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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구하자

'왜' 페어 플레이를 해야 하는가?

당연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by 이종인

풋볼게임? NO! This is 멘탈게임! : 축구는 몸이 아닌 정신이 지배하는 스포츠!


12. 페어플레이의 중요성 : 외교로까지 이어 지는 페어플레이는 단지 게임에서의 매너만을 일컫는 말이 아니다.


온라인에 올라와 있는 사회인축구 클럽의 팀 소개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매너최상’, ‘페어플레이를 지향합니다.’, ‘실력보다 매너’와 같이 그 팀이 얼마나 페어플레이 정신을 준수하고 있고, 매너게임을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문구로, 이는 각 심판의 말과 지시에 복종하고 거친 몸싸움 후에도 손을 내밀어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 경기의 시작과 끝에 센터서클에 모여 악수를 주고받는 것 등을 일컫는다. 실제로 원정을 가거나 홈으로 원정팀을 초빙할 경우에도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바로 이런 매너, 페어플레이와 같은 문구이기도 하다.


왜 이들은 이렇게 매너게임과 페어플레이를 전면에 내세울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신의 팀이 축구실력 외적으로 얼마나 성숙해 있는지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매너가 좋다는 것, 페어플레이를 지향한다는 것은 곧 서로의 몸과 정신을 존중해주고 온전히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허나 실제 사회인축구를 즐기다 보면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매너를 삶아 먹고 온 것 같은 이들이 꽤 있다.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바닥에 넘어뜨린 후에도 오히려 ‘그것밖에 안 돼?’라는 눈초리로 쏘아보거나, 아이 어른을 가리지 않고 폭언을 일삼고, 심판으로 나서서 고의적으로 편파적인 판정을 하는 유형까지. 이들은 경기장에 있는 모든 이의 인상을 찡그리게 하며 소속팀의 얼굴에도 새까맣게 먹칠을 한다. 이런 이들이 있는 팀이라면 자연스레 평판도 분위기도 바닥으로 추락하기 마련이다.


매너 있는 경기를 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재밌고 즐거운 경기를 위함이다. 계속해서 심판의 판정에 신경을 써야만 하는 상황이 되거나,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 온전히 경기를 치를 수 없다면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오히려 더 스트레스를 받는 지옥으로 바뀌어 버린다. 온전히 공을 차고 호흡을 맞추는, 땀 흘려 운동하는 행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로 페어플레이의 목적이다.


우리가 매너 있는 경기를 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바로 ‘지속적인 교류’를 위함이다. 홈구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팀이라면 매주 다른 경기장으로 원정을 다니는 일이 반복되는데, 이번 주는 강서구 다음 주는 강남구, 또 그 다음 주는 강동구 등 거리상으로도 꽤 차이가 나는 잦은 원정과 이동은 팀의 경기력을 들쑥날쑥하게 할뿐더러 운영진이 일주일 내내 초비상상태로 운동장 섭외를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힘든 일이다. 그런 번거로움을 줄이고 싶다면 역시 매 경기 최선을 다해 페어플레이와 매너게임을 해야 한다.


홈구장을 가지고 있는 팀의 경우에도 역시 매주 다른 팀을 초청해서 경기를 치러야하는 번거로움이 존재한다. 때문에 초청한 팀 중에서 매너가 좋고 실력도 비등비등한 팀이 있다면 자주 또 편하게 함께 하고 싶어 할 것이다. ‘아 그 팀 참 매너가 좋았지.’라고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플레이를 한다면 매주 원정을 다니다가도 어느새 좋은 인연을 만나 공동으로 사용하는 여러분만의 홈구장이 생기게 될 것이다. 매주 정해진 경기장이 없어 여기저기 방랑하는 팀의 말로는 역시 어둡다. 여러분이 속한 팀이 홈구장이 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거나 미래가 어두워 보인다면 페어플레이를 통해 미래를 밝게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웃는 얼굴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세 번째 이유는 사회인축구 세계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굉장히 좁기 때문이다. ‘대한민국FC(http://cafe.daum.net/soxxer)’, ‘아이러브사커(http://cafe.daum.net/WorldcupLove/)’와 같은 중대형 사회인축구 커뮤니티에 ‘000팀은 매너가 더럽다.’라는 소문이 나게 되면 어떨까? 가깝게는 당장 원정이든 홈이든 경기를 하려는 팀이 줄어들 것이고, 자체게임을 제외하고는 경기를 하기 힘든 상황이 올 것이며 결국 어느 순간 팀을 해체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설 같지만 현실이고, 실제로 이런 좋지 못한 소문 때문에 팀이 공중에서 분해된 사례를 목도하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는 것 만큼이나 사회인축구세계에서 팀 간의 관계를 맺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감독의 입장에서 경기를 보면, 쉽게 흥분하고 상대와 동료를 가리지 않고 불만과 짜증을 내는 선수들이 더 잘 보이기 마련이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다 할지라도 경기에서 멘탈이 무너져 버리는 선수를 누가 기용하겠는가? 사회인축구계에서 빨리 은퇴하고 싶거나 혹은 지금 자신이 뛰고 있는 팀이 마음에 들지 않아 바꾸고 싶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매너 없고 더러운 플레이를 시전해라. 그것이야 말로 당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어줄 가장 빠르고 현명한 방법이자, 축구인생을 넘어 당신의 삶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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