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일기 (12)

동업 198일 차

by 이종인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다시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들을 보냈다. 마음이 너무 앞서면 생각이 따라가지 못하는 법이라던데, 최근에 벌어지고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내가 또 배우고 성장했으리라 믿는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1

동업자 K는 새로운 직장을 구하고 있다. 저녁에 문을 여는 가게일과 병행할 수 있는 낮 일을 찾는 것인데, 더 커다란 여유를 얻기 위해 그러는 것임을 알면서도 나는 그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 살롱의 일이 지금보다 더 규모있게 흘러갔다면, 그래서 파이가 더 컸다면 이 일만으로도 충분했을텐데. 나 또한 책임과 부담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2

10월은 나에게 아주 기분 좋은 달이다. 2년 전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통해 출간했던 첫 책의 대상 수상 발표가 있었던 해이기도 하고, 다음 달의 첫 날이 내 생일이라 언제고 신나는 마음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도 좋은 일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10월 말 강원에서 열리는 모 행사에 초대된 것이다. 11월 제주에서 열리는 행사와 같은 성격의 것이라는데, 더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하게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멋진 분들도 많이 만나고 재밌는 이야기와 가슴 뛰는 소식을 안고 와야지.


#3

완도에서 알게 된 동생 중에 한 녀석이 광주로 직장을 옮기는 바람에 완도를 떠나게 되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은 아니고, 이직 가능성에 대한 소식을 전한 것은 벌써 몇 주 되었다. 그가 나에게 이직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나는 한치도 망설이지 않고 그러라고 했지만, 막상 떠날 때가 되니 마음이 가볍지 않다. 나이와는 상관없이 참 배울 것이 많은 녀석이었어서 앞으로도, 그리고 어디에서도 걱정이 없다.


완도에서 정든 사람을 떠나 보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 독서모임의 큰 형님이 목포로 근무지를 옮기신 것이 처음이었다. 앞으로는 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이곳을 떠나게 될까. 그리고 나는 언제 어떻게 이곳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게 될까.


#4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과 싸우느라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썼다.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사소한 것 하나하나 대수로이 넘기지 못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만 같다. 그래서 더 피곤함을 느끼는 건지도. 대범해져야 한다. 쿨해지기도 하고.


#5

9월 21일자로 가게 문을 연지 6개월을 돌파했다. 우리는 어디쯤에 와 있는 걸까, 그리고 우리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조만간 찐하게 회식이라도 한 번 하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러려면 하루는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keyword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팔로워 2,696
매거진의 이전글동업일기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