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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인 Mar 08. 2018

삼성전자를 떠나며 결심한 것들

노마드 인터뷰 #2 - 정용현

대기업은 들어가는 것만큼이나 떠나기 어려운 곳이기도 합니다. 높은 급여와 안정적인 생활, 그로 인해 얻게 되는 높은 삶의 질 등이 그 이유가 될 텐데요. 브런치 목요 위클리 매거진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북'의 두 번째 인터뷰 주인공인 정용현님은 스스로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더 큰 행복'을 추구하고 있는 용감하고 멋진 청년입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정용현이라고 합니다. 삼성전자에서 안드로이드 개발자로 3년 정도 일하던 중 휴직계를 내고 1년간 세계여행을 하고 돌아왔습니다. 현재는 구직 중에 있습니다.



Q. 이른 나이에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대기업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직장을 선택한 과정이나 계기는 무엇이며,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중, 고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고, 고교시절 출전한 'Smarteen App Challenge'라는 대회가 본격적으로 진로를 결정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삼성전자의 S/W 개발자 고졸공채 전형에 지원하여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하고 싶었던 일도 할 수 있고, 급여 수준도 좋았지만 결국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휴직 후 세계여행을 하면서 느낀 여러 가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1년간의 세계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주어진다면 평생 여행만 하고 싶을 정도로 인상적이었으며, 행복한 나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앞으로 이렇게 원하는 때에 원하는 곳으로 장기여행을 떠나려면, 스스로의 가치와 커리어를 더욱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기간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언제든지 그만두고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일할수 있도록 말이죠.


시스템이 갖춰진 대기업도 좋지만 조금 더 자율적이고 책임감 있게 '창의적인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싶다는 생각도 회사를 떠난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Q. 학창 시절 용현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어떤 꿈을 꾸었고, 어떤 과목에 흥미가 있었는지 등 자세하게 대답해주셔도 좋고, 한 마디로 정리해 주셔도 좋습니다.


A. 학창 시절 저는 하고 싶은 것이 꽤나 뚜렷했습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만약 그것을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더라도 끝까지 노력해야 직성이 풀렸어요. 하필이면 공부를 제외한 여러 가지에 '꽂힌' 덕분에 학교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니, 한 선생님께서 상담 시간에 저에게 해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그래. 하고 싶은 건 해야지.
시간 안 아깝나? 하기 싫은 거 할 때는.



Q. 세계여행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일까요?


A. 자신감을 정말 많이 얻은 것 같습니다. 어디서 무얼 해도 굶어 죽지는 않겠다는 생각과 '뭐든 일단 해보자!'는 도전의식도요. 여행을 통해 잃은 것은 체중 20kg과 적지 않은 여비(?) 정도가 생각나네요. 많은 것을 배우고 얻은 여정이었습니다.


안나푸르나, 이미지 출처 : 정용현님 블로그


Q. 세계일주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나 장면이 있나요? 그 혹은 그녀, 그리고 그 장면이 용현님의 뇌리에 각인된 이유도 궁금합니다.


A. 한 명의 여행자와 두 곳의 장소가 떠오릅니다.


먼저, 장소 중 한 곳은 네팔의 포카라(Pokhara)입니다. 삶의 모든 장면을 느긋하게 즐기는 사람들과 방 안에 나타난 바퀴벌레를 보고도 생명은 존중해야 한다며 불교의 도리를 다하는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 '지금껏 왜 그리 여유 없이 급하게만 살았을까?'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했습니다. '신들의 나라' 네팔을 대표하는 풍경인 안나푸르나의 장엄함도 멋졌습니다.


다른 한 곳은 미국 샌프란시스코(San-francisco)의 실리콘 밸리입니다. 이곳에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각종 테크 기업의 엔지니어들과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을 만났는데요. 가장 놀란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꽤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다니는 회사에 대해 만족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는 대부분이 회사에 만족하며 다니다가, 만족감이 떨어질 때쯤 이직을 고려하면서 행복하게 커리어를 쌓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자유로운 엔지니어링 문화와 대우받는 엔지니어의 삶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언젠간 이곳에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삶에 방식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원하게 되었고요. 세계여행에서 가장 좋은 경험을 했던 곳으로 꼽고 싶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와중에도 노트북을 펴고 원격 근무를 했던 이탈리아 엔지니어입니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본인이 하는 일과 직업, 그리고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확신을 느꼈습니다.


정용현님의 구직 공고, 캡쳐 : 페이스북 그룹 '우리는 디지털 노마드다'


Q. 페이스북의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에서 용현님의 구직 공고를 인상 깊게 봤습니다. 그리고 그 구직공고가 제가 이렇듯 인터뷰를 요청드린 계가기 되었는데요. 온라인에 구직 공고를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요. 포트폴리오를 작성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큰 기업에서 일하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업무의 범위가 좁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업무 범위가 좁다는 단점 대신 한 분야에서 깊고 진지한 경험을 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전 회사에서 특정인의 일방적인 지시사항으로 만들던 제품이 한순간에 컨셉과 방향성이 틀어지는 경우를 자주 봤기에 가급적이면 데이터 혹은 소비자 반응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곳에서 일하고 싶었습니다. 당연히 온라인 포트폴리오에도 그 점을 분명히 적어 두었고요. 아직까지 면접까지 이어진 회사는 없었지만, 여러 회사에서 먼저 연락을 주셔서 즐겁게 대화하고 있습니다. 뜻과 마음이 모두 맞는 회사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Q. 용현님의 가치관이나 좌우명이 있다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으신가요?


A.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기에도 인생은 아주 짧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할 필요는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만약 언젠가 제가 하기 싫었던 일을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이 제 꿈으로 향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며, 항상 꿈을 가지고 살고 싶습니다.



Q. 그렇다면 지금 용현님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혹시 계획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이 있나요?


A.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서울에 정착해서 Airbnb를 운영하는 것인데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 '무료' 혹은 '작은 기부' 등을 숙박료 대신 받으며 숙소를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지방은 서울에 비해 많은 불편함과 제약이 있습니다. 공부, 여가, 취업 등 모든 부분에서요. 그래서 세미나, 포럼, 혹은 취업, 면접, 청소년 활동, 문화 활동 등 어떤 것이라도 스스로 하려는 의지가 있는 지방 학생들을 위해 편히 머물고 지낼 수 있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제공해주고 싶습니다.


저 또한 서울에 사는 선배들이나 지인들의 집에서 신세를 졌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는 제가 받았던 친절과 선의를 다른 분들에게 베풀고 싶어요. 서울로 취업 면접을 보러 온 지방 분들을 모셔도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앞서 이야기한 '나의 Product'를 만들 수 있는 회사를 찾는 일입니다. 회사의 규모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원격 근무를 할 수 있다면 더 좋겠습니다.



Q. 디지털 노마드는 용현님이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과 얼마나 일치하나요?


A. 저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서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놀고 싶을 때는 모두 내려놓고 노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언제 어디서나, 장소에 관계없이 일할 수 있는 디지털 노마드는 제가 꿈꾸는 라이프 스타일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합니다.



Q. 디지털 노마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반대로 가장 설레는 부분도 궁금합니다.


A. '일거리를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조금, 한 일을 수주하면 내가 그 일을 다 마칠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실성도 조금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불확실성을 뛰어넘는다면 지금보다  자유로운 삶과,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Q. 만약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북이 책으로 출간된다면 '이것만은 꼭 넣어야 한다.'라는 내용이나 정보가 있을까요?


A. 주변에 디지털 노마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너는 그런 직업(개발자)이니까 가능하지~'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 그때마다 말문이 막혔습니다. 만약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북'이 출간된다면 개발자 외에 다른 일을 하며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계신 분들의 사례를 많이 담아주시면 제게도 커다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인도, 이미지 출처 : 정용현님 블로그


Q. 만약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 스타일, 혹은 직업 개발자를 그만두는 날이 온다면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고 싶으신가요?


A. 개발을 그만두는 날이 온다면, 저는 살고 싶었던 여행지에서 디지털 노마드에게 조금 더 특화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싶어요. 여행하며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모든 것을 갖추고 있는!



Q. 마지막이자, '공식' 질문입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정의를 직접 내려주세요.


A. 언제 어디서나 본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합니다. 일하는 그 순간조차도요. 제가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 스타일을 동경하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멋진 라이프 스타일에 한 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선뜻 인터뷰에 응해주신 용현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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