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높고 푸른 사다리]

진정한 사랑이란, 그리고 끊임없이 성찰하는 인간의 모습

by 밋앤그릿

소설책이 읽고도 싶었고, 여러 명의 지인 추천으로 읽은 책.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요한 수사의 관점에서 '단 하나의 가장 중요한 것에 몰입하기 위해, 모든 욕구를 억제해야하는 환경' 에서 찾아온 사랑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종교인이지만, 만약 어떤 계기로든 그 감정에 몰입하게 되었을 때 그는, 아니 아마 어느 누구도 그 상황에서 요한 수사와 같이 고민하고, 힘겨워하고, 다양한 상황들 속에서 고뇌하며,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매 순간, 매일매일 상상하고, 그 속에서 갈팡질팡 할 것이며, 결국은 어떠한 선택을 하게될 것이다. 그러나, 그 선택은 그 어떤 경우라도 결코 잘못된 것이 아니며, 그 어떤 선택도 존중받아야 한다.


나도 현실에서 잘 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항상 마음으로는 생각하고 있는 것. 결혼을 준비하면서도, 서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항상 이래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것.


사랑은 주는 거라고, 진정한 사랑은 주는 것일 뿐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
사랑은 거래가 아님을, 사랑은 대가가 없는 것임을, 사랑은 오래 견디고 오래 참고 오래 바라며 사랑은 결국 주는 것을 그 본질로 한다는 것을.

요한 수사 또한, 이 것을 알면서도, 이기적으로 변해버리는, 그리고 누구나 그럴 수 있듯 질투심과 오해, 그리고 계속 무언가를 바라는 그 감정이 솔직하게 묘사되고 있다. 마치 나도 그랬던 적이 있는 그 순간들이 떠오르듯. 요한 수사의 사랑의 감정을 통해 나의 삶에 대해서도 고민할 수 있었던 시간. 진정한 사랑이란.


인간은 끊임없이 성찰하고, 성숙해지고, 나아간다.

남녀간의 사랑의 감정뿐만 아니라, 우정, 그리고 신에 대한 사랑 등 수많은 상황들을 통해 요한 수사가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면들도 많이 묘사되고 있다. 특히, 친구 미카엘과 안젤로와의 관계, 그리고 그들과의 의견 나눔, 신뢰, 서운함, 그리고 그들을 갑작스럽게 잃게 되었을 때의 상황들을 보여주며, 한 인간이 인생의 수많은 관계, 의사결정,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상황들에 의해서 얼마나 성숙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과정들을 강인하게 이겨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나의 지난 수십년간을 생각하며 나의 현재 모습을 만들어온 과거 경험들을 회상하게 된다.


매 순간의 만남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매 순간 나에게 찾아오는 운명과도 같은 상황, 사건, 사고, 혹은 문제들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다면, 그리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며 성숙해질 수 있는 의지가 있다면. 공지영 작가가 마지막에 남긴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더 깊이 절망하겠습니다. 더 높이 희망하기 위해서"와 같이, 우리 인생 자체가 더 높은 희망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인상적이었던 문장들을 몇 개 더 적어본다.


"왜 사랑하나요?"라는 문장은 문법적으로는 옳다.
"어떻게 그를 사랑하게 되었나요?"라는 질문도 문법적으로 옳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 말들은 성립되지 않는다. 왜 사랑하는지 이유를 분명히 댈 수 있다면 이미 그건 사랑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이 아플 때는 다른 이들을 위해 나를 쏟는 것으로
나의 고통을 달래곤 했다.
어쩌면 치유는 위로받는 자에게가 아니라
위로하는 자에게 일어나는지도 모르니까.

이 평범하고 흔한 것이 이렇게 특별한 느낌을 주기에
세상 사람들이 그토록 이 평범하고 흔한 것을 찾아 헤맨다는 것.

50년이 더 지난 일을 회상하면서 울 수 있는 사랑의 힘은 무엇일까?
그 고통을 두고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은?
진정한 사랑은 마모되지 않는다는 것을.
진정한 고통도 진정한 슬픔도 진정한 기쁨도.

-------------------------------------------


20200531

높고 푸른 사다리

공지영

해냄

keyword
작가의 이전글[15.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