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일기 20201028

완도살롱 개업 953일 차

by 이종인

어제와는 다르게 줄곧 바빴던 완도살롱은 정규 마감 시간인 새벽 1시를 훌쩍 넘겨 문을 닫았습니다. 사람을 기다리는 장사는 정말이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습니다.


오늘 살롱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작년 이맘때쯤 아주 가깝게 지냈던 두 명의 친구들입니다. 어른들의 사정으로 인해 몇 달이나 모이지 못했던 그들과 저는 오늘 우연히 한 공간에 모여 공백이 무색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작년 이맘때 함께 여행했던 제주도, 서귀포의 위스키 바,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사진과 추억까지. 다시 그때처럼 가까워지려면 더 많은 시간을 '다시' 함께 해야겠지만 아무렴 어떨까요. 저는 종종 지인들에게 '가끔씩 자주' 보자고 이야기하는데 이들과도 그렇게 지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어제는 어찌나 동네와 가게가 조용하던지. 한 시간이나 일찍 퇴근하면서도 "누군가 헛걸음을 하면 어쩌지"하는 걱정마저 들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가게가 바쁘고 소란스러웠습니다. 사람을 기다리는 일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누군가 오지 않으면 어떡할까 걱정하면서도 또 어떤 이들이 즐거운 이야기를 들고 공간에 기꺼이 찾아와 주실지 궁금합니다. 내일은 걱정보다 설레는 마음을 더 크게 가지고 출근해야겠습니다.


바람이 제법 차가운 새벽입니다. 모두의 건강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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