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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인 Mar 26. 2018

우아한 장사는 없다

술 파는 서점 '완도살롱' 창업기 #4

안녕하세요. 이종인입니다.

막바지 준비와 오픈으로 바빠 본의 아니게 창업기 연재를 잠시 쉬었었는데요.


이제야 좀 정신이 들면서, 글을 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 종종 살롱과 제 소식을 전할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완도 랭귀지 익스체인지 멤버들


완도살롱이 문을 연 지도 어느덧 6일이 지났습니다.


비공식 첫 손님이었던

완도 랭귀지 익스체인지(Language Exchange)멤버들을 시작으로


첫 공식 손님이자 벌써 단골이 된 '윗집사는 선동 씨'와

제 브런치 글을 보고 멀리 목포에서부터 찾아 오신 '까미유 님'을 포함한

적지 않은 분들이 살롱에 들러주셨는데요.


늘 손님의 입장으로 다른 이들의 공간에 찾아갔던 것과 다르게

'온전히 내 취향이 반영된 내 공간'에 손님을 모시는 일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새로 오신 분들께 완도살롱에 대해 소개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컨셉과 정의를 오신 분들께 오해없이 이해시켜야 했기 때문인데요.


완도살롱(wandosalon)


완도는 아직 독립서점이나 칵테일바라는 공간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기에

어렵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로 그것을 설명하기란 정말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살롱인데 왜 머리를 자르는 곳이 아니냐?'는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을 때까지

앞으로도 더 많이 단어와 문장을 반복해야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처음 공간을 기획하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우아하고 고상하게 살롱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일을 본업으로 삼기 위해 살롱 한 켠에 책상을 가져다 놓았지만

가만히 앉아 글 쓰는 일에만 집중하기에는 아직 살롱의 일이 너무나 많고 저 또한 미숙합니다.


설거지 더미


여기에 더해 눈 깜짝할 사이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설거지도 다음 손님을 위해 정돈해야 하고

제 얼굴을 보기 위해, 또는 밤서리의 한기를 달래기 위해 오신 분들과의 대화도 이어가야 합니다.

(물론 손님 여러분과의 대화는 아주 유쾌하기에 힘듦보다 즐거움이 더 큽니다!)


이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그러니까 우아하고 기품있게 처리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경험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사를 먼저 시작한 분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들었던 한 주,

절대 우아한 장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롱에 술이 없으면 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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