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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구하자

반드시 패배하는 방법

'이 방법은 아주 확실하고 효과적이다.'

by 이종인

18. 팀을 승리로 이끄는 모티베이션 : 동기부여가 되어 있지 않은 팀은 패배할 준비가 되어 있는 팀이다.


40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나 흐르는 땀조차 얼어버릴 것 같은 강추위에도 프로축구선수들을 뛰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아마 철저한 프로의식과 돈, 혹은 명예와 같은 동기(motive)일 것이다. 동기는 여러 가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동기사랑 나라사랑을 외치면 극한의 상황에서도 소주가 넘어가는 것은 물론, 국적과 나이, 살아온 환경이 다른 팀을 하나로 묶어주기도 하고 승리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한 발 더 뛰게도 만드는 것 또한 동기의 위대한 힘이다.


그렇다면 감독이 할 일은 명확하다. 바로 선수들에게 승리를 향한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이다. 사실 프로 선수들은 굳이 동기를 부여하지 않아도 저마다 자신만의 목적이 뚜렷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철저한 자기관리와 셀프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추어 팀의 경우 선수들에게 자기관리와 셀프리더십을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분명 경기에서 이겨야 더 재밌고 성취감도 큰 것을 알면서도 이를 위한 준비와 마음가짐이 온전하게 유지되지 않는 것이다. 공을 차고 뛰는데 있어 목적 자체가 다른 이들에게 같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아마추어에 수준에 맞는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해준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왜 이겨야 하는가?


사회인축구를 즐기는 이들의 본래 목적이 승리가 아닌 즐거움이라고는 하나, 승리라는 당근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계속된 채찍질은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그 동안의 땀과 노력도 헛되이 여겨질 것이다. 아마추어 팀에게 승리는 여러 가지 효과를 제공한다. 첫째는 팀 사기가 잔뜩 진작되어 어떤 상대를 만나도 이길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둘째는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승리에 익숙했던 기억이 되 살아나 끝까지 정신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것이다. 셋째는 승리를 통해 팀은 자신들이 잘하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알고 그에 집중할 수 있으며, 넷째로 신이난 감독 역시 더욱 여유를 가지고 다음 쿼터와 일정을 준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로테이션과 전술의 선택 폭도 넓어질 것이고 궁극적으로 팀 분위기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 회비 내는 것을 아깝게 느끼지 않을 것이고... 하나하나 열거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끝낼 수 있을 만큼 승리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달콤함은 많고 또 크다.


내가 아닌 우리가 이긴다.


이렇게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긍정적인 효과를 제공하기에 감독은 그것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겨야 하는지 하나하나 열거해주기보다 팀원들의 상황과 수준에 맞는 승리당근을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데 예를 들어 설명하면 이해가 더욱 빠를 것이다. 필자가 감독으로 부임할 당시 팀은 사회인축구팀이라고는 하나 대학생을 주축으로 팀이 구성되어 있어 취업이나 학교 행사 등으로 출석률이 상당히 저조한 상태에 있었다. 한 주의 출석인원이 열 한명을 간신히 채우는 팀이 하루에 6~7게임을 해댔으니 팀원들의 체력 소모는 물론 경기력과 성적 또한 부침이 잦았다. 하지만 대학생을 주축으로 구성된 팀의 특성이 오히려 약이 되어 힘든 시기를 넘기자 방학이나 후배들의 영입을 통해 선수단의 부피가 급격하게 향상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이 부피가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생기기 시작했고, 로테이션에서 균등한 기회를 주지 못해 팀원들의 볼멘소리가 많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바로 그 때 해결책이 되어준 것이 바로 동기부여였다.


감독이 팀을 이끄는데 있어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주말이든 평일이든 수십 명의 소중한 시간이 감독의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경기에 나서서 제 몫의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는 반면 감독의 불찰로 누락되는 누군가는 경기에 뛰지도 못한 채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모든 것을 챙겨줄 수 없는 것이 감독의 현실이기도 하다. 때문에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주는 것보다 더 효율적인 방법은 바로 모두가 납득할만한 목표와 규칙을 정하고 공지하는 것이다. 특정 포지션에 자원이 많을 경우 경쟁을 통해 선발 선수를 뽑는다고 공지하거나, 평소 출석률과 팀 기여도를 고려하여 대회나 중요경기에 출전시키겠다는 공언을 하는 것이다. 이는 팀원들이 더욱 경기장에 나와서 열심히 뛰게 되고 출석도 자주 할 수 있는 멋진 동기가 될 것이다. 아마추어 팀에서 감독은 모두의 의견을 듣고 종합하는 사람임과 동시에 모든 것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관리자이기도 하다. 개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은 배제시키고 그라운드 위에서는 오로지 팀의 일원으로써 ‘내’가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한다.


때때로 동기부여는 무엇인가를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심어놓은 마음을 유지시키는 것을 일컫기도 한다. 경기가 있는 전날 과음을 하지 않는다거나, 골키퍼와 같은 핵심 포지션의 선수가 지각하여 경기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당신이 감독이라면, 축구감독이 아니더라도 어떤 조직의 리더라면 이렇게 사람들의 생각이 오로지 한 곳을 향하게 만들어야만 한다.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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