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 121일 차
#1
언제나 나는 입이 방정이다.
오늘은 무려 세 명의 손님과 친구에게 언제 '발리'로 떠날 것이냐는 질문을 들었다. 그들 중에는 내가 발리로 떠나게 되면 완도살롱의 운명은 어찌 되는 것이냐 묻는 이도 있었고, 그렇게 갑자기 떠나서는 안된다는 이도 있었다. 어찌 되었건 간에 감사한 일이다. 다들 내가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겠지?
인도네시아 발리는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던 나의 다음 베이스캠프로, 지금 거주하고 있는 완도를 떠나게 된다면 몇 주 혹은 몇 달간 살아 보고 싶어 점찍어 둔 곳이다. 특히 우붓(Ubud)이라는 지역에 관심이 가는데, 나처럼(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다. '발리' 그 자체가 주는 환상적인 느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운명처럼 발리에 끌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완도에서 지내면서 이루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다. 엊그제 사인한 '디지털 노마드 가이드북(가제)' 출판 계약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완도살롱을 완도 최고의 명소로 만들어야 하며, 내가 직접 차린 출판사인 '원더원더'의 이름으로 십 수권의 책을 출판하고, 동업자 K를 장가 보내는 일 등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어떤 순간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완도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미 정이 잔뜩 들어버린 친구들의 얼굴이 눈 앞을 가려 그마저도 쉬운 일이 아니다. 뭐 부동산 계약기간도 잔뜩 남아 있고.
자 그러니 친애하는 나의 친구들이여,
더 이상 내가 없는 완도를 상상하지 말라.
#2
요즘 나의 마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아니 그래도 모를 것 같다.
#3
동업자 K는 얼마 전 여자친구가 생겼다. 몇 년 만이라더라... 그 동안 얼마나 외롭고 힘들어 했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일 것이다.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라 여겨 그렇게 해주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친 김에 그가 그녀와 결혼까지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가 사회도 봐줄 수 있고 피로연은 완도살롱에서, 뭐 여러 가지로 즐거울 일이 많을 것 같으니.
제발 잘해라. 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4
오늘은 모처럼 서점에 입고할 독립 출판물을 주문했다. 최근 아주 감명 깊게 읽었던 김나연 작가의 '모든 동물은 섹스 후 우울해진다'를 포함해서. 몇 개월을 기다려 받게 되는 책이라 아주 기대가 크다. 그녀의 글은 거침이 없고 아주 솔직하다. 내가 만약 에세이집을 출간하게 된다면 닮고 싶은 책이다. 한 권은 내가 소장해서 읽고 또 친구들에게 빌려 줘야지.
#5
더워서 그런가. 체력이 바닥이다. 사실 최근에 서울을 왕복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등 무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정신이 나온다는데 머리가 맑지 못하니 말 한마디, 문장 한 줄 제대로 나올리 없다. 앞으로 며칠은 존경하는 나의 몸을 위해 충분히 쉬어야겠다. 장어나 오리와 같은 맹수들의 힘을 좀 빌리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