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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축구하자

축구판 '섬김의 리더십'

'제목이 너무 거창한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by 이종인

19. 서번트 리더십으로 리드하라 : 팀원을 섬기는 서번트 리더가 승리한다.


축구판에서 리더의 스타일을 나누는 기준은 여러 가지다. 혹자는 덕장과 용장, 지장 등으로 그 유형을 구분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그들의 출신이 선수인지 아니면 다른 절차를 밟아 자리에 올랐는가 하는 것으로 스타일과 역량을 나눈다. 하지만 이렇게 다양한 기준이 있음에도 리더에게 원하는 역량은 다르지 않다.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뛰어난 전술, 그리고 그 전술에 맞게 선수들을 활용하고 목표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그것인데, 이 장에서는 바로 이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리더십, 리더의 모습이란 무엇인가? 전투의 최선봉에 서서 죽음을 무릅쓰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장군형? 아니면 치밀한 전술과 전략으로 전투를 승리로 가져오게 만드는 책략가형? 그도 아니라면 정치와 외교를 잘해서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정치가형? 리더십이란 조직의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목표를 향해 매진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축구판에 적용시켜 본다면 ‘승리’와 ‘우승’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서 스물세명의 선수단이 하나로 뭉쳐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 바로 축구에서의 리더십일 것이다. 아마추어 팀 역시 승리를 위해 운동을 하며 함께하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간을 투자하고, 회비를 내며 어떤 이들은 임원진을 맡아 봉사로써 대가를 지불한다. 여기서 리더십이란 이 모든 것을 자발적으로 하게 만드는 힘이다. 스스로 알아서 운동장에 나오게 만들고, 제때 회비를 납입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임원으로서 팀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아깝지 않도록 만드는 그 힘 말이다.


아마추어 팀의 리더와 구성원들은 프로처럼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적 관계로 다만 나이차가 있을 뿐 형, 동생이 아닌 동료에 가깝다. 리더십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마추어 팀의 리더는 스스로 남들보다 더 잘난 사람이거나 대가없이 더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필자 역시 처음 감독을 맡으며 ‘이 팀을 위해 더 봉사해야지’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했고, 그에 비해 얻는 보상이 적다고 생각했으니 ‘봉사’라는 단어를 선택해서 머릿속에 집어넣었던 것 같다. 하지만 봉사라고 생각하며 일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무엇인가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 임원들이나 선수들이 야속할 때도 많았고 그 때문에 볼멘소리를 달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봉사자로 이들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한 팀의 동료로서 이들과 같이 호흡을 맞춘다고 생각을 바꾸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이들이 나를 믿고 따라와 주는데 내가 그들과 함께 호흡하지 않고 혼자 모든 것을 다 이끌고 가려니 어깨가 무겁고 힘든 것이었다. 그때부터 팀의 감독으로 추구하는 리더십의 모양도 바뀌어 나갔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자기계발서가 폭발적으로 많이 출간되고 있는 지금 서점의 어느 코너에서도 리더십을 찾을 수 있다. 리더십의 온상이자 표본인 故스티브 잡스, 대기업 총수들의 자서전, 국내외의 대통령이나 교황, 유엔 사무총장의 리더십을 다룬 책들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것이 그 이유가 될 것이다. 필자가 힌트를 얻은 것도 그런 리더십 도서들이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팀의 리더가 되니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그 전에 팀을 맡았던 이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게 팀을 꾸려왔는지 피부로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소홀히 할 수 없었고, 내가 찾은 방법은 축구는 물론, 리더십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서번트 리더십을 조우한 것도 그때쯤이었다.


서번트 리더십 : 직역하면 ‘하인의 리더십’이지만 국내에서는 ‘섬기는 리더십’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학자 로버트 그린리프가 1970년대 처음 주창한 이론으로 ‘다른 사람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하인이 결국은 모두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즉, 서번트 리더십은 인간존중을 바탕으로, 구성원들이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앞에서 이끌어주는 리더십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서번트 리더십은 리더의 역할을 크게 방향제시자, 의견 조율자, 일ㆍ삶을 지원해 주는 조력자 등 세 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팀의 리더가 되어 가장 어려운 일은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감독이 되었으나 ‘팀원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덩치가 조금 크고 매주 열리는 경기에 많이 빠지지 않았다는 것을 제외하면 감독으로서 보여준 역량이 전혀 없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불안감이 족쇄처럼 나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도태될 것이라 생각했고, 팀원들 하나하나를 챙기며 알아가기보다 전술적이고 축구적인 것들에만 더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팀의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어느 순간 이렇게 가다가는 팀이 축구만을 위한 모임이 되겠다는 불안감이 다시 한 번 엄습하기 시작했다. 서번트 리더십은 이런 나에게 해결책이 되어 주었다.


축구팀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팀이 하나로 똘똘 뭉쳐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경기외적인 부분에서 더 중요한데 가끔 소주잔을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팀의 대소사에 함께 참여하여 축하와 애도를 하기도 하는, 이렇게 사람냄새가 물씬 나는 이야기로 시간이 채워지는 것이 팀원들을 돈독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서번트 리더로서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가끔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하고, 감독이기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며 맥주를 얻어 마시기도 했다. 재밌게도 이렇게 한 잔 걸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결국에는 경기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밖에서 돈독하니 안에서도 더욱 소통이 원활하고 감독이라고 고자세를 유지하지 않으니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팀원들의 노력도 더 많아졌다. 감투가 감독이지 사람이 감독이 아니라는 생각을 몇 번이고 하게 된 순간이었고, 결국에는 서번트 리더가 곧 능력 있는 리더임을 스스로 증명해낸 순간이기도 했다. 뿌듯했다.


롱런하는 팀들의 장수비결


여기저기 원정을 다니며 경기를 치르다 보면 수십 년씩 운동을 함께 한 팀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말이 수십 년이지, 서로의 자식 결혼식에도 가고 손주들에게 용돈도 쥐어주셨을 시간이라는 생각을 하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재밌게도 이런 팀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감독님이 대단히 예의바르시고 팀원들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한 번은 창단한지 20년 된 팀과 경기를 치른 적이 있었다. 감독님 역시 나이가 지긋하신 분이셨는데, 운동장에 가자마자 먼저 찾아오시더니 깍듯하게 인사를 하시더라. 겉모습으로만 보아도 아들뻘일 나에게 ‘감독님~ 감독님~’ 하시는 것이 쉽지 않으셨을 텐데도 시종일관 웃음을 놓치지 않는 분이셨다. 굳이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이런 팀과의 경기는 늘 재밌고 깨끗하다. 서로 매너를 더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연스레 상대팀에 대한 이미지도 좋아진다. 그렇게 보내온 한주 한주가 20년 경력의 팀을 만들었으리라는 생각을 하면 우리 팀과 감독인 내가 어떻게 상대를 맞아야 하는지 알 수가 있다. 우리 팀뿐만 아니라 함께 경기를 하는 상대까지 섬기고 존중한다면 롱런은 자연스레 따라온다. 너무 뻔한 이야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실제 운동장에서 뻔한 일이란 없다. 누가 더 열심히 그 뻔함을 오래 지키는지만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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