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일기 20200905

완도살롱 개업 900일 차

by 이종인

2020년 9월 5일 오늘로써 완도살롱은 개업 900일을 맞이했습니다.


서른의 나이에 섬에 와서 30일만 머물다 가겠다고 했던 청년은 어느덧 30개월 넘게 이 공간을 지켰고 2020년이 가기 전에 무려 1000번째 날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 어떤 연인과도 이렇듯 오랜 연애를 해보지 못한 저는 새삼 날짜를 세고 기념하는 일이 퍽 로맨틱한 것임을 깨닫습니다. 앞으로는 또 어떤 기념일이 저를 감성에 젖어들게 할까요? 물론 올해 안에 한 번 더 그런 날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합니다.


버티는 삶에 대한 글을 썼던 작가 허지웅처럼 저에게도 이 섬에서의 매일매일은 그야말로 살아내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면 남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서울깍쟁이에게는 망망대해와도 같았던 이 섬에 닻을 내리고서 파도와 바람을 견뎌내니 아름답고 즐거운 추억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중 가장 지분이 큰 것은 마음을 나누고 고민을 함께 해줄 섬 친구들입니다. 그들 덕분에 이 힘들고 어수선한 시기를 견딜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친구들이 그러했고, 그러고 싶어 하는 것처럼 저 또한 자주 이 섬을 떠날 궁리를 했습니다. 공간의 문을 연 뒤 첫 몇 달간 저는 서울을 사무치게 그리워했고, 종종 타지에서의 삶을 꿈꿨으며, 지금도 가끔씩 완도의 풍경이 따분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매일 밤을 수놓는 멋진 대화들로 표류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에 가장 지분이 큰 것은 바로 완도살롱을 찾아 주신 고객 여러분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잊지 않고 찾아주셔야만 합니다.


최근 점성술과 타로술에 대해 공부하고 있는 저는 우주의 기운이 여전히 완도살롱으로 향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동안 뜸했던 방송가의 제안이 들어왔고, 이달 중순에 저와 완도살롱의 이야기를 새롭게 거제에서 한 달 살이를 시작하는 청년들에게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가 하면, 엊그제는 섬 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줄 선물이 불쑥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감사한 일입니다. 정말 우주에 기운이라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도 부디 빗나가지 않고 전부 완도살롱으로 향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것만이 생존의 도구라고 믿었던 저는 이제 뿌리를 내리고 단단하게 뻗어나가는 것의 가치를 압니다. 그래서 900일이 1000일이 되고, 3주년이 되는 그 순간을 그리고 기대합니다.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지나친 관심과 과분한 사랑을 감히 부탁드립니다.

keyword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팔로워 2,6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