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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인 Mar 01. 2018

"사람들이 저보고 디지털 노마드래요."

노마드 인터뷰 #1 - 고범준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노마드 지망생들은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기 위해 먼저 계획을 세우고 준비합니다. 하지만 이와는 다른 방법으로 노마드 라이프를 시작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 소개할 노마드 고범준 님의 경우가 바로 그 좋은 예인데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사람들이 '디지털 노마드'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보겠습니다.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고범준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30대 아저씨입니다. 구매대행업을 하고 있고, 지금은 아내와 함께 태국에 2달간 머물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Q. 범준 님은 언제, 어떤 계기로 디지털 노마드가 되셨나요? 전에는 어떤 삶을 사셨는지도 궁금합니다.


A. 20대에는 IT회사를 운영했고, 30대가 되어서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했어요. 이쪽 일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밤낮없이 일하기 때문에,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할뿐더러 변변한 여가도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몇 차례 듣게 되었는데요. 그때 불현듯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디지털 노마드가 아니라 즐기는 삶과 여행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삶과 여행을 지속하기 위해 하고 있던 일을 완전히 놓을 수는 없었고, 충분한 업무 환경이 갖춰진 여행지를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Q. 저에게 구매대행업은 조금 낯섭니다. 자세히는 아니더라도 어떤 식으로 수익이 발생하고, '디지털 유랑'이 가능한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구매대행 이외에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다른 일을 하고 계신지 여부도 궁금합니다.


A. 구매대행업은 사실 아주 간단해요. 판매하고 싶은 아이템을 인터넷에 올려 두고, 주문이 들어오면, 상품을 대신 구매해서 보내면 됩니다. 더 쉽게 말하면 일반인들이 어려워하는 직구를 대신해주고 그 대가로 서비스 수수료를 받는 거예요. 인터넷이 가능한 곳이면 구매하고, 배송하는 모든 과정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말씀하신 디지털 유랑이 가능하죠.


현재는 구매대행사업 만으로도 수입이 충분한데요. 주변 분들의 추천과 소개로 구매대행업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께 창업을 도와드리고 비용을 받기도 합니다. 지금 운영하는 블로그를 통해 더 많은 분들이 요청하셔서 조금 더 체계적인 강의를 준비 중이에요.(하지만 이 부분은 어디까지나 아직 '준비 중'입니다^^)



Q. 가족(아내)이 함께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계신데요. 처음부터 부부가 함께 할 계획이셨나요? 아니면 설득의 과정이 필요했나요?


A. 원래는 저는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아내는 제작을 맡아서 해오다 제가 혼자 구매대행으로 완전히 전업했을 때 아내가 묻더라고요. "이건 꼭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거야?"라고요. 생각해보니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죠.


저는 사실 해외에 나가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에요. 아내가 너무 좋아하죠. 그녀는 혼자라도 나가고 싶어 할 정도예요. 그래서 전 아내와 떨어져 있기 싫어서 같이 다니는 겁니다. 오히려 제가 설득을 당한 케이스죠. 그걸 계기로 아내도 같이 구매대행업을 배우고 지금은 함께 하고 있습니다.



Q. 지금까지 직접 경험하신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의 장점과 단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가장 큰 매력 포인트와 가장 큰 어려움도 하나씩 꼽아주시면 좋겠습니다.


A. 벌써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온 지 3년 차네요.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의 장점은 아무래도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단점으로는 아무래도 집을 떠나 있다 보니 집이 주는 편안함은 없는 것 같아요. 인터넷이 되는 곳만 찾아다녀야 하다 보니 장소나 공간을 고를 때 제약도 있고요.


* 가장 큰 매력 포인트 – 주어진 여유와 시간 속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전에 없던 소소한 취미도 생기고 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 지금은 똥손탈출을 목표로 매일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 가장 큰 단점 – 하지만 반대로 시간관리를 못하면 한없이 나태해질 수 있어요. 자기관리를 잘하면 장점이지만 잘하지 못할 경우는 바닥까지 무너져 내리는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Q. 지금껏 다녀본 여행지 혹은 베이스캠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지내기 좋았던) 곳은 어디인가요? 국가, 도시, 공간(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등) 아무 곳이어도 좋습니다.


A. 아직 가본 곳이라곤 제주도, 일본, 미국, 태국 정도밖에 없어요. 가장 지내기 좋았던 곳은 작년 봄에 갔던 미국이었어요. 업무 때문에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 방문했는데 날씨가 너무 좋더라고요. 하지만 일하기 가장 좋았고 음식도 잘 맞는 곳은 아직까지 태국인 것 같아요. 제가 머물고 있는 치앙마이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잘 마련되어 있고, 원하면 숙소에서도 빠른 인터넷을 신청할 수 있어요. 그래서 두 번째로 이곳을 방문한 것 같아요.



Q. 새로운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무엇이며, 베이스캠프를 선정하는 데 있어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새로운 곳에 도착하면 주변을 먼저 다녀봐요. 식당, 약국, 편의시설 등등 아내와 함께 머물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곳들의 위치를 파악해두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을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이라면 가장 먼저 인터넷 환경을 고려하실 텐데, 저는 다른 분들보다 더 빠른 인터넷이 되는지 찾아야 해요. 아무래도 업무 특성상 고해상도 이미지를 다운로드하고 업로드할 일이 많다 보니 고속 인터넷이 되는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Q.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를 향유하는 데 있어 가장 커다란 도움을 주는 웹사이트나 커뮤니티, 툴이 있을까요? 만약 노트북이라면 어떤 회사의 어떤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지, 이유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A. 저는 그냥 제가 원했던 삶을 추구했던 것뿐인데, 알고 보니 이게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의 방식인 걸 알게 된 케이스예요. 당연히 그와 관련된 커뮤니티나 웹사이트 등은 몰랐는데요. 디지털 노마드를 알고 나서 최근에 가입하게 된 곳은 페이스북의 [우리는 디지털노마드다]에요. 이곳에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디지털 노마드의 잘 알려진 정의 중 하나는 '원하는 곳에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인데요. 범준님이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정의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완전한 디지털 노마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 '정의'라는 것을 내리기 민망하네요. 그래도 말해보자면 디지털 노마드는 '더 격하게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이 생활을 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찾았으니까요.



Q. 이제 막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꿈꾸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조언은 무엇일까요?


A. 1년이나 2년쯤 짧게 즐기고 말 것이 아니라면 나와 맞는 직업을 선택해서 금전적인 안정을 찾은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는다고 말해주고 싶네요. 저도 어느덧 30대 후반이고 한 가정의 가장이다 보니 조금은 생각이 보수적일 수 있습니다.



Q. 삶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분(노마드, 블로거, 유명인 등 누구라도 좋습니다. 없어도 되고!)이나 감명 깊게 읽은 책, 블로그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롤 모델은 딱히 없습니다. 저에게 인간관계는 가족이나 친구가 아니라면 흥미로 나뉘는 것 같아요. 전 스스로 돌+아이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뭐 주변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서 전 저에게 흥미를 주는 사람들을 좋아하죠. 그런 의미에서 종인 님은 저에게 알고 싶은 욕구를 주는 흥미로운 인물인 것 같아요.


(그, 그랬군요. 감사합니다 ^^;;)



Q. 혹시 범준님은 노마드 라이프를 평생 지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나요? 만약 디지털 노마드 이후의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한다면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삼으실 건가요?


A. 제 아내가 저에게 하는 질문과 비슷하네요. 앞으로도 디지털 노마드 라이프가 가능한 일을 하고 있다면 지속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모든 선택의 기준은 부부, 나아가 가족의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진 출처 : 고범준 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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