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도와 밀도

완도살롱 폐업기 - 5

by 이종인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과 행정명령 강화로 인해 완도살롱이 고객 여러분을 만나는 시간이 줄어들고 말았습니다. 이번 주부터 오후 10시로 영업시간 제한이 설정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지난 2주 동안 기존(20시 ~ 익일 새벽 1시), 1차 변경(19시 ~ 자정), 2차 변경(18시 ~ 22시)을 차례로 겪으면서 고객들이 완도살롱을 찾는 빈도 또한 자연스레 줄어들고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완도살롱에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입니다. 밤 10시 퇴근 후 어색한 귀갓길 풍경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다행히도 고객들의 방문 빈도와 밀도에는 커다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여전히 다채로운 분들이 가슴 뛰는 이야기를 품고서 이 공간에 찾아와 주시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2018년부터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친구이자 단골이 첫 차를 몰고 완도살롱에 찾아왔습니다. 아직 다 피어나지 않았던 20대의 그가 원하던 직업을 갖고,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인연을 만나는 과정은 지켜보는 그 자체로 흐뭇한 일이었습니다. 어느덧 30대를 맞이한 그가 자동차와 함께 앞으로 더 행복한 자유를 얻길 바랍니다.


그들이 떠나간 자리에 새롭게 온기를 불어넣은 것은 서울과 인천에서 오셨다던 30년 지기 친구들이었습니다. 넉살 좋은 말솜씨와 유머를 갖춘 신사 두 분과 숙녀 두 분과의 대화는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특히 숙녀 한 분께서 직접 운영하신다는 인천의 적산가옥 카페는 한 번은 꼭 들려보고 싶은 공간이었습니다. 그녀 또한 완도에 방문하기 전부터 완도살롱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공간을 둘러싼 이야기에 커다란 흥미를 느끼셨다고 합니다. 듣기 좋으라 하신 말씀이겠지만 기분은 참 좋습니다.


신사 한 분은 유퀴즈에서 이와 비슷한 공간을 본 적이 있다는 말을 해주셨습니다. 서울 연희동에서 책바를 운영하고 계신 정인성 대표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책바, 그리고 정인성 대표님과는 완도살롱 창업 이전부터 인연이 있습니다. 2017년 말, 무작정 책바에 찾아가 완도에서 술과 책이 함께하는 공간을 창업할 예정이라며 조언을 구했었는데 브로드컬리 매거진의 책 한 권을 추천해주셨었죠. 도움이 되는 이야기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그 덕분인지 여전히 망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 대표님께는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어제와 지난 주로 범위를 넓히면 이들 못지않은 사연과 이야기를 가진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청산도의 새로운 공중보건의사, 완도로 템플스테이를 오셨던 두 분의 작가님, 여전한 단골들과 생일 파티를 하겠다며 케이크를 들고 온 유쾌한 대학생 친구들까지. 모두가 살롱을 가득 채워준 은인들입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오는 빈도에 집중했다면, 시간이 지난 지금은 하루 종일 단 한 분의 손님을 맞이하더라도 완도살롱이 밀도 있는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제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아니 이제는 어쩌면 공간 그 자체가 되어버린 제 몫이 아주 큼을 잘 알고 있습니다. 자주 오시지 않아도 좋으니 가끔씩 오래 방문해주세요. 이야기로 가득한 공간을 만들어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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