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케미는 게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14. 팀 케미스트리의 중요성 : 당신이 속한 조직의 케미스트리는 안녕한가?
축구를 주제로 한 게임이 보급되면서 이제 영어를 잘 모르는 어린 친구들도 게임을 통해 기본적인 축구의 룰을 배우고 선수의 이름을 욀 정도가 되었다. 자연스레 그동안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던 개념들도 보급되기 시작했다. 팀 케미스트리(Team chemistry)도 그중 하나. 사실 팀 케미스트리, 짧게 줄여서 팀 케미라고 부르는 개념은 스포츠 현장에서 팀워크(Teamwork)나 협업(Co-work), 협동(Cooperation)이라는 용어보다도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 단어다. 선수와 선수 그리고 감독과 선수 등 팀을 조직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정신적인 신뢰 상태라고 표현하면 쉬울 이 개념은 축구뿐 아니라 야구, 농구, 배구, 하키 등 모든 스포츠 경기에서 끈끈한 조직력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축구게임에서 그려내는 팀 케미는 한계가 있다. 국적이 같다거나, 한 팀에 소속되어 있다거나, 같은 언어를 사용한다거나, 같이 오랫동안 한 팀에 소속되었다거나 하는 등의 잣대로는 팀 케미라는 개념을 완벽하게 구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팀 케미는 그리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여러 팀에서 활약해보면서 경험한 것들이 그랬고 감독으로 팀을 운영하는 입장이 되어보니 더욱 어려운 것이 바로 팀 케미였다. 하지만 경험치는 늘 배신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승부의 향방과 팀의 존속을 결정짓기도 하는 중요한 개념인 팀 케미, 경기장 안과 밖에서 이를 높일 수 있는 비법이 있다.
오프라인 소통을 위한 채널을 만들어라
요즘은 모바일 메신저 단체 톡방, 인터넷 카페, 밴드 등이 팀 케미 향상에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다. 같은 팀원끼리 의견과 생각을 공유하고 언제든 대화할 수 있는 창구로써 이런 온라인 채널은 훌륭한 도구가 되는데, 경사에는 축하를 조사에는 애도를 표하는 소통의 장으로도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 톡방이나 카페와 같은 채널만으로는 온전히 모두와 소통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온라인 채널은 언제 어디서나 너와 나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겠지만 솔직한 우리 안의 소리를 내기에는 힘든 피상적인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하고 또 중요한 것이 바로 오프라인 소통이다. 일주일에 한 번 만나서 운동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 외의 시간에 팀원들을 만나 밥을 한 끼 먹고, 술을 한 잔 하거나 가벼운 풋살 게임을 즐기는 것, 비디오게임을 함께 하는 것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형 동생이라는 장벽에 가로막혀 그동안 하지 못했던 아쉬운 소리를 서로에게 솔직히 요구하고 수용하는, 조율하는 장으로써 오프라인 만남과 소통은 팀 케미 향상에 아주 커다란 도움이 된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 운동을 위해 만나는 모임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향후 인생에서 서로 어떤 도움을 주고받게 될지 모르는 팀원들과 긍정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은 각각의 미래에도 커다란 자산이 된다. 혹자는 사회인축구인들을 축구에 빠져 사는 사람들이라며 치부할지 몰라도 실제 사회인축구팀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팀 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여긴다. 학생들에게는 미리 사회를 만나고, 좋은 선배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되고 기성세대 혹은 연장자에게는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젊음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는 것이다. 축구팀이기 이전에 하나의 동호회이자 수십 명의 인간이 모여 만든 소사회(小社會)라고 생각하면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제 하나의 팀, 신분과 나이는 잊어라.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나 이런 사람이야'정신이다. '나 이런 사람이야' 정신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오글거리게 표현했지만 풀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처음 판단하는 기준은 안타깝지만 신분, 지위고하, 나이, 외모 등이다.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까',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 '내가 왕년에 이만큼 대단한 사람이었어!'와 같은 생각을 필자만 하고 있는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관계를 맺기에 앞서 누구나 상대와 나를 비교하고 또 그에 따라 다른 대응을 하고 있다. 이것은 좋지 못한 것이지만 필연적인 것이라 더 안타깝다. 하지만 축구팀에 들어온 이상 이 모든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한 팀이고, 모두가 똑같은 선수이며 포지션에 귀천도 없을뿐더러 나이는 오히려 많은 것이 약점이다. 축구팀에서 서로를 평가하는 기준은 단지 누가 더 훌륭한 인성을 갖추었고, 열심히 팀에 어울리고 녹아드느냐 하는 것이지 누가 더 돈을 잘 벌고 얼굴이 잘생겼고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프로선수들을 예로 들어 생각해보자. 노벨 평화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코트디부아르의 축구스타 디디에 드록바는 솔직히 말해서 못생겼다고 평가할 수 있다. 허나 그런 그를 못생겼다는 이유로 혹은 백인들이 처음 시작한 스포츠인 축구이니 흑인은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로 모두가 배척했는가? 프로에서 선수를 평가하는 기준이 오직 능력이었기에 드록바는 지금처럼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반면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는 페르난도 토레스는 뛰어난 상품가치에도 불구하고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며 선수인생의 전성기를 보내야 할 나이에 내리막을 걷고 있다. 키가 작아 하마터면 루저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던 리오넬 메시,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브라질의 전설적인 축구선수 가린샤와 같은 이들의 일화에서 우리는 축구선수라는 것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평가받아야 한다고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인축구팀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이기에 본질적으로 그와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아닐 것이다. 프로에서 요구하는 것이 실력이라면 사회인축구에서 요구하는 것은 인성과 성품, 그리고 열정이다. 이 이외에 다른 것은 그 어떤 잣대를 들이밀어도 으스대거나 어깨에 힘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SAY NOT TO RACISM을 기치로 내건 FIFA처럼 사회인축구계에도 암묵적인 차별과 편 가름은 사라져야 한다. 팀 내부에서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팀을 와해시킬 것이고, 사회인축구계 전반에 그런 일들이 팽배한다면 축구계 자체가 썩어 문드러질 것이다.
필자는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라도 축구판에 발을 들여놓았다면 우리 모두가 서로를 동업자이자 친구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팀 케미는 반드시 '우리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또한 마찬가지다. 경기장 안보다 밖에서 팀 케미는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바로 지금 여러분이 속한 조직과 팀의 케미스트리는 안녕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