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살롱 폐업기 - 3
완도 공중보건의들에게는 일종의 족보가 전해진다고 합니다. 전임자가 후임 공보의에게 완도에서의 근무 및 생활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인수인계서입니다. 감사하게도 그 문서에 완도살롱이라는 이름이 단골처럼 등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용하지만 조금은 심심하고, 아름답지만 따분한 섬 완도에서 여가와 주말을 보내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기에 좋은 공간이라나요. 한편으로는 책임감도 느낍니다. 전임자에게만큼이나 후임자에게도 좋은 경험과 느낌을 제공해야 할 텐데...
지난밤에도 한 공보의가 살롱을 찾아왔습니다. 완도의 한 섬에서 근무하게 된 그는 전임자의 인수인계서와 해당 보건지소 근무자들의 추천을 받아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 이곳에 왔다고 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전임 공보의들과 나눈 대화 덕분에 초면이었음에도 순조롭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고, 후에는 그의 지난 삶과 유럽 여행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음을 기약할 때쯤에는 이미 마감 시간이 넘어 있었고요. 멋진 생각과 목표를 가지고 있는 이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해마다 시간의 흐름을 실감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신입 공무원과 교사, 해양 경찰, 그리고 새로운 공보의들이 완도살롱을 찾아올 때가 그렇고, 일 년에 두 번 명절마다 찾아 주시는 손님들과의 만남이 그렇습니다. 슬프고 아쉽지만 가깝게 지냈던 전임자들이 섬을 떠날 때도 정말이지 쏜살같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올해 완도로 부임한 이들의 인수인계서와 일기장에도 완도살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공간은 사람을 담는 그릇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그리고 주말마다 새로운 사람들이 오고 가는 이 그릇을 더욱 열심히 갈고닦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는 요즘입니다. 언젠가 저도 완도를 떠나는 날이 올지 모릅니다. 그때는 무엇을 담아도 맛있게 빛나는 만능 그릇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