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일기 (11)

동업 171일 차

by 이종인


마치 1년은 글을 쓰지 않은 것처럼 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지난 2주 동안 나는 너무 바빴고, 지쳤으며, 피곤했고, 외로웠다.


#1

오늘 아침부터 늦잠을 자고, 브런치를 든든하게 챙겨 먹고, 어느 정도 몸을 움직여서 땀을 내 주니 저녁쯤 되어 몸이 정상궤도로 돌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덩달아 정신도)


아무리 튼튼하고 잘 설계된 기계도 쉬지 않고, 연료 부족에, 윤활유가 없으면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데 한낱 연약한 인간인 내가 견뎌내기에 지난 몇 주는 다시 생각해도 살인적이었다.


늘 마감에 쫓겨 글을 써야 했고, 무려 3차례의 커다란 행사를 기획하고 치러냈으며, 하소연할데 없는 고민으로 앓았으니, 그럴만도 했다는 생각과 동시에 내가 너무 안쓰러워져서 어젯 밤에는 거의 울 뻔 했다.


그러나 지금은 괜찮다. 정말 괜찮다.


동업자 K와는 얼마 전 월말 정산 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K의 고민은 제법 심각했는데, 나 또한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니었고 이 기회를 빌어 그 문제에 대해서 싫은 소리를 할 생각이었기에, 내가 이야기를 꺼내자 우리의 대화는 감정적으로 바뀌고 말았다.


그 와중에 K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으면 했던, 아니 나와서는 안 될 이야기를 듣고 말았다. 언제나 그렇듯 가벼운 유머와 웃음으로 우리의 대화는 마무리 되었지만, 나는 나의 기분과 컨디션이 더 좋았을 때 그에게 나의 의사를 전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성적이고 차분하던 K가 감정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마음이 무거워졌다. 묘하게도 그 순간 더 이성적인 사람은 K가 아닌 나였다.


K는 오늘 오후 배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다. 여자친구와 함께.


그래도 기댈 곳이 있다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2

사실 오늘 내 기분과 컨디션이 급속도로 좋아진 것에는 여러 가지 기분 좋은 소식이 한 몫을 했다. 하나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공중파 출연이 성사된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무려 '지역 혁신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제주도에서 열리는 컨퍼런스에 초대받은 것이다.


즐겁기 위해 시작한 일이 지역을 바꾸고 그것이 나아가 문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이 깜깜하고 조용한 시골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으니 그래도 더 큰 세상에서 나를 알아봐준다는 사실은 나를 정말이지 들뜨게 했다.


좁은 시야와 생각에 갇혀서 보이고 느껴지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 같다. 조금 더 들떠도 좋겠지.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사람이니까.


#3

마감 이후 한 편씩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내년에는 세 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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