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일기 (10)

동업 154일 차

by 이종인


#1


살아 남기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언제까지고 미뤄질 것만 같았던 숙원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의외로 간단했는데,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단골손님들과 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97.7kg. 본격적인 다이어트 시작을 앞두고 체중계 위에서 내려다본 숫자는 익숙하면서도 어색했다. 그래도 7이 두 개라 기분이 좋았다면 나라는 놈은 변태인 걸까.


언젠가' 다이어트는 몸에 있는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과정'이라는 문장을 읽은 기억이 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겠다며 집에 최소한의 가구와 짐만을 들여놓은 나인데, '가장 가까운 몸뚱이에 이렇게나 불필요한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나?'하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내장 곳곳에 들어차 있을 술, 기름, 탄산 등을 생각하니 속을 게워내고 싶어 졌다.


내 삶에도 불필요한 것들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일단 나는 쓸데없이 너무 바쁘고, 걱정과 잡념이 많다. 완도에 와서는 단순하게 살겠다던 다짐은 어느새 휴지 조각이 되어버린 건가. 최근 며칠 동안 '일이 많아서 피곤하고 힘들어'라는 뉘앙스의 말을 자주 했던 것 같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몸이 가벼워지듯, 몇몇 불필요한 일과 걱정들을 덜어내면 마음이 가벼워지겠지.



#2


동업자 K는 오늘 처음으로 가불을 요청했다. 나는 "어차피 네 돈을 네가 찾는 것인데, 관리를 내가 하고 있을 뿐이니 편하게 가져가라"라고 딱 잘라 말하고는 바로 그의 계좌에 돈을 보내주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가 그 말을 꺼내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불안했을지에 대해 고민하지 못하고 말과 행동을 저지른 것 같아 후회스럽다. 그를 둘러싼 복잡하고 힘든 일들이 하루빨리 원상 복귀되었으면 좋겠다.


K는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와 한 잔 하며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며 맥주 2잔을 테이크아웃해갔다. K가 떠난 뒤 나는 그가 부러워졌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누군가가 손을 내밀면 닿을 정도로 가까이에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상대가 언제고 나의 편에서 듣고 조언해줄 사람이라는 것 때문이었다. 문득, 어쩌면 나는 나의 무겁거나 시시콜콜한 고민들을 나누고 덜어낼 적절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 이렇게 살이 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밤 아스라 진 황금 올리브 치킨에 무슨 죄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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