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체험'이라 쓰고 '느리게 사는 삶'이라 부른다.
요즘은 외출할 일이 있으면 시간을 매우 여유있게 잡는다. 조금만 서두르면 자꾸만 놓치는 것들이 생겨서, 천천히...메모하며...그렇게 실행한다. 지난번에 병원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찾느라 무지 고생했다. 그래서 이제는 주차후 기둥사진을 직고, 입으로 한번 소리내어 읽고, 엘리베이터로 가는 내내 방향을 몸으로 익힌다. 한때는 스피드를 즐겼던 내가, 느리게 운전하는 택시기사님을 마음속으로 무지 답답해했던 내가, 가끔은 운전을 초보처럼느리게 한다. 이때는 '초보체험'이라 이름짓는다(이름짓는 것이 취미인지라). 운전을 느리게 하니 여유있어 좋고, 기회가 될때마다 걷기를 많이 하니 놓쳐왔던 주변 풍경이 새롭게 다가와 좋다.
미래에는 노인인구 뿐 아니라 '치매인구'도 엄청난 속도로 늘어갈 것이다. 4초에 1명씩 전세계적으로 치매인구가 증가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25년에 치매인구가 100만명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증상을 보이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으며, 실제로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에 대한 이해조차 없으며, 진단받지 않은 경우도 실제로 치매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65세 이상 4명중 1명이 치매예비군이라 하며, 75세 이상은 10명중 1명이 치매환자이고 85세 이상은 2명중 1명이 치매환자라는 통계도 있다.
100세 시대가 마냥 좋지만은 않은 이유가 아마도 '치매사회'라는 표현이 동시에 떠올라서라면 너무 지나친 걸까? 이제 나만이 예외일꺼라는 착각은 버려야 할 것 같다. 치매환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 그때는 더이상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 돌보는 지금과 같은 모델은 더이상 불가능해질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인 소망이 있다면, 만약에 내가 치매에 걸리더라도 지금 살고 있는 그곳에서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with 치매'의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에는 '치매마을'이 있다고도 들었다.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일상을 조금씩 느린 속도로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이러한 것과 관련된 'Community Therapy Model'을 개발해보고 싶다. 치매시대에 적합한 'Well-being Model'을 개발해보고 싶은 마음에 이런저런 이름을 붙이면서 일상에서 많은 체험을 하는게 습관이 되었는가 보다.
많은 이들이 치매에 걸려도 나름의 일상에 적응하고, 나름의 well-being을 경험하며 사는 날이 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