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장사는 없다

술 파는 서점 '완도살롱' 창업기 #4

by 이종인

안녕하세요. 이종인입니다.

막바지 준비와 오픈으로 바빠 본의 아니게 창업기 연재를 잠시 쉬었었는데요.


이제야 좀 정신이 들면서, 글을 쓸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 종종 살롱과 제 소식을 전할테니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리겠습니다.




P20180320_213950347_4CE7463D-F6D2-41BA-95B8-6FD102C17894.JPG 완도 랭귀지 익스체인지 멤버들


완도살롱이 문을 연 지도 어느덧 6일이 지났습니다.


비공식 첫 손님이었던

완도 랭귀지 익스체인지(Language Exchange)멤버들을 시작으로


첫 공식 손님이자 벌써 단골이 된 '윗집사는 선동 씨'와

제 브런치 글을 보고 멀리 목포에서부터 찾아 오신 '까미유 님'을 포함한

적지 않은 분들이 살롱에 들러주셨는데요.


늘 손님의 입장으로 다른 이들의 공간에 찾아갔던 것과 다르게

'온전히 내 취향이 반영된 내 공간'에 손님을 모시는 일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새로 오신 분들께 완도살롱에 대해 소개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컨셉과 정의를 오신 분들께 오해없이 이해시켜야 했기 때문인데요.


P20180321_233438069_2F7666CF-FFAA-4E6A-B6D5-977EB85F43A4.JPG 완도살롱(wandosalon)


완도는 아직 독립서점이나 칵테일바라는 공간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기에

어렵지 않은 단어와 문장들로 그것을 설명하기란 정말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살롱인데 왜 머리를 자르는 곳이 아니냐?'는 질문을 더 이상 받지 않을 때까지

앞으로도 더 많이 단어와 문장을 반복해야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어려움도 있습니다.


처음 공간을 기획하면서 생각했던 것처럼

우아하고 고상하게 살롱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는 일을 본업으로 삼기 위해 살롱 한 켠에 책상을 가져다 놓았지만

가만히 앉아 글 쓰는 일에만 집중하기에는 아직 살롱의 일이 너무나 많고 저 또한 미숙합니다.


P20180320_235303141_C3E64500-2FAC-4FE1-99E3-C01963B75AFA.JPG 설거지 더미


여기에 더해 눈 깜짝할 사이에 산더미처럼 쌓이는 설거지도 다음 손님을 위해 정돈해야 하고

제 얼굴을 보기 위해, 또는 밤서리의 한기를 달래기 위해 오신 분들과의 대화도 이어가야 합니다.

(물론 손님 여러분과의 대화는 아주 유쾌하기에 힘듦보다 즐거움이 더 큽니다!)


이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그러니까 우아하고 기품있게 처리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과 경험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장사를 먼저 시작한 분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이 들었던 한 주,

절대 우아한 장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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