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일기 (9)

동업 139일 차

by 이종인


# 올해, 여름 손님


지난 주말에는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친척 동생, 고향 친구들에 이어 휴가철을 맞아 완도와 완도살롱을 찾은 세 번째 손님이자 가장 중요한 여름 손님이었다.


내가 스무 살이었을 때, 아버지는 위에 퍼진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수술대에 올랐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을 가거나 시간을 보낼 일이 많지 않았다. 그는 지금 회복에 성공했지만 아직도 정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는데, 완도에서 일을 벌인 나를 보겠다며 벌써 두 번이나 왕복 800km에 달하는 이 먼 길을 오가셨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가족이 함께 할 이유가 생겼으니 일종의 효도이려나.


이번 가족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을 꼽으라면 가족이 함께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해수욕을 즐긴 것이다. 한때 맨 몸으로 한강을 건넜다던 아버지의 이야기가 전설 아닌 사실이었음을 눈으로 볼 수 있었고, 그런 아버지에게 나와 남동생이 직접 수영을 배우며 부족했던 부자간의 정을 채우기도 했다. 어머니는 언제나처럼 물에 들어가기보다 파라솔 아래에 앉아 우리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해수욕을 마치고 나서 베어 먹은 복숭아는 또 얼마나 달고 맛있던지.


이번 가족 여행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것을 꼽자면 완도를 떠나는 아침에 아버지께서 꼭 쥐어 주신 20만 원이었다. 평소의 나라면 손을 내저으며 허세를 부렸을 텐데, 10년의 세월을 쥐어주신 것 같아서 이번만큼은 사양하지 않고 단번에 받아버렸다.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수고했다. 또 고맙기도 하고'라며 평소엔 잘 쓰지도 않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난 그게 뭐라고 뭉클해져서는 한참 동안 먹먹해졌다.



# 그해, 여름 손님


완도살롱의 독서모임인 '완독'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써보려 한다. 완독에서는 매 2주마다 두 권의 책을 선정해 원하는 만큼 읽고 서로의 감정을 공유한다.


안드레 애치먼의 게이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은 완독의 최근 선정작이다. 선정적이기도 한 이 소설은 영화 'Call me by your name'의 원작 소설. 첫사랑에 눈을 뜬 17살 소년 엘리오와 그런 엘리오를 보듬어주고 싶어 하는 스물 네 살 작가 올리버의 따뜻한 시선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그해, 여름 손님'의 모든 사건은 엘리오의 아버지가 매년 여름마다 예술가들을 집으로 초대해 묵게 하는 이벤트로부터 시작되는데, 돌이켜보니 나도 처음에 살롱이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완도는 물론 온 지구의 예술가들이 함께 모여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영혼을 위로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잠시 잊고 있었던 완도 예술가 물색 작업을 시작해야겠다. 풍덩하고 뛰어들 수영장은 없지만 우리에게는 술이 있으니, 영혼쯤은 충분히 적실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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