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연습

완도살롱폐업기 - 4

by 이종인

평소보다 일찍 살롱에 나왔는데 문 앞에서 제비 한 마리가 비행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비 가족이 간판 뒤 처마에 둥지를 틀었다고 신기해한 것이 겨우 몇 주 전인데... 둥지 밖으로 얼굴도 겨우 내밀던 아이들이 벌써 날갯짓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감동적입니다. 계속 보고 있으면 부담이 될까 싶어 한 오분쯤 응원하며 지켜보다가 살롱으로 들어왔습니다. 방금 다시 확인해보니 초보 파일럿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요. 둥지에도 없는 걸 보니 아마도 어딘가에서 야간 비행을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처음 완도에 왔을 때 저도 이 섬을 연습 무대로 여겼습니다. 더 멀리,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베이스캠프쯤으로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모든 도전이 쉬웠습니다. 창업, 친구를 사귀는 것, 승마나 서핑 등 서울에서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액티비티까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덕분인지 그 후의 몸놀림도 가볍고 산뜻했습니다. 무엇이든 프로페셔널하게 잘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던 서울에서와는 전혀 다른 삶입니다.


하지만 2020년과 지난 2021년을 돌이켜보면 몸에 쓸데없이 많은 힘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잘하지 못할 것 같으니 시작조차 하지 않거나, 시작을 했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들어가며 뒤엎어 버린 일도 많았습니다. 결국 소중한 시간만 흘려보낸 꼴이었습니다. 마음에도 힘이 들어가 있었는지 여유가 없어지고 종종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 또한 소중한 시간의 힘인지 어느 정도 지나고 나니 회복이 되고 과거를 돌아볼 여유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완도살롱 폐업기를... 이렇게...


둥지를 떠나자마자 처음으로 성공해야 하는 일이 하늘을 나는 것인 제비의 삶은 어찌 보면 가혹합니다. 대부분 성공하겠지만 일부는 땅에 떨어지거나 다치기도 할테니까요. 그러나 제비에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이미 둥지에 있을 수 없을 만큼 몸집이 커졌고, '새'로 태어났으니 어떻게든 비행에 성공해야 만 스스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숙명이자 시간의 문제라고나 할까요.


얼마 전 살롱을 찾아 주신 한 손님과 나눈 대화가 떠오릅니다. 코로나로 인해 운영하던 주점을 폐업하고 지금은 새로운 주점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던 그는 "폐업을 해보니 다음 창업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알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살롱을 떠났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연습이라 생각하면 폐업마저도 숨 쉬듯 가볍게 할 수 있는 모양인가 봅니다.

keyword
이종인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프로필
팔로워 2,696
매거진의 이전글어떤 인수인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