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무리뉴는 어떻게 행동하는가?
17. 액션, 스피치 그리고 이미지메이킹의 중요성 : 무리뉴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가?
팀의 감독이 된 후 포털 사이트 스포츠 코너에서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있다. 바로 감독들의 기자회견과 포스트매치 인터뷰다. 그들의 생각이 말로 바뀌는 것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주옥같은 그들의 언행과 손짓은 아마추어 팀 감독으로 운동장에 나가서 팀원들을 상대로 이야기하고 행동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특히 독설가, 달변가로 유명한 주제 무리뉴의 인터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리뉴의 인터뷰를 듣고 또 읽고 있으면 감독의 역할이 비단 그라운드와 라커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무리뉴는 기자회견을 통해 상대를 도발하거나 기를 꺾어버리기도 하고 경기 후 갖는 포스트매치 인터뷰에서 팀원들의 사기진작과 당면과제를 적확하게 짚어내기도 한다. 다음은 2014/15시즌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원정에서 1:1로 비긴 후 첼시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포스트매치 인터뷰의 내용이다. 감상해보자.
‘2위 보다 2점 많은 상황에서 이곳을 방문했고, 승점차를 3점차로 넓히며 이곳을 떠나게 됐기 때문에 우리는 1점을 획득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 무리뉴 감독. ‘테이블을 보면 우리가 1위다.’
‘굉장히 어려운 상대와 굉장히 어려운 스타디움을 방문했는데 도착했을 때보다 더 나은 상황에서 돌아가게 됐다.’
‘매우 좋은 퍼포먼스였다.’
디에고 코스타가 골대를 맞추고 얼마 후 맨 시티가 동점골을 기록했다.
‘우리가 1-0로 앞서가던 상황에서 골대를 맞췄고 경기를 끝내버리지 않으면 항상 위험하다. 승리를 위해 전술적으로 반응을 보였지만 그들은 패하지 않기 위해 감정적인 리액션을 보였다.’
‘우리는 득점을 기록하며 더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고, 그들은 동점골을 기록했기 때문에 성공적이었다. 결국 내가 봤을 때는 그들은 1점을 받을만한 경기를 치렀다고 생각된다.’
경기 종료 5분 전, 맨 시티의 동점골을 넣은 선수는 첼시 레전드 램파드였다.
‘내가 프랭크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그가 내게 어떤 선수였는지 또 나의 커리어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포함한 그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평생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로서 그는 맨 시티 선수고 나는 다른 팀의 선수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나는 첼시 감독이고 나의 선수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굉장히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당시 무리뉴가 이끄는 첼시는 치밀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험난한 원정길에서 승점 1점을 거두며 소기의 성과를 달성했다. 허나 홈팀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 마누엘 페예그리니는 “첼시가 언제 스토크 시티같은 팀이 되었나?”라며 첼시와 무리뉴를 도발했다. 하지만 무리뉴의 인터뷰는 상당히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었고 상대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는 대신 첼시의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심어주는데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어려운 원정길에서 승점 1점을 획득해온 선수들에 대한 칭찬, 맨시티 풀백 파블로 사발레타의 퇴장을 이끌어낸 디에고 코스타와 그것이 단지 상대팀의 감정적인 대응 때문이었다는 마무리까지. 무리뉴는 그 어떤 과장이나 보탬없이 깔끔하게 인터뷰를 마무리한다. 무리뉴의 인터뷰에는 ‘팀’, ‘우리’, ‘수비’, ‘좋은 퍼포먼스’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를 잘 듣고 있으면 그가 어떤 팀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선수들을 원하고 어떻게 선수들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팬뿐만 아니라 선수에게도 공개되는 인터뷰가 분명 좋은 동기부여의 도구가 될 것임을 아는 무리뉴의 전략인 것이다.
사회인축구 역시 마찬가지다.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와 동작 하나하나는 선수들에게 프로보다 더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만약 감독이 전술과 포지션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건들 건들대거나 말을 더듬고 얼버무린다면 팀원들이 갖는 이미지는 부정적으로 치달을 것이다. 하지만 오래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처럼 깔끔하게 전술을 브리핑하고 선수들에게 오늘 경기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이길 수 있고 왜 이겨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면 팀원들의 사기는 물론 감독에 대한 신뢰도 더 높아질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마추어 팀의 감독이 감독이기 이전에 자신들의 친구이자 동생이며 형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경기장에서만큼은 포지션을 바꿀 필요가 있다.
액션과 스피치는 그래서 중요하다. 아무리 축구실력이 출중한 축구팀의 감독일지라도 전달능력이 부족하거나 축구지식이 모자라면 인정받기 힘들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능력을 더 훌륭하게 포장하는 이미지메이킹이다. 축구계에는 여러 가지 유형의 감독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알렉스 퍼거슨은 선수들에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되길 원했고, 무리뉴는 자신의 팀원들이 동경하는 멋진 형이나 선배가 되길 바랐다. 이런 이미지메이킹을 통해 감독은 어떤 액션과 스피치로 팀원들을 대할지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당신의 선수들이 당신을 인정하고 따르게 하려면 나이와 신분을 떠나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필자가 사회인축구팀에서 만들어간 이미지는 예스맨이었다. 물론 옳지 못한 것, 부당한 것은 최대한 기피하며 팀원들이 내놓은 아이디어와 요청을 수용해갔다. 결론적으로 팀원들의 소통이 점점 더 원활해졌다. 나이와 실력에 관계없이 많은 이들이 서로 자신의 생각을 터놓고 말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감독으로써 부족한 능력을 팀원들의 아이디어와 자발적인 참여로 메꿀 수 있었고, 자연스레 성적 또한 좋아졌다. 이렇게 하나의 메인 컨셉을 줄기로 잡고 가지를 쳐 나간다면 다른 것들도 따라오게 될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무조건적인 칭찬보다는 상황에 맞는 정확한 타이밍과 강도의 채찍을 섞어 준다면 여러분의 액션과 스피치에 더욱 의미가 부여될 것이다. 이것에는 왕도가 없다. 보고 듣고 경험하며 경험치를 쌓을 뿐이다. 당장 오늘부터 여러분의 말 한마디에 의미를 탑재하고, 여러분이 만들고 싶은 팀의 모습을 입버릇처럼 떠들어라. 여러분만의 팀을 만드는 가장 쉽고 확실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