지 스피커로 틀어놓고, 집 청소를 시작했다.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걸레질을 했다. 환기를 시킨다고 열어둔 창문으로는 작은 햇빛이 흘러들어오고 한동안 옷장에 기대앉아 쉰다. 바닥이 차가워 오래 앉아있지는 못했다.
어느덧 저녁시간이 되었고, 장에서 컵반 하나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었다. 요리는 영 자신이 없어서 늘 이렇게 간편하게 먹곤 한다. 다 먹고 나서는 침대에 올라가 벽에 등을 대고 책을 폈다. 영양가 있는 소설은 아니지만 시간을 보내기에는 최고다.
제목: 보호종료 아동의 삶을 이야기하는 밤
일시: 2020년 7월, 날씨는 시원하고, 어느새 밤이 가까웠다.
회사를 마친 금요일 밤, 남자 친구와 자전거를 타고 불광천 길을 따라 한강에 도착했다. 아직도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서울에서 보는 야경은 늘 마음에 위로가 되어준다.
한강에 도착하자 우리는 자전거에서 내려 다리가 잘 보이는 위치에 앉았다. 한 주 동안 많이 못 보았던 만큼 그동안 못 나눈 회사 이야기, 학교 이야기, 삶 이야기를 나눴다. 이 날의 가장 큰 주제는 내가 만난 “보호종료 아동”의 삶이었다. 저렇게 많은 집, 사람들 중에 “보호종료 아동”이 발붙일 곳이 제대로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그리고 남자 친구는 곁에서 말없이 내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